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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창업자, 최대 115년형…"美 역사상 가장 큰 금융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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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달 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30)가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됐다. 고객과 투자자의 돈을 계획적으로 빼돌려 바하마 등에 호화부동산을 사고 미국 정치권에 정치자금을 뿌린 혐의다.

FTX 창립자 겸 전 최고경영자(CEO) 샘 뱅크먼프리드가 13일(현지시간) 바하마 수도 나사우에서 미국 정부와 공조한 바하마 당국에 체포돼 법원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AFP

FTX 창립자 겸 전 최고경영자(CEO) 샘 뱅크먼프리드가 13일(현지시간) 바하마 수도 나사우에서 미국 정부와 공조한 바하마 당국에 체포돼 법원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AFP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뱅크먼프리드를 형법상 사기,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데미언 윌리엄스 뉴욕 남부연방지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금융 사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뱅크먼프리드는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지난 12일 바하마에서 체포됐다. 보석을 신청했지만 도주 우려를 이유로 거부당한 후 구금 중이다.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여부가 결정된다. 미 정부는 조만간 바하마 당국에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해당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될 경우 뱅크먼-프리드는 최대 115년 형을 받을 수 있다.

미 언론이 소개한 공소장 등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FTX를 설립한 2019년부터 지난달 파산할 때까지 FTX 이용자와 투자자의 자금을 자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로 빼돌려 부채 상환과 투자에 사용했다. 자금 중 일부로는 바하마의 호화 부동산을 사들였다. 미 델러웨어주 파산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FTX가 바하마에서 사들인 부동산은 35곳으로, 전체 규모는 2억5630만 달러(3300억원)에 달한다.

고객 돈으로 미국 정치권에 거금을 뿌리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와 그의 동료들은 최근 몇 년간 7000만 달러의 이상의 이상의 정치자금을 기부했다. 특히 뱅크먼프리드는 2022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4000만 달러를 기부했는데, 대부분은 민주당과 진보 성향 단체에 기부됐다. 윌리엄스 지검장은 “이 모든 더러운 돈은 초당적 영향력을 사고, 워싱턴의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뱅크먼-프리드의 욕망을 채우는데 사용됐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투자자들을 상대로 수년 간 사기행각을 저지른 혐의로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SEC는 소장에서 “뱅크먼프리드는 호화 아파트를 사고 선거 캠페인을 돕고 개인 투자를 하기 위해 알라메다를 자신의 돼지저금통처럼 이용했다”며 “FTX 주식 투자자와 고객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SEC는 뱅크먼-프리드가 투자자들을 속인 것은 수년간의 계획된 사기 음모라고 판단하고 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도 성명을 내고 “뱅크먼-프리드는 속임수에 기반한 ‘카드로 만든 집’을 지어놓고, 투자자들에게는 암호화폐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건물이라고 속였다”고 말했다.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내부 통제는 허술했다. 존 레이 FTX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하원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해 뱅크먼-프리드의 횡령에 대해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구식 횡령”이라고 말했다. 특히 FTX 직원들은 사무용 메신저인 슬랙을 이용해 자금 청구서를 교환하는 등 자금 흐름을 추적할 만한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른바 '서류 없는 파산'이다. 레이 CEO는 “나의 경력을 통틀어 조직의 모든 부문에서 이런 기업 통제의 완전한 실패를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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