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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다녀오니 웬 남자가 침대서 쿨쿨…침입男 정체 밝혀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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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번화가에서 홀로 사는 젊은 여성의 집에 무단 침입한 40대 남성이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피해 주택에 설치된 도어락을 멋대로 교체하는 수법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으며, 서울에서 부산으로 와 노숙 생활을 하던 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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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 잊었다”며 문 따고 하룻밤 보내
지난달 17일 오전 9시쯤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한 오피스텔. 이곳에서 40대 남성 A씨가 출입문 도어락을 교체하는 열쇠 수리공을 불렀다. A씨는 열쇠 수리공에게 “도어락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 도어락을 교체해달라”고 했다. 교체작업이 끝나자 A씨는 교체 비용 30여만원을 치른 뒤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 집은 A씨가 사는 곳이 아니었다. 집 주인 여성 B씨는 장기간 집을 비웠다가 A씨가 침입한 이튿날인 지난달 18일 오전 귀가했다. B씨는 출입문 도어락이 바뀐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문을 강제로 열었다. 그때까지 집주인 침대에 드러누워 잠을 자던 A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이 집에 하룻밤 머무른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집 안에 있던 음식을 일부 먹었지만, 귀중품 등은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주소는 서울, “가족과 다퉈 부산행” 주장

조사 결과 A씨는 서울에 주소를 두고 있으며, 가족이 있고 일정한 금액이 든 은행 통장도 지녔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그가 서울에서 가족과 다툰 뒤 범행 일주일 전 부산에 왔으며, 부산시청 앞 광장 일대에서 노숙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파악했다.

A씨는 “아는 사람이 집 비밀번호를 알려줘 쉬러 간 것”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는 지인 이름이나 연락처 등을 알지 못하며, 부산에 살던 사람이 아니라는 점 등으로 미뤄 허위 주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지명 수배 등 다른 사건에 연루된 사실도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주거가 부정하며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행색 수상했지만… 열쇠공 ‘처벌’ 불가능

A씨가 처음부터 도어락 교체를 시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 찾아가 “주민인데 도어락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며 문을 열어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A씨는 평상복 차림이었지만 긴 노숙 생활로 머리가 헝클어지고, 손톱 밑에 때가 새카맣게 끼어있는 등 의심이 갈 만한 행색이었다고 한다.

관리사무소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A씨는 도어락 교체를 시도해 성공했다. 도어락을 교체해 준 열쇠 수리공은 처벌이 어렵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공범일 가능성이 없으며 수리공에게 형사 책임을 지울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정보 확인 의무화’ 입법 시도 있었지만 폐기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2014년 4월 국회에서 이찬열 전 의원 등 13명이 ‘열쇠관리업 및 특수해정도구 소지 금지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일명 ‘열쇠법’이다.

이 법안은 당시 주택과 사무실 등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침입하는 범행이 잇따르자 열쇠수리공을 국가 자격증화하고 수리공 고객 정보 확인 의무화 등을 규정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하지만 이 법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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