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거리에 떨어진 대출 전단.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금융당국이 법정 최고금리 손질 논의에 착수했다. 연 20%로 묶인 법정 최고금리가 금리인상기에 취약 차주들을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모는 ‘역설적인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시장금리 연동형’을 포함해 해외 여러 제도를 검토 하고 있다.
금융위 측 관계자는 14일 본지 통화에서 “지난 9월부터 서민금융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고 최근에는 법정 최고금리 상한 제도 개선을 포함해 불법사금융 척결 등 여러 이슈를 살펴보고 있다”며 “해외 사례를 검토하는 등 (법정 최고금리 제도 개선과 관련해) 여러 가능성을 실무적으로 보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현행 최고금리 제도는 2002년 10월 대부업법 제정 이래 줄곧 상한을 고정하는 방식을 채택해왔다. 대부업법상 최고금리는 연 27.9%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까지 낮췄다.
문제는 올 한 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불거졌다. 기준금리는 올해에만 1.25%에서 3.25%로 뛰었지만, 최고 금리는 20%로 막혀 있다.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제자리인데 조달금리만 크게 올라 수익성이 악화된 대부업체등은 결국 저신용 차주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최고금리 인하는 차주들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였지만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 마저 취약차주들에게 돈을 빌려줄 수 없게 만들어, 취약차주들이 불법 사채로 밀려나는 ‘역설’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가 현재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대안은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최고금리 도입이다. 특정 금리 수준으로 최고금리를 제한하기보다 시장 상황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는 방식이다. 금융위 측 관계자는 “현재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은 최고금리 상한을 시장에 연동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연동형도 나라마다 달라 얼마를 어디에 연동할지 등 다양한 안을 살펴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최고금리 상한을 이전 분기 시장 평균금리의 133%로, 이탈리아는 시장 평균금리의 150%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정책이 빠르게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정치권 설득이 관건이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불문 최고 금리 추가 인하를 주장하는 법안이 10건 넘게 발의된 상태다. 대표적으로 여당에서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이 지난 8월 금전 대차에 의한 계약상의 최고 이자율을 기존 연 최대 25%에서 12%로 낮추는 내용의 ‘이자제한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야당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법정 최고 이자율을 어긴 대출은 계약을 무효로 하는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개정안을 내며 “법정 최고 금리 적정 수준은 11.3~15%”라는 경기연구원 연구를 인용하기도 했다.
한편, 이 외에도 금융위는 불법 사금융으로 몰려나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는 내년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100만 원 한도 내에서 긴급 생계비 등을 대출해주는 등 정책 서민금융을 확대할 예정이다. 임시 조직으로 설치한 ‘불법 사금융 긴급대응단’ 역할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