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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모바일·PC에서 콘솔까지…‘선 넘는 게임’ 크로스 플랫폼이 뭐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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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크로스 플랫폼’ 기술이 최근 게임업계에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무료 생성 인공지능(AI)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제작한 일러스트. [사진 스테이블 디퓨전]

‘크로스 플랫폼’ 기술이 최근 게임업계에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무료 생성 인공지능(AI)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제작한 일러스트. [사진 스테이블 디퓨전]

‘크로스 플랫폼’ 기술이 최근 게임업계에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까지 PC 게임, 스마트폰 게임, 콘솔 게임 이용자가 ‘끼리끼리’ 교류했다면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는 게임이 늘어나면 여러 기기를 오가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쉽게 말해 기기 간, 플랫폼 간 선을 넘는 게임 환경이 가능해진다는 것.

무슨 일이야

3N으로 불리는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사가 준비 중인 신작 대부분이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이 다음 달 12일 출시할 캐주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그 중 하나. 먼저 PC와 모바일 게임으로 시작해 추후 닌텐도 스위치 등 콘솔용으로도 출시된다.

넥슨은 차기작에 힘을 싣기 위해 지난 11일 18년 간 인기를 끈 장수 게임 ‘카트라이더’의 서비스 종료를 예고했다. ‘바람의 나라’와 ‘아스가르드’ 등 1990년대~2000년대 초 나온 게임을 여전히 서비스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결정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익명을 요청한 대형 게임업체 관계자는 “넥슨이 크로스 플랫폼인 차기작 성공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은 PC·모바일·콘솔에서 모두 실행할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다음달 12일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 넥슨]

넥슨은 PC·모바일·콘솔에서 모두 실행할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다음달 12일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 넥슨]

엔씨소프트가 준비 중인 ‘TL’과 ‘LLL’, 넷마블의 ‘아스달 연대기’ ‘나 혼자만 레벨업’도 PC·콘솔 또는 PC·모바일 크로스 플랫폼으로 출시된다. 대형 게임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PC나 모바일 한가지 플랫폼만 선택해 게임을 출시했다면, 최근 차기작 개발은 크로스 플랫폼을 당연히 고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크로스 플랫폼이 뭐야?

크로스 플랫폼은 다양한 운영체제와 기기에서 동일하게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멀티 플랫폼’이라고도 불린다. 과거에는 스마트폰, PC, 콘솔 등에 게임을 출시하면 같은 기기로 게임하는 이용자끼리만 교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크로스 플랫폼으로 게임이 개발되면 같은 게임 이용자끼리는 기기에 무관하게 함께 온라인에서 만나 게임을 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PC 게임을 실행한 이용자와 스마트폰 게임 이용자가 같이 게임에서 만나 퍼즐을 푸는 식이다.

왜 중요해

크로스 플랫폼이 게임 산업계 키워드로 떠오른 이유를 살펴보니 크게 셋이다.

① 모객 극대화: 게임 개발사 입장에선 하나의 게임으로 여러 기기에 산재한 이용자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다. 게임의 지식재산(IP)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게임사 미호요가 2020년 9월 출시한 ‘원신’이 대표적인 크로스 플랫폼 성공 사례다. 모바일과 PC, 콘솔 등에서 실행할 수 있다. 시장 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누적 매출 37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기록했고, 국가별 매출 비중은 중국(33%)에 이어 일본(24%)과 미국(17%) 순서로 많았다.

② 기술의 진화: 최근 고사양 모바일 게임이 늘어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성능이 좋아지고 네트워크 환경도 좋아지면서 고사양 게임이 급증했고, 이를 PC에서도 즐기고 싶어하는 이용자가 많아졌다. 또한 인공지능(AI)이 대신 게임을 해주는 ‘자동사냥’ 기능을 PC에 실행해 놓으려는 이용자들도 많다. 엔씨소프트는 이러한 수요를 겨냥해 2019년 모바일 게임을 PC에서 최적화시켜 실행하는 크로스 플랫폼 서비스인 ‘퍼플’을 내놨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퍼플과 관련된 구체적 통계 언급은 어렵지만, 과반 이상의 엔씨소프트 게임 이용자가 퍼플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③ 북미·유럽 지름길 : 한국 게임사들이 그동안 PC나 모바일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을 두드렸지만, 크래프톤(배틀 그라운드)을 제외하곤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게임 주류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의 흥행이 중요 변수인데, 두 지역 모두 콘솔 게임 시장의 비중이 큰 편이다. 한국콘텐트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콘솔 시장의 80% 이상을 북미(35.4%)와 유럽(46.3%)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모바일 게임(57.4%)과 PC 게임(26%)의 비중이 크다. 크로스 플랫폼으로 게임을 출시할 경우 국내와 서구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도 지난달 8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플랫폼에 동시 출시하는 전략을 강조했다. “회사(넥슨)의 신작 개발 방향은 2019년 이후 줄곧 멀티플랫폼, 그리고 글로벌 진출이다”며 “2024년부터는 글로벌 멀티 플랫폼을 목표로 이전에 없었던 지식재산(IP)을 잉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앞으로는 

글로벌 콘솔게임 시장의 성장과 함께 크로스 플랫폼 제작도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특히 최근 콘솔 게임기 제조업체인 MS(엑스박스)와 소니(플레이스테이션)가 이용자 확보를 둘러싼 경쟁을 펼치는 점도 게임업계가 주목하는 변수다. MS와 소니 모두 월 구독료를 지불하면 자유롭게 다양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게임 구독 서비스(GaaS, Game as a Service)’를 앞세워 이용자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 게임사들도 콘솔을 모바일이나 PC와 함께 지원하는 크로스 플랫폼 게임 제작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콘텐트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콘솔 게임시장의 매출은 558억 달러(약 72조4000억원)를 기록했고, 오는 2023년 시장 규모는 687억 달러(89조3000억원)로 약 23%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콘텐트진흥원 관계자는 “콘솔 시장의 성장은 차세대 게임기기 보급률과 킬러 콘텐트 등에 달려있지만, 차기 대형 작품도 예견된 만큼 콘솔 시장의 성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