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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물가 7.1% 상승, 예상치 밑돌아…Fed 비둘기파 힘 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쇼핑객들이 버지니아주 헌팅턴몰을 찾았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쇼핑객들이 버지니아주 헌팅턴몰을 찾았다. AP=연합뉴스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7.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5개월 연속 둔화세다. 올해 가장 낮은 상승폭인 데다 전문가 예상치(7.3%)를 밑돈다. ‘물가 정점론’에 힘이 실리면서 고강도 긴축을 이어온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이 완화될지 주목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1월 CPI는 지난해보다 7.1% 상승했다. 직전인 10월 CPI 상승률(7.7%)보다 0.6%포인트 낮아진 동시에 전문가들이 예상한 7.3%보다 0.2%포인트 하회한 수치다. 올해 1월(7.5%)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이기도 하다. 전년비 CPI 상승률은 지난 6월 9.1%를 기록하면서 41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지만, 이후 7월(8.5%), 8월(8.3%), 9월(8.2%), 10월(7.7%)을 거치며 꾸준한 둔화세를 보였다.

전월비로는 0.1% 상승해 10월(0.4%)과 예상치(0.3%) 모두를 밑돌았다. 3개월 만에 가장 작은 상승폭이다. 세부적으로 국제 유가 하락으로 가솔린 가격이 전월 대비 2.0% 감소하면서 에너지 부문이 1.6% 줄었고, 교통서비스(-0.1%), 의료서비스(-0.7%) 등 서비스 물가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전체적인 물가 상승세 둔화를 이끈 것으로 해석된다. 중고차·트럭 가격도 2.9% 내렸다. 다만 식품(0.5%), 주거비(0.6%) 등은 여전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6.0%를 기록하면서 10월(6.3%)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이 역시 전문가 예상치(6.1%)보다 낮았다. 전월비로는 0.2% 상승률을 보였다. 근원 물가는 날씨나 국제 정세 등 외부요인에 따른 변동성을 제외하기 때문에 물가의 기조 흐름을 알 수 있어 Fed가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수치다.

Fed의 목표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물가 정점론’도 힘을 받고 있다. 다른 물가 지표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11월 소비자기대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향후 1년 동안 물가상승률이 5.2%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0월 조사(5.9%)보다 0.7%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진정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는 의미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한국시간으로 15일 오전 4시에 발표되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쏠려 있다. 올해 마지막으로 열리는 FOMC에서 Fed는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미국 기준금리는 4.25~4.50%까지 오른다.

관건은 회의를 마치고 나올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과 Fed가 공개할 새 점도표(Fed 위원들이 예측하는 최종 기준금리 수준)에 있다. 최근 Fed 내부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간 의견 대립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날 발표로 비둘기파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비둘기파 위원들은 Fed가 필요 이상으로 금리를 올려 불필요한 수준의 경기 둔화와 실업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며 조만간 금리 인상을 중단하기를 바라고 있다.

다만 이번 지표만으로 물가가 진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보수적인 시각도 여전히 남아있다. Fed가 설정한 물가 상승률 목표치(2%)에 다다르기까지 아직 멀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문가 예상치(7.2%)를 상회하는 7.4%의 상승률을 보인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칼 리카돈나 BNP파리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PI는 내년 중반이면 4%로 급락할 것"이라며 "다만 4%에서 (Fed가 바라는) 2%대로 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CPI 발표가) Fed의 의사 결정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나긴 했지만, 여전히 가격 수준이 높다는 점은 Fed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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