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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다시 한 팀이 된 KB 황경민-한성정

중앙일보

입력

13일 삼성화재전에서 승리한 뒤 환하게 웃은 KB손해보험 한성정과 한경민. 대전=김효경 기자

13일 삼성화재전에서 승리한 뒤 환하게 웃은 KB손해보험 한성정과 한경민. 대전=김효경 기자

두 친구가 팀을 구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황경민과 한성정(이상 26)이 KB손해보험을 연패의 수렁에서 건져냈다.

KB손해보험은 1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5-23, 23-25, 25-14, 25-21)로 이겼다. KB손해보험은 11월 9일 현대캐피탈전 이후 이어온 8연패를 끝냈다. 4승 9패(승점12)가 된 KB손해보험은 최하위 삼성화재(2승 12패·승점8)의 추격도 따돌렸다.

KB손해보험은 삼성화재전에서 외국인 선수 없이 싸웠다. 노우모리 케이타의 후임자로 뽑은 니콜라 멜라냑을 방출하고, 안드레스 비예나를 영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집트 리그에서 뛰는 비예나는 아직 계약이 마무리되지 않아 최소 1~2주 뒤에나 뛸 수 있다.

1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함께 웃는 황경민(왼쪽)과 한성정. 사진 한국배구연맹

1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함께 웃는 황경민(왼쪽)과 한성정. 사진 한국배구연맹

국내 선수들끼리 뛰었지만 경기력은 뛰어났다. 한성정과 황경민 두 아웃사이드히터들은 연이어 어려운 공격을 때려냈다. 3인 블로킹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스파이크를 날렸다. 황경민은 20점, 한성정은 15점을 기록했다. 둘 다 올 시즌 1경기 최다 득점이다.

특히 황경민의 기쁨이 컸다. 지난달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의 2대3 트레이드(김정호+양희준=최익제↔황경민+백광현)를 통해 KB에 왔는데, 이후 팀이 한 번도 이기지 못해서다.

황경민은 "내가 오고 나서 한 번도 못 이겨 많이 죄송했다. 후인정 감독님이 믿고 데려왔는데, 팀원들에게도 미안했다. 삼성화재를 맞아서 연패를 끊어 기분 좋다"고 했다. 한성정은 "사실 경민이가 오기 전부터 연패였는데 미안해했다, 경민이가 와서 분위기 반전이 됐으나, 잘 안돼 미안했다. 경기 때마다 '믿고 하자'고 했는데 이겨서 좋다"고 말했다.

13일 삼성화재와 경기에서 스파이크를 날리는 KB손해보험 아웃사이드히터 한성정. 사진 한국배구연맹

13일 삼성화재와 경기에서 스파이크를 날리는 KB손해보험 아웃사이드히터 한성정. 사진 한국배구연맹

한성정은 "연패가 길어져 선수들이 예민하고 힘들어했다. 말이나 행동도 조심했다. 분위기가 처지지 않게 일부러 장난도 쳤다. 그래도 연패가 길어지다보니 티가 안 낼 수 없었다. 외국인선수까지 바뀌어서 '어떡하지'란 걱정도 했다. '다시 시작해보자. 2라운드 끝났으니까 첫 경기처럼 하자'고 했다"고 떠올렸다.

1라운드 때는 삼성 소속으로 KB를 이기고, 2라운드 때 KB로 와 삼성에게 진 황경민은 이번에 KB 소속으로 삼성을 꺾었다. 황경민은 "2라운드 대결에서 0-3으로 지고, 열 받아서 잠이 안 왔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황인데 너무 분했다"며 "오늘 많이 불리한 상황이었다. 니콜라도 없고 (부상으로)황택의도 못 뛰는데 잘 뭉쳐서 끊어보자고 열심히 뛰어다녔다. 투지에서 앞선 것 같다"고 했다.

삼성화재 주포 이크바이리는 이날 28점을 올렸으나, 9개의 공격이 가로막혔다. 황경민은 "같은 팀에 있어봐서 잘 안다. 이크바이리가 각을 많이 내는 편은 아니서, 반크로스 공격으로 6번 자리를 많이 때린다. 그 부분이 잘 먹혀서 (이크바이리가)초반에 힘들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성정은 잠깐 주전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한성정은 "연패를 하면서 경기력이 너무 안 좋아 자책했다. 더 끌어올리려고 뭐든지 했다. 감독님, 팀원들이 믿어줬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지난 경기부터 컨디션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우리카드 시절 황경민(왼쪽)과 한성정. 사진 한국배구연맹

우리카드 시절 황경민(왼쪽)과 한성정. 사진 한국배구연맹

두 선수는 우리카드 시절 절친한 사이였다. 한성정이 2017년 드래프트를 통해 먼저 프로에 뛰어들었고, 이듬해 황경민이 우리카드에 뽑혔다. 같은 포지션이라 경쟁하는 처지였지만, 서로를 격려하는 ‘선의의 라이벌’이었다.

황경민이 2019~20시즌을 앞두고 삼성화재로 이적하면서 헤어졌다. 한성정도 지난 시즌 도중 KB손해보험으로 트레이드됐다. 서로 네트를 두고 다투던 둘은 다시 동료가 됐다. 지난 달 두 팀이 트레이드를 하면서 FA를 앞둔 황경민이 KB 유니폼을 입었다. 헤어질 때 눈시울을 붉혔던 둘은 극적으로 재회했다.

3년 만에 다시 같은 팀이 된 한성정은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만났다. 택의까지 셋이 많의 의지하고 있다. 셋이 다 잘 해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황경민은 "2년 동안 함께 있다 헤어질 때 아쉬워서 FA가 되면 같이 있자는 이야기도 했다"고 했다. 한성정은 지난 시즌 뒤 FA가 됐으나 KB에 잔류했고, 황경민은 이번 시즌 뒤 FA 자격을 얻는다. 황경민은 "별 일이 없으면 KB에 남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KB손해보험 아웃사이드히터 황경민. 사진 한국배구연맹

KB손해보험 아웃사이드히터 황경민. 사진 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 창단 첫 챔프전에 오른 KB손해보험은 올 시즌 부진으로 하위권에 처졌다. 그러나 아직 3위 OK금융그룹과는 9점, 4·5위인 우리카드, 한국전력과 승점 6점 차 밖에 나지 않는다.

황경민은 "연패가 3라운드 후반까지 이어졌다면 올 시즌은 힘들었을 거다. 3라운드 첫 경기에서 연패를 끊고 승점을 3점 땄다. 비예나도 오니까 충분히 중위권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 오르면 봄 배구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한성정도 "가겠다. 오늘 같이 하면 연패는 하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선수가 오고, 택의가 나오면 더 강해지지 않을까 싶다. 나는 우리 팀이 더 높이 올라갈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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