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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5억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무기징역 구형…재산범 처벌 세지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2년 4월 27일 서울 강서구의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사옥. 회사는 2000억원대 횡령 사건으로 주식거래가 정지됐다가 이날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결과 상장 유지로 결정됐다. 주식 거래는 4월 28일부터 재개됐다. 연합뉴스

2022년 4월 27일 서울 강서구의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사옥. 회사는 2000억원대 횡령 사건으로 주식거래가 정지됐다가 이날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결과 상장 유지로 결정됐다. 주식 거래는 4월 28일부터 재개됐다. 연합뉴스

“회삿돈을 수백억원 단위로 횡령하는 사건이 늘었는데 가장 큰 범행인 이 사건을 일벌백계해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없게 해야 합니다.”

12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 김동현)의 전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 이모(45)씨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현승록 검사가 무기징역을 구형하면서 한 말이다. 이씨는 2020년 11월~2021년 10월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로 지난 1월 28일 구속 기소됐다.

검찰, 오스템임플란트 2000억대 횡령범에게 무기징역 구형

검찰이 최근 대규모 서민 피해를 낳는 사기·횡령·배임 등 재산범죄에 대해 과거와 비교해 중형을 구형하고 있다.

지난달 9일엔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문병찬) 심리로 열린 이모(52)씨의 30억원대 사기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17년을 구형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11일엔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성보기)의 머지플러스 ‘환불대란’ 결심에서 권보군(35) 최고운영책임자에게 징역 14년을 구형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월 12일엔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김미경)의 가상화폐 거래소 브이글로벌 운영진 7명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사기 등 혐의를 받는 피고인 전원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법조계에선 사기·횡령 등 피해자를 양산하는 재산범죄에 대해 ‘경제적 살인’이라는 법 감정이 커지면서 검찰의 구형이 뒤따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추세는 지난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더욱 강화되는 분위기다. 신봉수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7월 21일 ‘서민 다중피해 경제범죄 엄정대응’ 내용의 브리핑을 열고 “적극적 공소유지 활동을 통해 엄중하게 구형하겠다”라고 밝혔다.

법원의 선고도 차츰 강화되는 추세다. 1조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에 대해 올해 7월 14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가 징역 40년과 벌금 5억원형, 추징금 751억 7500만원을 확정한 게 대표 사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법원 선고도 강화…120억대 전세사기범 범정최고형 징역 15년

이달 2일에는 빌라 전세입주 희망자 126명을 대상으로 123억원 규모의 사기를 친 혐의(사기, 업무방해 등)로 기소된 A(42)씨에 대해 수원지법 징역 15년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피해자별로는 피해액이 작아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하진 못했지만 상습 사기에 대한 가중을 활용한 결과다.

한 검찰 간부는 “과거에는 법원의 온정주의적 성향 때문에 검찰의 구형에 비해 솜방망이 선고가 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그 괴리가 좁혀지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법조계에선 “법원이 더욱 선고를 강화해야 한다”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선고 강화를 위해 양형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양형기준이란 판사가 선고 형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뜻한다.

13일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300억원 이상 일반사기 범죄를 저지를 경우 기본 구간이 6년에서 10년이다. 감경요소를 적용하면 5년까지 낮아진다. 300억원 이상 횡령·배임 범죄는 기본 구간이 5년에서 8년이다. 감경되면 4년까지 선고하도록 돼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검찰의 구형이 강화되고 법원의 선고도 엄해지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 피고인이 선고 전에 합의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결국 피해자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선고 강화 흐름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한 서울의 부장판사는 “판결이 법과 원칙이 아니라 엄벌을 바라는 여론에 휘둘리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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