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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병원서만 의료진 700명 확진…의료 붕괴 사투 벌이는 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수도아동과연구소부속병원에 어린 환자와 부모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발열환자 확인부스 옆을 지나가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1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수도아동과연구소부속병원에 어린 환자와 부모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발열환자 확인부스 옆을 지나가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진료 현장에 경증 의료진과 퇴직 의사까지 투입되는 등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방역 당국이 60세 이상 노인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추가 접종에 나섰지만, ‘물백신’을 피하기 위해 해외 접종을 꾀하는 중국인도 늘고 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이징에선 의료진이 잇달아 감염되면서 현지 병원들이 큰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일부 병원에서는 응급이 아닌 수술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스토리) 의사 커뮤니티인 ‘팔점건문(八點健聞)’에도 “의료진 양성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의료기구가 ‘암흑 시기’를 맞아 분투하고 있다” 등 현지 상황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르면 베이징 3급(최상급) 종합병원의 한 직원은 하루 만에 700여명의 의사·간호사가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일부 진료과(科)는 의료진 전원이 확진돼 의사 한 명만 병원을 지키도록 한 상태라고 한다.

또다른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과 인접한 허베이(河北) 성의 바오딩(保定)은 의료 환경이 더욱 열악하다. 현지의 한 2급 병원은 직원 3분의 1이 양성, 3분의 1은 증상 발현으로, 나머지 3분의 1 직원만으로 어렵게 병원을 운영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14일 오전 중국 베이징의 수도아동과 연구소 부속병원 입구에 어린 환자와 부모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입구에서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14일 오전 중국 베이징의 수도아동과 연구소 부속병원 입구에 어린 환자와 부모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입구에서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中 당국자 “경상자는 전선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인터넷에는 지난 9일 소집된 베이징시 의료공작 보장회의 지침이 유포됐다. 의료진은 핵산 검사나 밀접접촉 여부를 판단하지 않도록 했으며, 발열 증상이 심각한 의료진만 순환 근무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무증상 의료진은 근무에 투입해 근무자 80% 비율을 보장하도록 했다. 또 일부 병원에서는 65세 미만 은퇴 의사도 동원해 의료 현장에 투입했다.

쩡광(曾光)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전염병 수석 과학자는 지난 13일 “전쟁이 터지면 ‘경상자는 전선에서 물러나지 않는 법’”이라며 “베이징시가 적시에 응급조치를 발표해 의료진 가운데 무증상 감염자와 경증 환자는 의료 현장을 지키도록 했다. 이래야만 발열 환자의 24시간 응급 대응과 중증 환자의 진료와 처치를 보장할 수 있다”고 인터넷 매체 펑파이(澎湃) 인터뷰에서 말했다.

장원훙(張文宏) 상하이 푸단(復旦)대 부속 화산(華山)의원 감염병학과 주임은 “향후 한두 달이 중국 의료기관에 암흑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병원마다 모든 노력을 다해 기층 사회의 감염 속도보다 감염을 늦춰 앞으로 한 달을 견뎌내야 한다. 다음 달 압력은 비교적 낮을 것이지만, 절정기에는 매우 큰 압력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만일 의료 시설이 관리를 잘하지 못하면 대규모 병원 내 감염으로 의료진 부족 사태와 환자 감염으로 이어져 사망률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1년 2월 마카오 시민들이 의료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차이신

지난 2021년 2월 마카오 시민들이 의료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차이신

mRNA 백신 접종 위해 마카오 行 

확산세가 가파르자 14일 중국 국무원(정부) 방역메커니즘은 코로나19 백신 2차 부스터샷 접종 계획을 발표했다. 60세 이상 노인과 기저 질환자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9가지 종류의 백신 추가 접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 백신 리스트에도 메신저 리보핵산(mRNA) 계열의 ‘화이자 백신’은 포함되지 않았고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자체 개발한 백신만 사용한다.

이에 중국산 ‘물백신’을 피해 mRNA 백신 접종을 위해 중국인들이 마카오로 몰리고 있다고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이 14일 보도했다. 마카오에서는 지난달 1일부터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mRNA 백신인 상품명 ‘푸비타이(復必泰)’ 접종을 허용하고 있다.

中 방역당국 무증상감염자 발표 중단 

이런 가운데 중국 방역 당국은 14일부터 지난 2020년 4월 1일부터 집계해 왔던 이른바 무증상감염자 발표를 중단했다. 리췬(李群) 중국 질병통제센터 응급센터 주임은 이날 “많은 무증상 감염자가 핵산 검사에 참여하지 않고, 의료 기관에 갈 필요가 없어지면서 실제 숫자를 파악하기 어려워졌다”며 “오늘부터 무증상 감염자 데이터를 발표하지 않지만, 무증상 감염자에 대해 계속 기층 의료위생기구에서 재택 건강 모니터링을 지도하고, 건강상태를 돌보며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사는 이미 지난 10일부터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서 발표한 신규 확진자 숫자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20년 5월 23일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500만명을 넘을 때부터 최근까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통계를 인용해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를 중국중앙방송(CC-TV) 메인뉴스를 통해 보도하며 중국식 방역이 우월하다고 선전해왔다.

쑨춘란 부총리 “중국 체제 우위, 정점 넘길 것”

한편, 쑨춘란(孫春蘭) 부총리는 13일 베이징 방역 상황을 시찰하며 “업무의 중심을 감염의 예방과 통제에서 의료 구호로 바꾸고, 업무 목표를 건강 보호, 중증 방어에 주력하라”고 지시했다고 인민일보가 14일 보도했다. 쑨 부총리는 “베이징 당국이 대중의 치료와 투약 문제 해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중국은 거국 체제의 우위를 갖고 있어 반드시 안정적으로 전염병의 정점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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