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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호날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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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원석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원석 증권부 기자

장원석 증권부 기자

호날두는 설명이 필요 없는 수퍼스타다. 메시와 함께 21세기 축구를 양분했다. 한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만 5번 받았으니 그가 이룬 성취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없다.

스타도 여러 부류가 있는데 호날두는 소위 제 잘난 맛에 사는 유형이다. 행동만 봐도 겸손과는 거리가 멀다. 언제나 본인이 주목받아야 한다. 잘하니까 파울을 많이 당하는데 본인도 많이 한다. 상대 선수를 조롱하는 일이 잦고,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인사도 없이 떠난다. 올해 4월 리그 경기 후엔 사인을 요청하는 소년의 손을 세게 내리쳤다. 소년의 손엔 멍이 들었고, 휴대전화가 부서졌다.

팬만큼 안티도 많은 이유다. 한국에선 특히 그렇다. 별명부터 ‘날강두’다. 2019년 당시 소속팀이던 유벤투스와 K리그 올스타팀의 친선 경기가 있었다. 호날두 한 번 보겠다고 수만 명이 기다렸는데 그는 그라운드에 나서지 않았다. 45분 출전 조항이 계약에 포함돼 있었지만 끝내 외면했다.

분노의 핵심은 ‘노쇼’가 아니라 ‘노사과’였다. 그는 끝내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떠났다. “몸 상태가 정말 좋지 않았다. 기다려준 한국 팬들에게 너무 죄송하다. 가까운 시기에 꼭 다시 찾겠다.” 만약 호날두가 이렇게 말했다면 공을 잡을 때마다 ‘메시’를 외치는 관중의 비아냥까진 없었을 터다. 소년팬 폭행 사건 때는 사과를 하긴 했으나 사과문의 시작부터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감정을 다스리는 것은 쉽지 않다”였다. 소년의 부모에겐 “나는 끔찍한 가정 교육을 받았고, 아버지를 잃었다”는 황당한 변명도 늘어놨다.

묘하게 누군가가 오버랩된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김의겸 의원이다. 물증도, 검증도 없는 무차별 폭로를 던져놓고 ‘뭘 잘못했느냐’며 되레 따진다. 심지어 제보자가 거짓을 시인했음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질문은 국회의원의 의무’ ‘몸값을 높게 매긴다’ 같이 핵심을 비켜난 변명까지 똑 닮았다.

상식을 벗어난 뻔뻔함에 보는 사람은 피곤하고, 불쾌하다. 그래도 호날두나 김 의원은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사과할 거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사과하기 싫은 것이기 때문이다. 타인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까지 존중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