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이 분향소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유가족들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이날 오전부터 설치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10대 고등학생이 트라우마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과 관련,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이태원 참사 생존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관리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15일 의사회는 ‘금쪽같은 귀한 생명, 더이상 잃지 않기를’이란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PTSD는 자신이나 타인의 실제적 죽음이나 죽음에 대한 위협, 심각한 상해, 정신적 또는 신체적 안녕에 위협을 주는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했을 때 생길 수 있다”며 “사건에 대해 공포를 느끼고 사건 후에도 계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낀다. PTSD를 겪는 사람들은 사건이 종료돼도 마치 끝나지 않은 것처럼 느끼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PTSD에서 초반에 더 두드러지고 잘 알려진 증상은 재경험을 통한 플래시백, 공황발작, 악몽 등이다.
그러나 외상적 경험 이후의 갖가지 환경으로 인해서 PTSD의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2차 가해다.
의사회는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데 있어서 ‘그때 거기 있지 말 것을’이라는 후회는 우울감을 지속되게 한다”며 “어쩔 수 없는 우연에 대해 비난을 하는 태도로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사고 보도가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조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진실 규명에 불필요한 세부사항까지 다시 진술하게 하는 것도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PTSD는 사건 발생 수개월 후, 심지어는 1년 이상 경과된 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시간이 지나서 괜찮아져야 한다는 압박감은 당자사를 힘들게 할 수 있다”며 “게다가 이번 사건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청소년의 경우 PTSD의 고위험군이다. 즉 같은 사건을 겪어도 감정조절이나 판단이 어려운 10대의 경우 우울증이 발병하거나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한 “특히 이번 10대의 안타까운 사례와 같이 사건을 직접 겪은 데다가 소중한 타인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은 PTSD뿐만 아니라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것에 대한 애도 반응을 더 지속적으로 심하게 겪는다”며 “즉 복합애도반응(complicated grief)이 병합될 경우 자살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난 상황에서의 정신건강 개입은 증상이 현재 심한 사람을 위주로 이뤄져야 하겠지만 여력이 된다면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부상자, 가까운 사람을 잃은 사람 등에게는 좀 더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같은 사건을 겪더라도 PTSD의 위험성이 다르므로 예전의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이나, 기존에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 청소년, 고령, 혼자 사는 분 등 PTSD 고위험군에 대한 심리적 방역 체계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한 달이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참사 현장에 추모 메시시지와 국화꽃이 놓여있다. 뉴스1
전날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11시40분쯤 서울 마포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고교생 A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A군은 당일 오후 7시쯤 홀로 투숙해 화장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A군은 지난 10월29일 이태원에 함께 간 친구 2명을 사고 현장에서 떠나보낸 참사 생존자로 확인됐다. A군은 당시 현장에서 의식을 잃었다가 누군가 얼굴에 물을 뿌려줘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이번 참사로 심한 부상을 당해 병원에 옮겨져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A군은 이후 교내 심리상담과 함께 매주 두 차례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으며 일상에 조금씩 복귀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족 의사에 따라 부검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