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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 서명…"결혼은 누굴 사랑하는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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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결혼존중법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결혼존중법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무늬와 보랏빛 물결로 가득했다. 게이와 레즈비언을 비롯해 LGBTQ 사회를 대표하는 시민 수백 명이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하는 연방법인 '결혼존중법(Respect for Marriage Act)' 발효를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바이든, 의회 초당적 통과한 결혼존중법 서명 #"결혼은 누굴 사랑하는가, 충실할 것인가 #질문에 정부 개입 없이 스스로 답하는 것" #신디 로퍼 공연, 성소수자 수백명 축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결혼존중법 서명에 앞서 한 연설에서 이 법안을 "결혼 평등권과 평등한 권리를 위해 싸운 여러 세대 부부의 용기와 희생을 기리는 기념비적인 민권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2년 부통령 시절 방송 인터뷰에서 예기치 않게 동성 결혼 지지 입장을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는 연방대법원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기 전이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해 행정부 안에서도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했던 말을 인용해 "결혼은 누구를 사랑하는가, 사랑하는 이에게 충실할 건가, 그 이상으로 복잡하지 않다"면서 "결혼을 할지, 누구와 할지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 내릴 수 있는 가장 심오한 결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법안은 지난달 상원을 찬성 61표, 반대 36표로 통과한 데 이어 지난 8일 하원에서 찬성 258표, 반대 169표로 가결됐다. 상원에서는 라파엘 워녹 의원(조지아주)을 제외한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 49명 전원이 찬성했고, 공화당 의원 12명이 찬성표로 힘을 보탰다.

하원은 민주당 의원 전원이 찬성하고, 공화당 의원 39명이 동조해 초당적 합의를 이뤄냈다. 전체 하원의원(435명)의 3분의 1가량인 공화당 의원 169명은 반대했다. 법안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 서명으로 공식 발효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15년 '오베르게펠 대 호지(Obergefell v. Hodges)' 판결로 동성혼을 50개 주 전체에서 합법화했다. 하지만 보수화된 연방대법원이 지난 6월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어 일부 주에서 낙태권을 제한하면서 오베르게펠 판결도 뒤집혀 동성혼 권리도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보수 성향의 토머스 클래런스 연방대법관은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는 다수 의견서에 법원이 추후 오베르게펠 판결도 재고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동성 결혼을 연방 법률로 합법화하겠다고 공약했고, 의회에서 초당적 협력을 끌어내 입법에 성공했다.

결혼존중법 발효를 축하하기 위해 13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시민 수백명이 모였다. AP=연합뉴스

결혼존중법 발효를 축하하기 위해 13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시민 수백명이 모였다. AP=연합뉴스

이날 결혼존중법의 통과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남편과 아내로 결합하는 경우에만" 결혼으로 인정하는 1996년 '결혼방어법(Defense of Marriage Act)'은 무효가 됐다.

결혼존중법은 동성혼이 합법인 주에서 한 결혼을 미국 연방 정부와 50개 주 모두 인정하도록 했다. 모든 주 정부가 동성혼 부부의 결혼을 합법화하라고 강제하지 않는 대신 다른 주에서 합법적으로 한 결혼을 성(性), 인종, 민족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 행위를 금지한다.

동성혼에 반대하는 보수적인 종교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타협한 부분은 또 있다. 종교단체에 동성 부부를 위한 결혼식을 제공하도록 강제하지 않고,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종교단체도 비과세 자격을 박탈하지 않는다.

동성혼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이 바뀐 덕에 법안은 초당적으로 통과될 수 있었다. 지난 5월 갤럽 조사에서 미국인 71%가 동성혼을 법률로 인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1996년에는 미국인의 27%만이 그렇게 생각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에는 56만8000명의 동성혼 부부가 있다.

이날 백악관은 성 소수자들과 지지자들에게 축제의 장이었다. 성 소수자 권리를 옹호하는 활동가 겸 가수 신디 로퍼는 보랏빛 염색 머리로 꾸미고 나와 열창했다. 자신을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고 여기는 '젠더 퀴어'라고 커밍아웃한 가수 샘 스미스도 축하 공연을 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 대표는 2018년 딸 앨리슨이 다른 여성과 결혼할 때 착용한 보라색 넥타이를 매고 왔다. 슈머 대표는 딸 부부가 내년 봄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소개한 뒤 "변화를 위해 수년간 노력한 수백만 명 덕분에, 또 내 동료들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내 손주는 두 엄마의 결혼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동성혼은 기본적인 인권"이라며 가족으로 인정받을 권리,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4년 매사추세츠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동성혼 합법화의 문을 연 26년 차 여성 부부도 연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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