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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노영민 소환…문 전 대통령 조사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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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3일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소환조사했다. 앞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구속기소된 데 이어, 당시 청와대 실장급 두 사람이 주요 수사 대상이 된 것이다. 14일에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소환할 예정이다. 약 6개월간 이어진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여부는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검찰 내부에선 아직 수사 필요성이 약하지 않냐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이날 노 전 실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피살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에 열린 청와대 관계장관회의 내용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회의에서 서훈 전 실장의 지시로 ‘진실 은폐 및 월북 조작’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서 전 실장이 회의를 주재했고, 노 전 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했었다.

노 전 실장은 같은 날 오전 8시30분에 이뤄진 첫 대통령 대면보고에도 서 전 실장과 함께 들어가 이씨의 피살 및 소각 사실을 보고했다.

“서훈·박지원 등 혐의 명확한 문 정부 참모 우선 기소할 듯”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왼쪽부터)이 지난 10월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 전 실장을 구속한 검찰은 13일 노 전 실장을 소환조사했고, 오늘(14일) 박 전 원장에게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중앙포토]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왼쪽부터)이 지난 10월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 전 실장을 구속한 검찰은 13일 노 전 실장을 소환조사했고, 오늘(14일) 박 전 원장에게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중앙포토]

검찰은 당시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구체적인 내용과 지시사항 등을 캐물었지만, 노 전 실장은 당초 알려진 사실 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등 답변을 피했다고 한다.

‘서해 사건’ 수사는 지난 6월 이씨 유족의 고발장 제출로 시작됐다. 검찰은 고발장을 토대로 기초조사를 진행하다 8월 서 전 실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윗선’ 수사를 본격화했다. 국방부와 통일부, 국정원 등 실무자부터 차관, 장관 순으로 약 6개월간 이뤄진 상향식 조사 방식이었다. 이후 서 전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을 구속하며 ‘이씨 피살 관련 군사첩보 삭제’에 대한 수사 당위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에 대해 “이씨를 월북자로 몰고 간 최종 책임자”(검찰 관계자)라며 지난 9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 조사 여부에 대해서도 조만간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당초 문 전 대통령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1일 검찰이 ‘사건의 정점’으로 서 전 실장을 지목하자, 문 전 대통령이 직접 “국방부, 해경, 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그 보고를 (내가) 최종 승인한 것”이라는 입장문을 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문 전 대통령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며 나선 것이어서, 검찰로서도 최소한 서면조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서 전 실장이 사건 은폐를 결정하고 문 전 대통령에게 관련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검찰의 결론을 바꿀 새로운 증거가 없다는 판단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 참모들 진술과 관련 증거를 종합해 보면, 문 전 대통령에게 적용할 명확한 혐의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완전히 닫힌 건 아니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 전 실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제시한 ‘대통령 보고 문건’에 대해서도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이 재개된 상태다. 한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는 “서훈, 박지원 등 혐의가 명확한 참모들을 우선 기소하고, 1심 재판 결과를 본 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안 간부 출신 변호사도 “검찰 논리대로 서 전 실장의 보고부터 ‘월북 조작’이 전제됐는지가 중요하다. 문 전 대통령이 이를 인지 또는 묵인했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조사 필요성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해 6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기소한 뒤, 최근 들어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을 압수수색하는 등 ‘윗선’ 수사를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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