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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타고난 사냥꾼…막을 때보다 때릴 때 더 정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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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예능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지난달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2022 국제실용사격연맹(IPSC) 핸드건 월드 슛 대회에 출전한 개그우먼 김민경. 사진 IHQ 바바요

웹예능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지난달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2022 국제실용사격연맹(IPSC) 핸드건 월드 슛 대회에 출전한 개그우먼 김민경. 사진 IHQ 바바요

“국대(국가대표)가 예능에 나온 건 봤는데 예능에서 국대를 배출하다니 진짜 대단하다.”

국제대회 도전한 ‘운동뚱’ 서현도 PD 인터뷰

웹예능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이하 운동뚱)을 통해 국제실용사격연맹(IPSC)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된 개그우먼 김민경(41)의 활약에 놀라움을 표현한 댓글이다.
지난달 19~24일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2022 IPSC 핸드건 월드 슛 출전 소식이 알려지자 “역시 태릉이 놓친 인재”라며 “개그우먼이 된 특수요원”에 대한 응원이 쏟아졌다. 공장 출하 총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프로덕션 디비전 부문에 출전한 김민경은 전체 341명 중 333등, 여성부 52명 중 51등을 기록했다.
비록 성적은 저조했지만 마흔이 넘은 여성 개그우먼이 본업과 전혀 다른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는 것 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출전기는 14일부터 4회에 걸쳐 IHQ 바바요와 유튜브에서 공개된다.

14일 서울 가양동 IHQ 사무실에서 만난 서현도(37) PD는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다”며 열띤 반응에 놀라움을 표했다. 서 PD는 지난해 6월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이하 맛녀석)을 만든 이영식 PD가 티캐스트로 이적하면서 ‘운동뚱’ 바통을 넘겨받았다.
“2020년 1월 ‘맛녀석’ 5주년 기자간담회 때 책상을 들고 온 게 저예요. 민경 누나가 아령이 붙어있던 책상을 통째로 들어버리면서 스핀오프로 ‘운동뚱’이 시작되고, 예고편 조회 수가 500만회에 달하면서 ‘와, 이거 어떻게 하지’ 싶었는데 그 이후 가장 큰 고비였던 것 같아요.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해 1~4안까지 준비해 놓고 누나한테는 ‘실격 당하면 끝이다. 그럼 정말 아무것도 못한다’며 정신 교육을 했죠.”

“처음 쏜 사람 맞냐” 남자부도 통과 실력 

웹예능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의 서현도 PD. 사진 IHQ 바바요

웹예능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의 서현도 PD. 사진 IHQ 바바요

숨쉬기 운동을 제외하면 한 번도 제대로 된 운동을 해본 적이 없던 김민경이 국가대표에 도전하게 된 것도 ‘운동뚱’ 덕분이다. 지속가능한 먹방을 위해 운동을 병행해보자고 시작했던 사이드 프로젝트는 헬스ㆍ필라테스ㆍ격투기ㆍ골프 등 시키는 종목마다 잘 해버리는 바람에 제작진의 고민도 깊어졌다.
서 PD는 “여러 종목을 하다 보니 더 이상 할 게 없었다. 희소한 종목으로 갈수록 캐릭터가 있는 선생님을 찾기도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뭐가 됐든 끝까지 한 번 가보자 였어요. 운동의 끝이 국가대표 이상 있을까, 그럼 우리도 국제대회에 나가보자 싶었죠. 늦더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죠.”

