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저택 땅속에 웬 개뼈다귀? 맥스 달튼의 기발한 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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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작가이자 화가인 맥스 달튼이 8일 서울 영등포구 63아트 전망대 미술관에서 열린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개인전 프리뷰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등 뒤로 보이는 작품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오리지널 일러스트. 달튼은 이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고 꼽았다. 뉴스1

일러스트 작가이자 화가인 맥스 달튼이 8일 서울 영등포구 63아트 전망대 미술관에서 열린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개인전 프리뷰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등 뒤로 보이는 작품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오리지널 일러스트. 달튼은 이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고 꼽았다. 뉴스1

“‘기생충’을 보고 한눈에 반했죠. 사회 비판적 시선이 좋았어요. 제가 태어난 아르헨티나도 상류 계급과 노동 계급의 격차가 커서 더 공감됐죠. 영화를 보면 볼수록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오리지널 일러스트로 유명한 일러스트 작가 맥스 달튼(47)이 봉준호 감독 영화들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의 개인전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이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63아트 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지난해 5만여명 관람객을 모은 개인전을 신작과 함께 새롭게 구성했다. 한국에서 그의 개인전은 세번째, 내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막 당일 전시장에서 만난 달튼은 “지난해 한국 전시에 많은 관객이 와주신 걸 보고 이번엔 직접 서울에 오고 싶었다”면서 “5일 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기생충’ 촬영 장소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내년 10월까지 63아트 전시

봉준호 '괴물' 뱃속에 차린 가족의 밥상 

맥스 달튼이 그린 영화 '괴물'. 사진 마이아트뮤지엄

맥스 달튼이 그린 영화 '괴물'. 사진 마이아트뮤지엄

달튼은 20년 간 뉴욕에서 주로 활동해온 작가로 대중문화‧유명인사 등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조합한 작품들을 그려왔다. 완벽한 구도, 색채의 천재로 불리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는 거의 전작을 일러스트에 담았다. 앤더슨 감독이 직접 참여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아트북 표지와 삽화를 비롯해서다.
특히 영화 속 공간의 세부 요소, 인물들을 ‘인형의 집’처럼 그린 단면도 시리즈가 달튼의 대표작이다. 원작 장면 그대로가 아니라 그의 해석을 숨은 그림찾기 하듯 들여다보게 되는 세세한 묘사와 기발한 상상이 특징이다.
봉 감독의 천만영화 ‘괴물’의 경우 한강을 헤엄치는 괴물의 뱃속에 강두(송강호) 가족이 밥을 먹는 극 중 판타지 장면을 배치했다. 이를 비롯해 ‘살인의 추억’부터 ‘마더’ ‘설국열차’ ‘옥자’ 등 봉 감독의 영화 테마 작품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작업했다. ‘설국열차’에선 또 다른 주인공인 열차를 하층 계급이 사는 꼬리 칸부터 상류층의 머리 칸까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단면도로 그려냈다.

땅엔 개 뼈가…'기생충' 저택 그림 의미는

‘기생충’ 박사장(이선균)의 저택 단면도가 단연 백미다. 파국이 벌어지기 직전의 집안 풍경을 등장인물 간 계급 격차가 한눈에 드러나게 묘사했다. 지상에선 부부인 걸 감춘 가정부 충숙(장혜진)과 운전기사 기택(송강호)이 박사장 부부의 시중을 들고 있고 그 아래로 지하실에 기생하는 문광(이정은) 부부의 모습이 담겼다. 흙 속에 묻힌 개의 뼈와 지층 등은 달튼이 상상을 보탰다.

맥스 달튼이 그린 영화 '기생충'. 사진 마이아트뮤지엄

맥스 달튼이 그린 영화 '기생충'. 사진 마이아트뮤지엄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는 상류층과 노동 계층이 있고 누가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복잡하다. 그런 주제를 세세한 풍경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박사장의 저택은 크고 볼거리도 많아 작업하기 어려웠다. 건축학적으로 매우 복잡해서 모든 층과 방을 올바르게 배치하기 위해 영화를 몇 번이고 돌려봤다”고 했다.
이어 “한국 영화, 드라마는 사회 비판 주제가 인상적이다. 최근에 본 ‘오징어 게임’도 그런 면에서 잘 짜인 흥미로운 작품이었다”면서 “향후 한국 작품을 주제로 일러스트 작업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웨스 앤더슨 미공개 아트북 삽화 최초 공개 

맥스 달튼이 그린 '웨스 앤더슨 컬렉션: 프렌치 디스패치' 표지. 사진 마이아트뮤지엄

맥스 달튼이 그린 '웨스 앤더슨 컬렉션: 프렌치 디스패치' 표지. 사진 마이아트뮤지엄

맥스 달튼이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에 영감 받아 그린 '르 상 블랑'. 사진 마이아트뮤지엄

맥스 달튼이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에 영감 받아 그린 '르 상 블랑'. 사진 마이아트뮤지엄

맥스 달튼이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에 영감 받아 그린 '새저랙'. 사진 마이아트뮤지엄

맥스 달튼이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에 영감 받아 그린 '새저랙'. 사진 마이아트뮤지엄

유대계 오스트리아인과 오키나와인 사이에서 태어난 달튼은 아르헨티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3살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여러 언어를 배우며 아시아, 유럽 문화와 대중예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10살 때 인도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 옆에 공포영화 ‘나이트메어’의 살인마 프레디 크루거를 세운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17살 때 잠시 고전 유화 수업을 들은 걸 제외하면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독자적 그림 세계를 구축해왔다. 1994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음악대학에 입학해 여러 악기를 배웠고, 2004년 파리에서 화가 겸 재즈 기타 연주자로 활동했다.
이번 전시에선 ‘스타워즈’ ‘쥬라기 공원’ ‘이터널 선샤인’ ‘007’ 등 세계적으로 사랑 받은 장르 영화 뿐 아니라 비틀스, 밥 딜런 등 음악 거장들의 LP 커버, 유명 화가의 작업 모습을 담은 시리즈 등 작품 130여점을 선보인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최신작 ‘프렌치 디스패치’ 일러스트도 최초로 전시한다. 영화 아트북 출간이 미뤄지면서 책에 수록된 달튼의 삽화를 한국 관객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됐다. 앤더슨 감독의 출세작 ‘로얄테넌바움’(2001)의 첫 10분을 보자마자 팬이 됐다는 달튼은 “그의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아름다운 시를 읽은 기분이 들었다. 감독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나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0월 29일까지.

맥스 달튼이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모티브로 그린 밤 장면. 사진 마이아트뮤지엄

맥스 달튼이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모티브로 그린 밤 장면. 사진 마이아트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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