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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검수완박 죄다 헛스윙…"野 인해전술 뿐" 내부서도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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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합의를 위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후 의장실을 나서며 협상 과정에 대해 밝히고 있다. 뉴스1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합의를 위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후 의장실을 나서며 협상 과정에 대해 밝히고 있다. 뉴스1

169석의 더불어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강공(強攻)에 나서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국면마다 과감하게 내건 승부수가 외려 역공의 빌미를 제공하자 당내에서도 “인해전술 외엔 아무 전략이 없는 것 아니냐”(수도권 재선 의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1일 본회의에서 처리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튿날 대통령실이 “해임 문제는 진상이 명확히 가려진 후에 판단할 문제”라며 선을 긋자, 마땅한 대응수가 사라졌다. 해임안 가결 직후 여당 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파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민주당은 ‘해임 건의안 불수용 시 탄핵소추안 발의’를 예고했지만, 국정조사 이후로 늦추자는 당내 의견이 적지 않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탄핵안을 의결하면 이상민 장관이 그 즉시 직무정지가 되는데, 직무 정지된 사람을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불러내는 건 영 모양새가 이상하다”며 “탄핵안을 꺼내 들 시기를 두고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 민주당이 윤 대통령 해외순방 논란에 대한 문책 차원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처리했을 때와 비슷한 수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중진 의원은 “국정조사를 앞두고 굳이 왜 해임건의안을 꺼내 일을 그르친 건지 잘 모르겠다”며 “예산안 협상마저 꼬여버리지 않았나”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3일 오후 대전 동구 역전시장과 중앙시장을 방문해 동절기 화재예방 및 물가동향 점검 중 눈가를 만지고 있다. 뉴스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3일 오후 대전 동구 역전시장과 중앙시장을 방문해 동절기 화재예방 및 물가동향 점검 중 눈가를 만지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대선 패배 직후 밀어붙였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역시 ‘머릿수’로 밀어붙였다가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은 사례로 거론된다. ‘검수완박’ 비판 여론 속에 치러진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5대 12(광역단체장)로 완패했다. 지방선거 직후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윤호중·박지현 비대위도 해체했는데, ‘검수완박’ 주도한 박 원내대표도 책임지셔야 하는 것 아니냐”(김민석 의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 9월 법무부의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 개정으로, 공직자·선거·방위산업 범죄에 대한 검찰 직접 수사가 가능해지면서 법안 처리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상생 꽃달기 행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상생 꽃달기 행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한 맞불 격으로 꺼내 든 ‘특검법’ 카드도 무위에 그쳤다. 지난 9월 민주당 의원 169명 전원이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된 채 석 달째 방치돼 있다. 지난 10월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에 반발해 꺼내 들었던 ‘대장동 특검법’은 두 달째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애초에 당내 반발도 적지 않았다”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최대 화두가 되면서 특검법은 추진 동력 자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법정 기한을 이미 넘긴 예산안과 관련해서도 민주당 지도부는 헌정 사상 초유의 예산안 야당 단독 처리를 시사하고 있다. 호남권의 한 초선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예산을 어떻게든 더 태워야 할 시점”이라며 “실제 민주당이 단독 감액안을 처리했다간 지도부에 대한 성토가 이만저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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