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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만 최대로 벌어진 한·미 금리차…한은도 긴축 이어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폭이 1.25%포인트로 벌어졌다. 2000년 10월(1.5%포인트) 이후 22년 여만의 최대폭이다. 한ㆍ미 기준금리 차만 보면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 보폭을 넓혀야 하지만, 식어가는 경기와 자금시장의 불안 등 국내 여건이 만만치 않다. 한은이 내년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다음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왼쪽)과 경제 관련 부처장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추 경제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왼쪽)과 경제 관련 부처장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추 경제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FOMC 결과를 받아 든 정부와 한국은행은 15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평가를 내놨다. Fed가 금리 수준을 높였지만 속도 조절을 시사한 만큼 한은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추가 빅스텝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다만 한은은 Fed처럼 ‘높은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한다(higher for longer)’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달 근원물가(가격 변동이 큰 농산물ㆍ석유류 제외)가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하는 등 ‘끈적한 물가(sticky inflationㆍ한 번 오른 물가가 쉽게 내리지 않는 현상)’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더 커진 한ㆍ미 금리 격차는 부담이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Fed가 생각하는 금리 인상 종착점은 연 5.1%(중간값 기준) 수준이다. 반면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한은의 최종 금리 수준은 연 3.5% 수준이다. Fed가 기준금리를 연 5~5.25%까지 인상하고 한은이 연 3.5%까지 올리면 기준금리 격차는 1.7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금리 역전폭이 커지면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 자본유출 등의 우려가 커진다. 이달 13일 공개된 지난 11월 24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미국과의 금리 역전폭이 일정 수준을 넘어 커지면 외환 부문의 리스크가 재차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다만 한은이 금리 인상의 보폭과 최종 금리 수준을 더 높이기엔 부담이 크다. Fed는 이날 경제전망요약(SEP)에서 내년 미국 성장률을 종전 전망치를 1.2%에서 0.5%로 내렸다. 미국의 경기 둔화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지난 11월 한 금통위원은 “물가 상승 압력의 확대를 경계할 단계는 지났다”며 “실질소득과 구매력의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어 향후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자금시장에서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도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는 여전히 자금시장 이슈와 최근 급랭 중인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대비하기 위한 정책 대응의 신중성이 높아진 걸 감안했을 때 내년 1월 연 3.5%로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된 후 인상 국면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국 금융시장도 Fed의 빅스텝 여파로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8.28포인트(1.6%) 내린 2360.97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6.8원 하락(환율은 상승)한 1303.1원에 거래를 마치며 1300원 밑으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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