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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대는 부산오페라하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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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위성욱 기자 중앙일보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수년 전부터 부산에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같은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될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된다고 해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이 오페라하우스가 설계·시공사 간 갈등으로 공사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부산 북항에 건립 중인 오페라하우스는 2018년 5월 착공하며 사람들의 기대를 받았다. 지하 2층, 지상 5층에 연면적 5만1617㎡ 규모로 2022년 완공이 목표였다. 2008년 롯데그룹이 부산을 위해 내놓기로 약정한 1000억원을 기반으로 부산시가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같은 세계적 명소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추진했다. 시공은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이 맡았다.

세계적인 건축물을 짓기 위해 설계부터 국제 공모를 거쳐 노르웨이 설계회사 스노헤타와 일신설계 컨소시엄 설계가 당선작으로 뽑혔다. 진주를 품은 조개가 바다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이다. 조개껍데기 위쪽은 비스듬하게 옥상으로 이어져 산책로와 공중 공연장 역할을 한다. 바다 쪽으로 보고 있는 껍데기 위·아래 사이 공간은 외벽을 유리 등을 이용해 곡선 형태로 만들기로 했다. 조감도만 보면 완공 후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부산 북항에 건립될 부산 오페라하우스 조감도. [부산시]

부산 북항에 건립될 부산 오페라하우스 조감도. [부산시]

그러나 공사가 진행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시공사 측이 “건물 외벽을 곡선 형태로 만들려면 비틀어진 철골이 만나 연결되는 부위 등이 정확히 계산돼 있어야 하는데 설계에 빠져 있어 구현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이후 시공사 측이 보완을 요구했고, 설계사 측은 설계를 다시 내놓았다. 하지만 보완 설계에 따라 공사를 하면 약 4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기간도 1년 가까이 늘어나는 데다 구조물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기초구조물 무단 시공 등 논란도 불거지면서 설계와 시공간 갈등이 깊어졌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당초 공사비 211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여러 이유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현재 305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었다. 완공 시기도 2022년에서 2024년까지 연기됐는데 논란이 계속되면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공정률은 40% 정도다.

세계적인 건축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도 공사 과정에 설계와 시공의 눈높이가 달라 장기간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움이 계속되는 전례 없는 건축물을 지을 때 이런 산고는 어쩌면 예상된 수순일 수도 있다. 문제는 디자인과 시공이라는 이상과 현실의 격차를 줄이는 방식에 있다. 지금처럼 서로의 탓만 해서는 공사 기간만 늦어지고 공사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산시가 다음 달 29일까지 검증위원회를 열어 해결책을 찾는다고 하니 더는 불협화음이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