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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영민, 이정근에 CJ 계열사 고문 제안"…노 "안 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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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CJ 계열사 고문 취업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 부총장의 금품 수수 사건과 연루된 사업가 박모씨는 "이정근 전 부총장에 따르면 노 전 비서실장이 먼저 이 전 부총장에게 CJ 계열사 고문직을 제안했다고 한다"며"노 전 실장이 CJ 취업에 관여한 인사는 이 전 부총장 외에도 더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이정근에 돈 건넨 박씨 단독인터뷰 #"이, 노를 오빠라 부르며 친분 과시 # 노가 고문직 제안하자 차관직 요구 # 노, CJ 취업 관여한 인사 더 있는 듯 #이, 민주당 인사 통화 수백건 녹음해 #추가 범죄 의혹 100% 민주당 인사들" #"노, 주변에 '청탁한 적 없어' 해명" #오후5시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상세보도

박씨는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이정근 전 부총장은 민주당 인사들과 대화나 통화할 때마다 녹음을 해, 녹취록이 수백개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녹취록이 담긴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는 검찰에 압수된 상태다. 이 전 부총장은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 친분을 거론하며 박모씨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9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9월말 구속기소됐다. 박씨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박씨와의 일문일답.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장진영 기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장진영 기자

 -노영민 전 실장은 2020년 이 전 부총장이 CJ그룹 계열사인 한국복합물류 고문에 취임하도록 영향을 미쳤다는 혐의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는데

"검찰 조서에 있는 내용이니 말하겠다. 그 제보는 내가 한 거다. 이정근이 하루는 나한테 '노영민 실장이 내게 CJ에 취직하라고 했다'면서 '억대 연봉에 차와 카드도 나오는 자리'라고 하더라. 내가 '그러면 거기 가라'고 권하니, 이정근은 노영민 실장한테 '정치인으로 부적절한 자리라 안 가겠다. 대신 차관 자리를 달라'고 말했다고 내게 얘기하더라. 내가 '그러면 (차관이 되면) 언제 돈 벌어 내 빚을 갚나'고 물으니, 이정근은 '오빠(박씨)가 오빠 회사 고문 자리를 내게 주면 안 되나'고 하더라. 지금 생각해 보니 CJ 고문 자리도 받고, 나한테도 고문 자리를 받아 돈을 모으려 한 듯하다."

-노 전 실장이 지난해 1월 이 전 부총장을 통해 당신과 통화하면서 "내가 이정근과 각별하게 지내는데, 회장님(박씨)이 많이 도와 달라"고 했다는데, 사실인가.

"이정근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받았더니 '오빠, 노영민 실장님 바꿔드릴게요'하며 노 전 실장을 연결하더라. 그래서 노 실장과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그 뒤 이정근이 전화를 넘겨받으면서 웃는 목소리로 '오빠, 놀랐지?'라고 하더라. 그게 전부다. 이게 무슨 문제냐? 누가 바꿔주면 인사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9월 30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9월 30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그 뒤 어떻게 됐나

"난 그래서 이정근이 CJ 계열사에 취직하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 5월 말 민주당 모 시의원이 내게 '이정근이 CJ 계열사 고문으로 있었다'고 하더라. '안 갔다고 하던데'라고 되물으니 '이정근이 당신을 속인 거다. 봉급 통장을 내 눈으로 확인했다' 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CJ 쪽 소스에 물어보니 '이정근이 CJ 계열사 고문으로 근무한 게 맞다. 문재인 청와대가 거기 앉히라고 CJ에 부탁해왔다고 CJ 인사 라인 간부가 전언했다'고 답해주더라. 내가 검찰에 이 얘기를 했는데, 약 한 달 전 검찰이 이 제보를 바탕으로 수사를 개시하면서 나를 불러 진술 조서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노 전 실장이 CJ 대한통운에 (압력을 행사해) 자리 준 사람이 이정근 말고도 더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이 전 부총장은 당신에게 노 전 실장 외에도 민주당 인사 여럿을 거명 했다는데

"나는 이정근에게 A란 사람 이름을 듣고 돈을 줬는데, 내가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보니까, 그 돈이 다른 사람들에 갔더라. 그 다른 사람들이 다 문제가 되는 것이다. 검찰은 이정근 수사 과정에서 나온 추가 범죄 연루 인사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내게 '아는 게 있나'고 물어보더라. 난 '그 사람들 얘기는 못 들어 봤다'고 했다."

-검찰이 언급한 그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 사람들인가.

"그렇다. 100%다. "

-이 전 부총장이 당신에게 받은 돈은 뭔가. 뇌물이 아니고 개인 채무인가

"그렇게 보면 딱 맞는다. 검찰이 사람 때려잡는 백정이 아니지 않으냐. (내가 뇌물을 준 게 아니라는) 증거가 분명히 있다. 검찰도 그래서 '알선 수재' 혐의만 적용했고 조서도 다 그렇게 돼 있다. 어떤 바보가 통장에 3억원을 '정치자금'으로 넣어 주겠나. 전세금 빌려준 거니 그럴 수 있었던 거지. 그 말로 갈음하겠다.“

 중앙일보는 노 전 실장에게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했으나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노 전 실장을 취재해온 다른 기자도 "약 두 달 전부터 통화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노 전 실장은 주변에 "(이 전 위원장의 취업과 관련해) CJ나 국토부에 전화한 적이 전혀 없고, 압력을 넣은 일도 전혀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는 13일 오후5시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상세보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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