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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어려워도 솟아날 구멍있다"…채권형 ETF에 쏠린 자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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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올해 긴축의 거센 폭풍과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란 거센 파고를 피할 '노아의 방주'로 투자자들이 택한 상품은 상장지수펀드(ETF)였다. ETF 국내 도입 20주년인 올해 순자산 총액은 처음으로 80조원을 넘어섰다. 올 한해에만 7조원이 넘는 자금이 ETF 시장으로 유입됐다. 지난해와 달리 테마형 ETF보다는 채권형 ETF 등이 인기를 끌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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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ETF 순자산 총액은 80조8308억원이다. 지난해 말(약 73조9675억원)보다 7조294억원이 늘었다. 7조원가량의 자금이 올해 들어 ETF 시장에 흘러들어온 것이다. 국내 ETF 순자산 총액은 지난달 24일 처음으로 80조원을 돌파했다.

ETF는 펀드의 일종이지만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시장 대표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할 수도 있고, 한 ETF를 사도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운용보수도 저렴하다.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의 운용보수가 연 2.5% 안팎인데 반해 ETF는 연 1% 내외다.

올해 ETF 시장의 키워드는 변동성 관리다. 채권형 ETF와 대표지수형 ETF가 인기를 끌며 자금이 몰린 이유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 팀장은 "일반 주식이나 주식과 비슷한 테마형 ETF의 수익률이 떨어지며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투자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친환경과 전기차 관련 테마형 ETF가 인기를 끌었다.

①채권형 ETF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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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몸집을 가장 불린 건 채권형 ETF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올해에만 채권형 ETF에 9조4929억원이 유입됐다. 지난해 유입액(1조2929억원)과 비교하면 7배가 넘는다. 올해 테마형 ETF에서 1조원가량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된다.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국내 채권형 ETF 전체 수익률은 지난 1개월간 1.23%였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ETF 전체 수익률은 -4.49%였다. 이 기간 국내주식형 ETF 설정액은 9590억원이 줄었고, 채권형 ETF는 1조1173억원 늘었다.

채권형 ETF가 인기를 끈 건 주요국 중앙은행은 수퍼 긴축 탓이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채권금리도 상승(채권 가격 하락) 데다, 향후 채권 가격 상승까지 노리는 수요가 가세하며 채권 투자 붐이 일었다. 미 국채장기물부터·단기국고채·CD91일 금리·은행채 등을 장외가 아닌 장내에서 손쉽게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컸다.

채권형 ETF 중 최근 가장 '핫'한 상품은 만기가 있는 존속기한형 ETF다. 상장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존속기한형 ETF 9종에는 1조2000억원 넘는 투자금이 몰렸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매수 시점에서 예상한 기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데다, 중도 해지 시에도 불이익이 없고 투자금액에 제한도 없기 때문이다.

존속기한형 ETF 9개 중 가장 많은 자금(3615억원)이 몰린 'KODEX 23-12 은행채(AA+이상)액티브'의 경우 15일에 투자를 하고 만기(2023년 12월) 때까지 보유할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연 4.34%다. 운용보수는 0.05%다. 만기 기대 수익률에 더해 안정적인 이자 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

김도형 팀장은 "올해는 주식과 채권 가격이 모두 폭락한 이례적인 시기"라며 "채권 금리가 높은 점을 이용해 이자 수익을 추구하거나, 향후 채권 가격 상승에 베팅하려는 채권 투자자들이 채권 ETF 시장에 많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②대표 지수형 ETF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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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지수형 ETF도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에는 주가 하락에 베팅한 인버스 투자자들이 수익을 냈고, 하반기 들어서는 증시를 저점으로 판단한 투자자의 유입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듯 국내 ETF 순자산총액 상위 10위 중 7개가 대표 지수 추종형 ETF다. 순자산 총액 1위인 KODEX 200은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투자금 5조5527억원이 몰려있다. 다만 현재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KODEX 200의 수익률은 지난 9월 저점 대비 10%를 기록하고 있다.

이승원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장은 "지난 9월 전까지 지수 하락으로 인버스 수익률이 좋았고 여기서 수익을 본 투자자들이 인버스를 매도한 뒤, 시장의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며 "시장이 내년도 금리 피크아웃을 예상하다보니 지금부터는 상방에 투자하려는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③치열해진 월배당 ETF 경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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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짙어지는 상황에서 견고한 현금 흐름을 원하는 투자자는 월배당 ETF로 눈을 돌렸다. 이에 발맞춰 자산운용사들도 월배당 ETF를 속속 내놓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월배당 ETF 20개 중 올해에 상장한 것만 9개다. 지난 5월 'TIGER 미국S&P배당귀족'에 이어 'SOL 미국 S&P500, KODEX미국배당프리미엄액티브' 등이 각각 300억원대의 투자금을 모았다. 국내 월배당 ETF의 순자산 규모는 총 1조1188억원이다.

월배당 ETF의 인기에 기존 상품을 월배당 상품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ETF'와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채권TR KIS ETF'의 분배금 지급 기준일을 기존 연 4회에서 월분배로 변경했다.

이승원 본부장은 "시장이 좋지 않을 때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이 매력적인 만큼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 월배당 상품 출시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리츠 상품은 월세 수익이 들어오기 때문에 월배당형으로 바꾸기에 용이했다"고 설명했다

④환노출 시대에서 환헤지 시대로

원화가치가 안정되며 해외주식형 ETF에서 환헤지를 택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수퍼 달러의 흐름 속 그동안은 환노출(달러화 변동 반영)형 ETF의 수익률이 환헤지형보다 높았지만 원화 가치가 안정을 찾은 지난 10월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국 S&P 지수 추종하는 'ARIRANG S&P 500'의 경우 (H)가 붙은 환헤지 상품의 지난 10월13일 저점 대비 현재 수익률은 9%인데 비해 같은 기간 환노출 상품 수익률은 1.2%에 그쳤다.

자산운용사들도 달러가치 하락에 대비해 환헤지형 ETF를 지난달부터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상장된 'TIGER 미국S&P500TR(H)'는 상장 후 7거래일간 272억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하는 등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자산운용도 지난 2일 'KODEX 미국S&P500(H)'와 'KODEX 미국나스닥100(H)'을 상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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