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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역지사지(歷知思志)

백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 문화부 기자

유성운 문화부 기자

니콜라이는 소련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으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망명한 발레리노. 해외 공연 후 돌아가던 중 비행기 고장으로 불시착한 곳이 하필 소련이었다. 감금된 그를 감시하는 이는 탭댄서 레이먼드. 니콜라이와 반대로 미국에서 소련으로 망명했지만 후회 중이다.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모스크바에 있는 미국 대사관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레이먼드는 아내와 니콜라이가 탈출할 시간을 벌어주고 붙잡힌다. 하지만 처형 직전 미국 측에서 소련이 원하는 정치범을 레이먼드와 맞교환하고 영화는 마무리된다.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85년 개봉한 영화 ‘화이트 나이트(백야)’의 줄거리다. 영화 내용보다 니콜라이 역을 맡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발레가 더 큰 화제였다. 실제로 그는 소련 출신 발레리노로 1974년 캐나다 순회공연 도중 영화처럼 망명한 인사였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스토리가 단순하고 댄스 외엔 볼 것이 없다며 혹평했지만 미국에서 420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거두었다.

최근 미국 정부가 마약 혐의로 러시아에 수감됐던 농구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를 구하기 위해 악명높은 국제 무기상 빅토르 부트를 석방해 논란이다. 앞으로 미국인이 협상용 인질로 쓰일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비판에 바이든 행정부는 “대안이 없었다”며 진화 중이다. 냉전 시기에는 국제 관계에 휘말려 개인이 희생되는 일이 빈번했다. 세계 각국을 자유롭게 드나들던 때가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