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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노웅래…이정근 "공소장 野정치인 모두 증인신청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업가 박모씨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10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변호사법·정치자금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근(60)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14일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공소장에 거명된 문재인 정부 시절 장·차관급 인사와 전·현직 민주당 국회의원 등을 전부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했다.

공소장에 등장하는 전·현직 민주당 의원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 5명이다. 이 전 부총장은 송 전 대표가 당 대표일 때 중앙당직자인 사무부총장에 임명됐다. 공소장에는 이 전 부총장이 박씨에 “나는 유력 정치인 송영길 의원의 측근이다. 송영길이 곧 당의 주도적 위치로 갈 것이니 내년에 있을 21대 총선에서 서초구 공천은 따 놓은 것과 다름없다”(2019년 12월) “내 뒤에 송영길 이런 분들이 있다. 나를 도와주면 나중에 사업적으로 많이 도와줄 테니 스폰(후원)을 해달라”(2020년 3월)며 선거비용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청탁 대가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1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14일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사진은 지난 9월 30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들어서는 이 전 부총장. 연합뉴스

청탁 대가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1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14일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사진은 지난 9월 30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들어서는 이 전 부총장. 연합뉴스

그러나 이 전 부총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 앞서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실질적으로 청탁이나 알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겠다”며 공소장에 언급된 공무원, 사건 관계자, 사채업자 등에 대한 증인 신청 계획을 밝혔다. 공판준비기일은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 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 및 증인신문 계획을 세우는 준비 절차로,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지만 이 전 부총장은 변호인과 함께 출석했다. 이 전 부총장의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중앙일보에 “이 밖에도 공소장에 등장하는 야권 정치인 전원을 증인으로 신청할 것”이라며 “이들은 공소사실에 적시될 정도로 박씨 주장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참고인들인데 검찰은 이들을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장은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증인 신청 명단에 올렸다. 노 의원은 이 전 부총장의 공소장엔 등장하지 않지만 “이 전 부총장을 박씨가 관리한 방식, 박씨가 거짓 주장을 한 사실 등을 입증하기 위해 신청하는 것”이라는 게 이 전 부총장 측 설명이다. 노 의원은 같은 박씨로부터 6000만원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2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그 역시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사업가 박씨로부터 각종 청탁의 대가로 2019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수십회에 걸쳐 9억4000만원을, 21대 총선 출마를 앞둔 2020년 2~4월 불법 정치자금 3억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일부 중복으로 총 10억원)로 지난 10월 19일 이 전 부총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 공소장엔 이 전 부총장이 박씨에게 야권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금품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부총장은 박씨가 자신 또는 지인의 사업 관련 각종 이권, 공직자 인사에 관해 청탁을 하면 “내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친하다” “대통령비서실장과 친하다”며 ▶인사할 때 가져갈 돈 ▶조카 전세자금 ▶선거자금 등의 명목으로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이 전 부총장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공소사실 대부분은 이 전 부총장과 분쟁 관계가 있는 당사자의 일방적인 주장에 근거한 것”이라며 “수억원의 금원을 계좌거래로 차용하고 그중 3분의 2 정도를 변제한 단순 금전차용 관계일 뿐 청탁의 대가로 받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이어 “사업가 박씨가 2019년 12월 자신을 수천억원대 자산가로 소개하며 ‘험지에서 고생하는 정치인을 돕고 싶다’고 이 전 부총장에 접근한 것”이라며 “어떤 부정한 청탁이나 알선의 대가로 주고받은 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무상으로 기부받은 게 아니라 급전을 빌린 것이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장은 지난 3·9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서울 서초갑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자신의 선거사무원에 법정 한도를 초과하는 활동비를 지급하고 지난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희망자들에게서 수백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이 전 부총장은 지방선거 후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서초갑 지역위원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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