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브랜드 쇼룸을 한 곳에...'모바일판 성수동' 탄생 배경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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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서울 성수동에서만 볼 수 있는 힙한 브랜드 쇼룸이 한데 모인 플랫폼이 있습니다. 지난 3월 론칭한 미디어커머스 플랫폼 ‘프리즘(PRIZM)’입니다. 론칭 직후 4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죠. 현재까지 누적 가입자 수는 35만 명입니다.

프리즘을 만든 사람은 운영사 알엑스씨(RXC)의 유한익 대표입니다. 쿠팡 창립 멤버이자 전 티몬 대표, 이사회 의장을 지낸 이커머스 1세대 창업가죠. 그가 ‘모바일 성수동’을 만든 건, 앞으로의 이커머스 시장이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될 거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판매에 치중했던 지금까지의 ‘플랫폼 중심’ 이커머스와는 달라질 거라는 거죠.

유 대표가 말하는 이커머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가 만든 새로운 미디어커머스는 무엇이 다를까요? 직접 만나 들어봤습니다.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미디어커머스, 새판을 짜다” 1화 중 일부입니다.

미디어커머스 플랫폼 '프리즘'을 론칭한 유한익 RXC대표 [사진 송승훈]

미디어커머스 플랫폼 '프리즘'을 론칭한 유한익 RXC대표 [사진 송승훈]

론칭 10개월 차 신생 이커머스, 프리즘이 낯선 분이 많으실 겁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도 저희가 조선팰리스·국립중앙박물관의 첫 라이브커머스 파트너가 됐어요. 어떤 이커머스와도 일하지 않던 곳들인데요. 조선팰리스는 당시 같은 신세계그룹 산하인 SSG닷컴과도 협업한 적이 없거든요.

판매 수익도 높았어요. 조선팰리스 숙박권은 첫 프로모션에 2억 원어치를 판매했죠.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1천 개 프리오더 물량을 완판했고요. 누적 가입자 수 35만 명으로 아직 작은 규모인 저희에게는 고무적인 숫자예요.

오어·시엔느·아모멘토 등 기존 이커머스에 입점하지 않는 ‘힙스티지 브랜드’들도 차례로 입점했는데요. 힙스티지 브랜드는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브랜드를 뜻해요. 이들이 저희 플랫폼에서 단독 라인을 론칭하고, 신제품 추첨 행사를 열었죠.

프리즘은 조선호텔앤리조트의 5성급 호텔 조선팰리스의 첫 라이브커머스 파트너가 됐다. [사진 RXC]

프리즘은 조선호텔앤리조트의 5성급 호텔 조선팰리스의 첫 라이브커머스 파트너가 됐다. [사진 RXC]

조선팰리스가 신생 이커머스에서 방을 판 이유

그럼 이들은 왜 신생 이커머스와 손잡은 걸까요?

많이 파는 것보다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하거든요. 소위 ‘힙하다’고 하는 힙스티지 브랜드 특징인데요.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보고 구매하는 MZ세대 소비 트렌드와 궤를 같이해요.

예를 들어 볼까요. 기존 브랜드는 제품을 먼저 만들어요. 재고를 쌓아두고 ‘팔기 위해’ 리한나를 광고모델로 쓰죠. 반면 힙스티지 브랜드는 슬로건을 먼저 내세워요. 리한나를 통해 ‘유색인종이 아름다워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메시지를 던지죠. 그 후 같은 메시지를 담은 코스메틱 브랜드를 론칭하고요. 재고를 쌓아놓던 이전과 달리, 브랜드를 유명하게 하기 위해 킬러 아이템을 소량 생산해요. 한정판 오픈런을 부르는 거죠.

기존 이커머스 입점은 거부해요. ‘론칭하고 싶지 않은 플랫폼’이거든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기보다 판매에 치중하니까요. 대신 자사몰을 만들어 운영합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자유롭게 보여주기 위해서요.

"온라인판 성수동 쇼룸을 만들었다"고 말하는 유한익 대표. [사진 송승훈]

"온라인판 성수동 쇼룸을 만들었다"고 말하는 유한익 대표. [사진 송승훈]

뿔뿔이 흩어져 있는 힙스티지 브랜드를 한 곳에 모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이커머스를 구상했어요. 마치 성수동처럼요. 성수에는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힙한 브랜드 쇼룸이 한데 모여 있잖아요. 그래서 MZ가 가장 즐겨 찾는 상권이 됐고요. ‘온라인판 성수’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고객이 유입될 거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프리즘이 탄생했어요. 티몬 의장에서 물러난 지 10개월, 이커머스 업계에 몸담은 지 10년 만이죠.

온라인판 성수동 쇼룸을 만든 방법

그럼 힙스티지 브랜드를 섭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가지 차별점을 갖추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우선, 기존 이커머스 대비 3배 이상의 해상도를 구현했어요. 보여지는 게 중요한 곳들이잖아요. 비주얼적으로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해상도가 높으면 훨씬 멋있는 브랜딩 콘텐트를 만들 수 있잖아요. 모바일 쇼룸이나 숏폼 영상 등이요.

새로운 라이브커머스 기능도 갖췄어요. 라이브 슬라이딩 경매와 래플(추첨)인데요. 어려운 기술이라 UX 특허도 있어요. 입찰과 낙찰, 응모와 추첨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거든요. 응모자 ID가 화면에 돌아가고, 화면이 멈추면 당첨되는 식이에요. 당첨자가 오프라인 상태면 패스하고요. 기존 플랫폼에서는 사전 응모를 받아 게시판에 올리는 게 전부였거든요.

