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강찬호의 시선

더불어민주당, ‘언론 자유’ 외칠 자격 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의 언론 대응은 때로 거칠고 서툴다. 특히 ‘비속어 가짜 뉴스’ 논란을 이유로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것이나 MBC 기자의 슬리퍼 착용을 문제 삼은 건 언론 자유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들어 “윤 정부가 전두환보다 더한 언론 탄압을 한다”고 맹공하는 데에는 웃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시절 현 정부에 비해 강도가 훨씬 센 언론 ‘손보기’가 자행 됐음을 기억할 때, 다른 이는 몰라도 민주당은 ‘언론 자유’를 외칠 자격이 없다.

당장 검찰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 조작 의혹에 대해 수사를 개시했다. “심사 점수를 조작하고, 민주당에 비판적인 특정 임원의 경영 배제를 강요했다”는 등의 혐의(직권남용 등)로 한상혁 위원장 등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 6명을 공정언론국민연대(이하 공언련)가 고발한 사건이다. 당시 심사 결과 경기방송은 유효기간 4년의 조건부 재허가 승인을 받자, 이듬해 3월 문을 닫았다. 당시 방통위 심사에서 경기방송은 33개 심사 대상 방송사 중 객관적 평가에선 8위에 올랐으나 심사위원의 의견이 반영되는 주관적 평가에선 33등으로 처졌다. 친 민주당 성향 심사위원이 점수를 고의로 낮게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 정부 언론 대응에 문제 있지만
문 집권 시절 언론 손보기 역대급
‘탄압’ 주장 앞서 과거 반성할 때

이같은 ‘경기방송 죽이기’는 2019년1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기방송 청와대 출입 기자 김예령씨의 질문이 발단이 됐다고 공언련은 주장했다. 김씨는 당시 회견에서 “현실 경제는 얼어붙었는데 대통령이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고,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는다”고 질의했다. 이후 김 기자는 문 대통령 지지층의 문자폭탄에 치도곤을 당한 끝에 1년여 뒤 기자직을 떠났다.

최근 탁현민 전 청와대 비서관은 SNS로 문제의 기자회견을 소환했다. “(문재인) 청와대는 그 기자를 제재해야 한다거나, 해당 언론사 취재를 제한한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런 제재가 가능하다고 생각해보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불손한’ 질문을 한 기자와 매체에 손끝 하나 안 대는 등 윤 정부와 달리 언론 자유를 존중했다”는 뜻일 것이다. 한데 김 전 기자에게 직접 물어보니 상황은 전혀 달랐다.

문 정부는 정말 당신과 경기방송에 제재를 안 했나.
“무슨 소리냐. 회견 1년 만인 2020년 1월 6일, 한낮에 사장이 날 회사로 부르더니 ‘출입처인 청와대를 떠나 멀리 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어디로 가라는 거냐’고 하니 ‘경기 북부를 출입처로 하라’고 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한직인 경기 북부로 가라니 이해가 안 간다’고 답했다. 그러자 사장은 ‘우리가 재허가 심사 받는 중이잖아. 그 과정에서 김예령 기자의 그림자가 따라 다녀’라고 하더라. 어이가 없어 ‘그게 무슨 말씀이냐’고 되묻자 사장은 ‘우리 간부들이 방통위에 가면 네 얘기가 자꾸 나온다. 살신성인하라’고 하더라. ‘그런 이유라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답한 뒤 사장실을 나와 방통위 출입 동료 기자에게 ‘방통위에서 나와 관련해 얘기가 나왔나’고 물으니 ‘김예령의 이름이 방통위에서 계속 거론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이가 없었겠다.
“그래서 난 페이스북에 ‘내가 회사를 그만둬야 할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이게 언론에 대서 특필됐다. 그러자 사장이 내게 전화해 ‘더 이상 이 얘기가 나오는 걸 원치 않는다. 네가 더 이상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사장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입을 닫았고, 2020년 3월 사표를 냈다. 즉각 수리되더라. 그런데 얼마 뒤 차를 운전하며 경기방송을 듣는데 ‘시대 변화에 순응 못하고 종방합니다’는 멘트가 나오는거다. 너무 슬프고 한이 맺혀 운전대를 부여잡고 홀로 울었다.”

집권당 시절인 지난해 8월 ‘허위 보도’에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여 좌파 언론 단체들마저 ‘언론재갈법’이라며 반발하는 사태를 자초했던 민주당은 야당이 되자 법안의 ‘ㅂ’자도 꺼내지 않고 있다. 대신 윤 정부의 언론 탄압을 막겠다며 ‘언론자유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특위 간담회에 참석한 언론인들이 “당신들이 추진해온 언론중재법은 어떻게 할 거냐”고 추궁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특위 취지와 안 맞는 질문”이라며 도망가기 바빴다. 여당 시절 ‘백년 집권’을 믿고 언론에 휘두른 도끼가 야당이 되자마자 부메랑으로 돌아온 격이다. 이런 사람들이 ‘언론 자유’ 운운하니 기가 막히다는 표현도 아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