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눈이 아니라 가슴으로 찍는 거죠”
이는 왜 이리도 무모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사진가 양종훈의 답이다.
그는 2005년부터 에스와티니로 가서 에이즈 환자 사진을 찍어왔다.
멀찍이서 사진만 찍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과도 부대꼈다.
식사를 함께하는 것은 물론이고 병원과 시신보관소까지 드나들 정도였다.
그러니 웬만한 사람 눈에는 그가 무모해 보이게 마련이었다.
이런 터에 그가 『Black Mother 김혜심』이란 책을 한 권 내밀었다.
책 속엔 맨손으로 에이즈 환자의 환부를 만지는 한국인이 있었다.
그가 바로 에스와티니 에이즈 환자의 대모 블랙마더 김혜심 교무였다.
- “유엔에서 에이즈 환자 지원을 끊으려 하니 사진집을 만들어 유엔에 보고했으면 좋겠다는 NGO 단체의 이야기를 듣고 자원해서 갔죠. 거기서 맨손으로 에이즈 환자를 돌보는 김혜심 교무를 본 겁니다. 사진이 아무리 환자에게 다가가도 중간에 카메라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분은 숫제 환자를 맨몸으로 부둥켜안으시잖아요. 헌신하는 교무님을 본 후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이 한순간에 사라졌어요. 나더러 무모하다고 하는데 교무님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죠.”
이후 양종훈 사진가는 네 번 더 김혜심 교무 사진을 찍었다.
모두 다섯번 사진을 찍은 결과물이 『Black Mother 김혜심』인 게다.
첫 사진을 찍은 후 17년 만에야 결과물이 나온 이유가 자못 궁금했다.
- “한사코 교무님이 자신을 드러내길 원치 않았어요. 그러니 그냥 묵혀둘 뿐 별다른 도리가 없었죠. 그런데 코로나로 아프리카에 갈 수 없으니 교무님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죠. 그 걱정 끝에 마침내 사진집 발간을 허락하셨어요. 이런 결과물이 아픈 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허락하신 거죠.”
최근 양종훈 사진가는 서울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1에서 책과 같은 제목의 사진전을 열었다.
그 자리에 블랙 마더 김혜심은 오지 않았다. 다시 아프리카로 떠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