‘운동뚱’ 1회부터 약 3년간 운동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서 PD가 꼽은 김민경의 강점은 ‘타깃팅’과 ‘복사 능력’이다.
“여러 운동 수행 능력 중에서 타깃팅을 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더라고요. 막을 때보다 때릴 때 더 정확하게 때려요. 사냥꾼이죠.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진 않았지만 선생님이나 코치가 하는 걸 보고 그림으로 인식해서 그대로 몸을 움직이는 능력도 뛰어나고요. 거기에 근력과 힘이 뒷받침되니까 수행이 가능한 거죠.”
첫 사격 후 스스로 영점을 찾자 “처음 쏜 사람 맞냐”고 놀라던 IPSC 코치진은 김민경이 핸드건 테스트에서 여자부 통과 기준(6점)을 넘어 남자부(7점)까지 가능한 점수를 내자 “11월에 태국에서 만나자”고 부추겼다.

코로나로 대회 연기, 출전 가능해져 

김민경이 지난달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IPSC 핸드건 월드 슛 대회에 출전한 모습. 사진 IHQ 바바요

김민경이 지난달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IPSC 핸드건 월드 슛 대회에 출전한 모습. 사진 IHQ 바바요

여러 종목 중 사격으로 정해진 이유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시기적으로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사격은 생활체육이다 보니 (엘리트 체육인) 올림픽과는 달라요. 국제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을 선발하기 때문에 이번에 같이 출전한 선수들도 20대 대기업 직원부터 50대 버스 기사까지 연령대도, 직업도 다양한 편이에요. 원래 이번 대회도 20년에 열릴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로 두 차례 연기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도전해볼 수 있었죠.”

지난해 6월 ‘운동뚱’에서 사격을 처음 접한 김민경은 1년간 꾸준히 연습한 결과 올 6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통과 기준(80점)을 넘은 81점을 기록했다. 11월 대회를 앞두고는 일주일에 3~4번씩 스케줄이 빌 때마다 경기 하남과 강원 횡성의 연습장을 찾았다.
서 PD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절대적인 시간은 적을 수밖에 없지만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맙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프리 매치에 해당하는 1부, 메인 매치에 해당하는 2부로 나눠서 진행되는 방식인데 누나가 1부에서 19위였어요. 2부까지 모든 선수가 경기를 마치니 최종 51위가 됐지만 사실 꼴찌를 해도 이상하지 않잖아요. 마지막 날 정말 너무 힘들어서 그동안 제작비를 물어주고 안 한다고 말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유니폼 교환 요청 “진짜 국대 된 것 같다”

지난달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IPSC 핸드건 월드 슛 대회에 출전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 사진 국제실용사격연맹

지난달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IPSC 핸드건 월드 슛 대회에 출전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 사진 국제실용사격연맹

경기는 5일간 스테이지 30개를 통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낮에 경기를 마치면, 밤에는 대표팀 모두 머리를 맞대고 다음 날 스테이지를 연구했다.
서 PD는 “국제대회다 보니 제작진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바깥에서는 스테이지 안쪽이 보이지 않는데 둘째 날 갑자기 ‘스톱’ 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란 적도 있어요. 구조물 위치가 잘못돼서 처음부터 다시 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마지막 날은 앞 팀에서 연속으로 실격하는 모습을 봐서 타격을 입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잘 마무리한 것 같아요.”
73개국에서 1345명이 참가한 IPSC 최대 규모 국제대회에서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는 오프닝 세레모니가 끝나고 홍콩팀에서 유니폼 교환 요청을 하자 김민경은 “진짜 국대가 된 것 같다”며 감격해하기도 했다.

‘운동뚱’은 사격 편을 마치면 잠시 휴식기를 갖고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서 PD는 “사격을 계속할 수도 있고, 국제대회처럼 장기 이벤트를 1년에 한 번씩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는데 아직 정해진 건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누나가 ‘운동뚱’을 시작하면서 퀀텀 점프를 하는 구간이 있었잖아요. 그 뒤로는 SBS ‘골 때리는 그녀들’ 등 운동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정체기가 왔을 수도 있는데 사격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다시 한번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르는구나’ ‘이래서 항상 열심히 해야 되나 봐’ 이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하면 다른 인생을 살 수 있구나’ 하는 댓글을 보면 저희의 진심이 통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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