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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파산·위믹스 상폐, 암호화폐 사고에도 여야는 투자자 보호 법안 논의조차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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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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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도입이 시급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안들이 ‘올스톱’ 상태다. 정무위 법안 소위가 지난달 29일에 이어 13일에도 잇따라 취소되면서다. 이대로라면 주요 금융 관련 법안의 연내 도입이 힘들다는 우려가 커진다.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13일 열리기로 한 정무위원회 법안 1소위가 또다시 취소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국회 해임건의안을 두고 여야 대립이 격화되면서다. 법안 소위는 법안의 쟁점을 협의하고 수정하는 입법의 첫 관문이다. 올해 들어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는 1소위(11월 15, 22일)와 2소위(11월 22, 24일) 각각 두 번밖에 열리지 않았다. 정무위가 다뤄야 할 법안은 수백 건에 달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횟수다.

소위가 열리지 않으면서 법안은 모두 장기간 대기 상태다. 이 중에는 당장 도입이 시급한 법안도 많다. 대표적으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모두가 발의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다. FTX 파산 사태부터 위믹스 상장 폐지 등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이 절실하다. 하지만 현재 법이 없어 금융 당국이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에는 시세 조종이나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 및 해당 사업자에 대한 감시·신고 의무 조항 등이 담겼다. 금융 당국 내 디지털위원회를 신설하고, 불공정거래행위 적발 시 압수수색할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도 있다. 이 법안이 도입돼야 국내에서도 회계부정 등을 저지른 FTX 사태를 사전에 막고 처벌할 권한이 생기는 셈이다.

여야 정무위원 모두가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 소위만 열리면 상정돼 통과될 수 있는데, 정치권 갈등에 발목이 붙잡혔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법은 정식 입법 전이라도 소위 통과만 돼도 입법 기대감에 가상자산 시장 질서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것”이라며 “정치권 다툼에 투자자 보호만 늦어진다”고 우려했다.

이달 시작한 금융상품 방문 판매와 관련해서도 입법 공백 상태다. 그동안 보험상품을 제외한 펀드 등 금융상품은 방문 판매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달 8일부터 펀드·대출 등도 방문 판매로 상품을 팔 수 있게 됐다. 금융사의 방문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융소비자 보호가 중요해졌다. 하지만 권유 방법과 계약 사실 관련 입증 책임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법안은 논의가 시작되지도 않았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 측은 “여야 간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은 거의 없다”며 “소위가 열리지 않아 심사가 안 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금융거래법 등도 시급하다. 이 법안에는 지난해 불거졌던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선불업자의 예탁금 관리와 운용 방안 등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지난달 29일 구체적 논의에 나서기로 했으나 소위가 무산되면서 불발됐다. 국회 관계자는 “12월 말이라도 여야가 법안 소위를 열어 주요 법안을 처리해야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 입법이 가능하다”며 “쟁점 없는 민생 법안을 대상으로 한 원포인트 소위라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 보호와 밀접한 금융법안은 신속히 도입돼야 한다”며 “입법은 국회의 제1 책무이므로 정쟁을 하더라도 법안 심사만큼은 책임감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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