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해에 참치떼, 서해엔 오징어떼…한반도 '황금어장' 변했다,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10월 강원 고성군 대진항에서 어민들이 잡아 온 방어를 배에서 내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10월 강원 고성군 대진항에서 어민들이 잡아 온 방어를 배에서 내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해안 방어 어획량 지난해보다 ‘2790t 증가’

어획량 5954t. 강원도환동해본부가 집계한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강원 동해안 고성과 속초 등에서 잡힌 방어 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164t과 비교하면 2790t이나 는 수치다.

그동안 방어는 제주 바다가 주산지였다. 하지만 제주 해역보다 2~3배 많은 방어가 강원 동해안에서 잡히고 있다. 지난해 제주도 인근에서 잡힌 방어는 1494t에 그쳤다. 고성에서 정치망으로 물고기를 잡는 최모(58)씨는 “고성 인근 해역에서 방어가 많이 잡히는 건 이제 이상한 일이 아니다”며 “몇 년 전부터 어획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에 방어 못지않게 흔해진 어종은 참치(참다랑어)다. 기후 변화로 수온이 상승하고 해류가 변하면서 참치 떼가 몰려오고 있다. 지난 9월 동해안에 참치 떼가 출몰하면서 어민들이 곤욕을 치렀다.

지난10월 강원 고성군 대진항에서 어민들이 잡아 온 방어를 배에서 내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10월 강원 고성군 대진항에서 어민들이 잡아 온 방어를 배에서 내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치 떼 몰려와 하루 20~30t 폐기

참치는 국제기구인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 협약에 따라 국가별 어획 쿼터량이 정해져 있다. 이를 어기면 수산업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올해 강원도에 배정된 참치 어획 쿼터량은 24.4t에 불과했다. 이에 강릉지역 어민들은 정치망에 걸린 20~30t의 참치를 매일 같이 폐기하느라 애를 먹었다.

강릉지역 참치 어민 김철곤(50)씨는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버리는데 더 많은 힘을 쏟고 있다”며 “기후와 어장 변화에 맞춰 어업인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동해안을 상징하던 어종인 오징어는 급격히 줄고 있다. 여름철이면 동해안 식당들이 오징어를 구하지 못해 서해안에서 잡힌 오징어를 사다 쓰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충남 태안 앞바다는 여름철이면 ‘오징어 황금어장’이 형성된다. 이때 포항과 울산·부산 선적이 몰려가 조업을 한다. 지난해 충남지역에서 잡힌 오징어는 3855t으로 2012년 695t에서 5배 이상 증가했다. 어민들은 "이제는 서해가 오징어 황금어장이 됐다"고 했다.

지난 7월 경북 영덕군 장사해수욕장 해안으로 밀려온 참치 사체. 뉴스1

지난 7월 경북 영덕군 장사해수욕장 해안으로 밀려온 참치 사체. 뉴스1

어종의 해역 간 대체 현상 뚜렷하게 나타나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한반도 해역의 어종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방어류와 성대류, 아귀류는 남해에서 감소했지만 동해에서는 증가하고 있다. 꼼치류도 남해에선 줄었지만, 서해에서는 늘고 있다. 홍어류는 서해에서 감소했지만, 남해에서는 늘었다.

이처럼 해역 간 어종 대체현상은 이상기후에 따른 수온 변화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내놓은 ‘2022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를 보면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54년간 국내 해역 연평균 표층수온(표면)이 1.35도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세계 평균 표층수온 상승률이 0.52도인 점을 고려하면 2.5배나 높은 수치다.

해역별 표층수온은 동해가 1.75도, 서해 1.24도, 남해가 1.07도 상승했다. 동해에서 표층수온이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한 것은 열을 실어나르는 대마난류의 세기가 1980년대 후반부터 강해지고 있어서다.

지난 8월 충남 태안에서 오징어가 많이 잡히면서 근흥면 신진도항이 오징어를 찾는 상인과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충남 태안에서 오징어가 많이 잡히면서 근흥면 신진도항이 오징어를 찾는 상인과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해수부 ‘이상 수온 특보 발령 제도’ 운영

이에 해양수산부는 2017년부터 이상수온 특보 발령 제도까지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연안 고수온 특보는 7월 15일부터 8월 26일까지 43일간 지속했다. 당시 7월 한 달간 표층수온은 동해를 중심으로 평년 대비 2~6도나 높았다. 1989년 인공위성으로 수온을 관측한 이래 가장 높았다.

이런 수온 상승은 연근해 해역에서 주로 잡히는 어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등어류·멸치·살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은 증가했고 명태·꽁치·도루묵 등 한류성 어종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동해안은 전갱이류 등은 증가하고 명태·꽁치·도루묵·살오징어 등은 줄었다. 서해안은 멸치·살오징어가 증가했지만 갈치·참조기 등은 감소했다. 남해안은 살오징어·고등어류·멸치·갈치 등이 증가했고 참조기 등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충남 태안에서 오징어가 많이 잡히면서 근흥면 신진도항이 오징어를 찾는 상인과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충남 태안에서 오징어가 많이 잡히면서 근흥면 신진도항이 오징어를 찾는 상인과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연근해 어업생산량 93t으로 대폭 감소

김중진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주어장이 바뀐다는 것은 서식지가 변하고 있는 것으로 오징어 이동 경로를 보면 수온 상승과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연근해 어업생산량은 1980년대(1980~1989)에 151만t 내외였다. 1990년대 들어 140만t 수준으로 감소하더니 2000년대에는 116만t까지 줄었다. 이후 2010년대 104만t을 기록했고 2020년대 들어서는 93만t 그치고 있다.

어획량 감소는 표층수온 영향과 2000년대 이전 과도한 어획, 어업협정에 의한 어장축소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