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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남는 쌀 모두 정부가 사라는데…"2030년 1.4조 쏟아부어야"

중앙일보

입력

과잉 생산으로 가격이 떨어진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초과 공급이 오히려 더 심해질 것”이란 국책연구기관이 전망이 나왔다. 결국 2030년에는 1조4000억원이 넘는 재정이 필요할 것이란 예측이다.

지난 10월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일대에서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쟁취·농민생존권 보장'을 위한 상경 투쟁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0월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일대에서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쟁취·농민생존권 보장'을 위한 상경 투쟁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14일 공개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효과 분석’ 국회 보고자료에서 “쌀 가격이 상승하고 쌀 농가의 소득 안정이 강화되는 효과가 예상되나, 쌀 초과 공급 규모는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쌀값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시행하는 정부의 ‘시장격리’ 조치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시장격리는 정부의 의무가 아닌 재량적 판단에 의해 시행돼 왔다.

쌀값이 하락한 이유는 쌀 소비량이 크게 감소하는데 비해 벼 재배면적이 조금밖에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쌀 의무 매입과 함께 논에 다른 작물을 심어 키우면 지원하는 ‘논 타작물 재배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REI는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논 타작물 재배 지원을 병행하더라도 2030년까지 연평균 43만t의 초과 생산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소비량을 제외하면 해마다 약 20만1000t이 남는 양이다.

남는 쌀을 정부가 무조건 사들이니 단기적으로는 쌀값을 방어할 수 있겠지만, 이 때문에 벼 재배면적이 덜 줄어들고 쌀 과잉 현상은 계속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KREI는 장기적으로 쌀 가격이 올해(수확기 기준, 80㎏당 평균 18만7000원)보다 낮은 17만2000원~18만원(2030년 기준)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REI는 시장격리와 논 타작물 재배 지원에 2030년 1조4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논 타작물 지원을 병행하면 2027년부터 오히려 재정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KREI는 “쌀 초과 공급 규모가 점차 증가하는 것은 정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벼 재배 면적의 감소폭이 둔화돼 과잉 물량은 증가하는데 이를 다시 격리하는 조치가 이어지므로 쌀 공급량을 줄일 수 있는 유인 체계가 작동하기 어려운 한계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은 시장격리 의무화가 국민 주식으로서 쌀 보호와 식량 안보에 필수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과 정부·여당 모두 쌀 재배 면적을 줄여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접근법에는 차이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논에 콩·밀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량 안보 관련 품목을 재배하면 지원하는 ‘전략작물 직불제’를 추진할 방침이다. 전략작물에 대한 지원을 제도화해 쌀값의 등락에 따라 벼농사로 돌아가는 경우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밀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루쌀’로의 전환을 지원할 계획이다. KREI는 “타 작물의 수익성과 영농 편의성을 높여 쌀 농사로의 회귀를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벼 재배면적 축소는 물론 쌀 소비 자체를 촉진하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과제다.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소포장 쌀 가공과 유통을 확대하고 쌀로 만든 식품의 개발·판로 개척 등을 지원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침밥 먹는 문화 등 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고, 미래 세대의 쌀 중심 식습관 형성을 위해 교육·홍보사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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