프리즘의 라이브 커머스(좌), 라이브 래플 진행 모습. [사진 RXC]

프리즘의 라이브 커머스(좌), 라이브 래플 진행 모습. [사진 RXC]

그러다 보니 평균 시청 체류 시간이 높아졌어요. 기존 라이브커머스가 시간당 1~2분인데 반해, 저희는 10분이에요. 25분 길이의 라이브 경매나 래플을 하면 18분 정도를 보는 거예요. 브랜드 입장에서는 자기를 소개할 시간이 10분 이상 늘어난 거죠. 이사배 같은 유명 크리에이터가 진행을 맡으면 트래픽 파워도 커지고요.

또, 브랜드 입점을 유도하는 저희만의 전략도 있는데요 (웃음). 규모가 있는 브랜드에는 무료로 모바일 쇼룸·브랜딩 콘텐트를 만들어 드려요. 대신 최소 2주간의 ‘단독 프로모션’을 론칭하고요. 신생 브랜드에는 한정판 라이브 경매나 신제품 래플을 제안하죠.

브랜드 입장에서는 설사 판매가 잘되지 않더라도 잘 만든 브랜딩 콘텐트를 얻을 수 있어요. 저희는 단독 이벤트로 고객 유입을 끌어낼 수 있고요.

셀럽·크리에이터와 손잡기도 하는데요. 이들에게는 ‘브랜드 론칭’을 제안해요. 저희가 브랜딩을 해주고, 이들은 오너로 활동하는 거예요. 많이 파는 것보다 ‘어떻게 보이느냐’가 더 중요한 분들이니까요. 인스타그램에서보다 더 멋있고 예쁘게 보이는 라이브·브랜딩 콘텐트가 있다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죠.

프리즘은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와 협업해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했다. [사진 RXC]

프리즘은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와 협업해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했다. [사진 RXC]

투자 혹한기, 400억 투자받다

저희는 창업 초기부터 개발자 30여 명과 함께 시작했어요. 처음 이 정도의 고해상도·라이브 커머스 기능을 구현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우려가 컸어요. 앱 멈추면 어떡하냐고요. 저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고요 (웃음).

그럼에도 기술적으로 최적화한 앱을 만들었어요. BTS가 소속된 하이브의 팬 커뮤니티 ‘위버스’를 포함, 대부분의 미디어·커뮤니티 앱 용량이 200~300MB인데, 저희는 40MB거든요. 앱 오류가 발생하는 비율은 0.03%고요.

기술력과 콘텐트 제작 능력 때문일까요. 다행히 론칭 직후 4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어요. 운영사인 RXC 설립 직후 시드 투자 200억 원, 프리즘 론칭 후 시리즈 A 투자 200억 원을 추가로 받았죠.

첫 번째 투자 라운드에는 대형 브랜드 투자자가 많았어요. 아모레퍼시픽이나 F&F 같은 곳들이요. 힙한 디지털 신규 브랜드에 걸맞은 새로운 플랫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본 분들이죠.

두 번째 라운드에는 콘텐트·IP를 가진 투자자, 크리에이터들이 합류했어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만든 Z홀딩스의 투자 자회사도 있고요. 브랜드를 만들 충분한 콘텐트와 네트워크가 있지만, 직접 브랜드를 론칭하고 마케팅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한 곳들이죠.

유한익 대표는 "플랫폼이 커지면 프리즘 만의 브랜드도 론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송승훈]

유한익 대표는 "플랫폼이 커지면 프리즘 만의 브랜드도 론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송승훈]

공통점은 단순히 돈만 투자한 게 아니라는 거예요. 새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기존 브랜드를 새롭게 변형할 수 있는 자산을 가지고 있죠. 저희가 주주들을 연결해 또 다른 브랜드를 만들 수도 있고요.

아직 플랫폼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 시기여서 브랜드를 새로 만드는 작업은 많이 하지 않았는데요. 어느 정도의 플랫폼 규모를 갖추면 저희만의 유니크한 브랜드도 만들어 나갈 생각이에요.

업계 10년 차가 본 이커머스의 미래는

지금까지 제가 본 이커머스 시장은 플랫폼 중심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제품을 많이 파는 게 1순위였죠. 브랜드 가치를 드러내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지금의 브랜드·IP·크리에이터들은 달라요. 많이 파는 것만이 중요하지 않거든요. “브랜드 가치가 먼저야.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해”라는 거죠. 그런 브랜드들이 점차 많아질 거예요.

그래서 플랫폼 중심의 이커머스는 소수의 ‘Winner takes all’이 될 거라고 봐요. 쿠팡·네이버처럼 판매에 특화한 대형 이커머스들만 살아남는 거죠. 나머지는 이들 플랫폼에 제품을 공급하는 벤더(Vendor)가 되고요.

앞으로의 커머스는 ‘브랜드 중심’으로 바뀔 거예요.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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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전 빠르게 성장한 1세대 미디어커머스 시대가 저물었습니다. 프라이버시 정책이 강화하고 광고비가 늘며 출혈 경쟁이 극심해진 탓인데요. 미디어커머스 필승 전략이 바뀌며 새 전략으로 무장한 ‘차세대 미디어커머스’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피봇팅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앞으로의 시장 변화를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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