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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혁재의 사람사진

에이즈 환자의 대모 김혜심/그를 17년째 찍어온 양종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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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권혁재의 사람사진/ 사진가 양종훈

권혁재의 사람사진/ 사진가 양종훈

“사진은 눈이 아니라 가슴으로 찍는 거죠”
이는 왜 이리도 무모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사진가 양종훈의 답이다.

그는 2005년부터 에스와티니로 가서 에이즈 환자 사진을 찍어왔다.
멀찍이서 사진만 찍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과도 부대꼈다.
식사를 함께하는 것은 물론이고 병원과 시신보관소까지 드나들 정도였다.

양종훈 사진가는 어린이 에이즈 환자의 장례식을 천신만고 끝에 촬영하기도 했다. UN에서는 양종훈 사진가가 찍은 이러한 사진들로 만든 에스와티니(스와질란드) 사진집을 세계 200여 개국 대사관에 보내 에스와티니 에이즈 환자 실상을 알렸다. 이에 양종훈 사진가는 ″사진으로 세상이 바뀐다는 나의 소망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라고 했다. 사진 양종훈

양종훈 사진가는 어린이 에이즈 환자의 장례식을 천신만고 끝에 촬영하기도 했다. UN에서는 양종훈 사진가가 찍은 이러한 사진들로 만든 에스와티니(스와질란드) 사진집을 세계 200여 개국 대사관에 보내 에스와티니 에이즈 환자 실상을 알렸다. 이에 양종훈 사진가는 ″사진으로 세상이 바뀐다는 나의 소망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라고 했다. 사진 양종훈

그러니 웬만한 사람 눈에는 그가 무모해 보이게 마련이었다.
이런 터에 그가 『Black Mother 김혜심』이란 책을 한 권 내밀었다.
책 속엔 맨손으로 에이즈 환자의 환부를 만지는 한국인이 있었다.
그가 바로 에스와티니 에이즈 환자의 대모 블랙마더 김혜심 교무였다.

김혜심 교무는 약사 출신 원불교 교무다. 1976년부터 6년간 국립 소록도병원에서 약사로 봉사했으며, 199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아프리카의 첫 교당을 만들어 교화를 이어오고 있다. 그간 에스와티니(스와질랜드) 에이즈 환자를 위해 헌신한 그를 두고 ‘블랙마더’라 칭한다. 사진 양종훈

김혜심 교무는 약사 출신 원불교 교무다. 1976년부터 6년간 국립 소록도병원에서 약사로 봉사했으며, 199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아프리카의 첫 교당을 만들어 교화를 이어오고 있다. 그간 에스와티니(스와질랜드) 에이즈 환자를 위해 헌신한 그를 두고 ‘블랙마더’라 칭한다. 사진 양종훈

“유엔에서 에이즈 환자 지원을 끊으려 하니 사진집을 만들어 유엔에 보고했으면 좋겠다는 NGO 단체의 이야기를 듣고 자원해서 갔죠. 거기서 맨손으로 에이즈 환자를 돌보는 김혜심 교무를 본 겁니다. 사진이 아무리 환자에게 다가가도 중간에 카메라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분은 숫제 환자를 맨몸으로 부둥켜안으시잖아요. 헌신하는 교무님을 본 후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이 한순간에 사라졌어요. 나더러 무모하다고 하는데 교무님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죠.”

이후 양종훈 사진가는 네 번 더 김혜심 교무 사진을 찍었다.
모두 다섯번 사진을 찍은 결과물이 『Black Mother 김혜심』인 게다.
첫 사진을 찍은 후 17년 만에야 결과물이 나온 이유가 자못 궁금했다.

“한사코 교무님이 자신을 드러내길 원치 않았어요. 그러니 그냥 묵혀둘 뿐 별다른 도리가 없었죠. 그런데 코로나로 아프리카에 갈 수 없으니 교무님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죠. 그 걱정 끝에 마침내 사진집 발간을 허락하셨어요. 이런 결과물이 아픈 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허락하신 거죠.”
김혜심 교무는 2005년부터 에스와티니 까풍아에 에이즈 환자를 위한 션샤인쉼터 건립을 시작으로 에이즈 예방 교육, 유치원, 여성개발센터, 은혜협동조합 등을 설립하여 주민의 경제적 자립도 돕고 있다. 사진 양종훈

김혜심 교무는 2005년부터 에스와티니 까풍아에 에이즈 환자를 위한 션샤인쉼터 건립을 시작으로 에이즈 예방 교육, 유치원, 여성개발센터, 은혜협동조합 등을 설립하여 주민의 경제적 자립도 돕고 있다. 사진 양종훈

최근 양종훈 사진가는 서울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1에서 책과 같은 제목의 사진전을 열었다.
그 자리에 블랙 마더 김혜심은 오지 않았다. 다시 아프리카로 떠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