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젠 '채권개미'…"한달새 10% 수익" 개인 순매수 20조 넘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직장인 오모(37)씨는 현대캐피탈이 발행한 채권에 지난달 25일 1000만원을 투자했다. 만기인 내년 9월까지 보유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을 은행 예금으로 환산해 보면 5.7%(세전)였다. 오씨는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데다 10개월 후면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자금 운용이 여유가 있을 거 같아 처음으로 채권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불었던 '동학개미' 열풍이 식자 이번에 '채권개미'가 떠오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9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이 장외 시장에서 매수한 채권은 19조7327억원 규모다. 지난 한해 전체 순매수액(4조5675억원)보다 4배 많다. 지난 2006년 관련 통계를 모은 후 최대 규모다.

 쌓여있는 만원 지폐. [셔터스톡]

쌓여있는 만원 지폐. [셔터스톡]

한국거래소를 통한 장내 순매수액(5574억원)까지 더하면 전체 채권 순매수액은 20조2901억원으로 20조원을 넘어선다. 같은 기간 개인들의 코스피 순매수액(ETFㆍETNㆍELW 등 증권상품 제외) 17조3664억원보다 많다. 개인들의 코스피 순매수액은 지난해(65조9021억원)보다 73.6%가 줄었다.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 총괄본부장은 “올해는 채권 대중화의 첫해로 볼 수 있을 만큼 투자 저변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개인의 채권에 대한 관심은 부쩍 늘었다. 2011년 개설된 네이버 채권투자 관련 카페 회원 수는 1만3000명으로 올해에만 5000명이 늘었다. 해당 카페를 운영하는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는 “30년간 채권 관련 일을 종사했는데 올해만큼 개인들이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가졌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우량한 회사채 등의 투자 수익률이 정기예금보다 낫다는 입소문이 나며 관심이 크게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증권이 온라인 채널을 이용해 채권 매수를 한 투자자를 분석한 결과 93%는 채권 매수 경험이 없던 신규 투자자였다.

개인의 채권 투자가 늘어난 건 각국 중앙은행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불어난 결과다. 개인이 장외시장에서 많이 사들인 것도 회사채(7조6487억원), 여전채(5조5329억원) 등 높은 이자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채권이 많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AA 등급 여전채 1년물 금리는 올해 초에는 연 2.01%에서 이달 12일 연 5.754%까지 뛰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NH농협) 정기예금 금리는 이달 13일 기준 연 4.44~4.85% 수준이다. 김형호 대표는 “개인 투자자들은 매매소득보다는 정기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우량한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정기예금식 투자 방식이 좋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올해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한 것도 투자가 늘어난 이유다. 특히 2019년~2021년 중 연 1~2%대의 낮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인 이른바 ‘저쿠폰채’의 가격이 급락했다. 이자 수익은 낮지만, 만기까지 보유하거나 향후 시장 금리가 내렸을 때 팔면 매매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액면가 1만원짜리 채권을 9000원에 사들인 후 만기 때 액면가인 1만원을 상환 받으면 1000원의 수익을 볼 수 있다. 특히 이 채권은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은행 예금처럼 15.4%의 이자소득세를 떼지만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지 않아 고액자산가들에게는 절세 수단으로 활용된다.

NH투자증권 이재경 프리미어블루 대표는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채권가격이 급락(금리 상승)한 10~11월에 만기가 긴 장기 국채를 매수했다면 한 달 사이 10% 이상이 매매 수익을 볼 수 있었던 만큼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며 " 3년 이상 돈을 묶어둘 수 있는 장기 투자자금이면 가격이 급락한 장기 국채 등에 투자해 향후 매매 차익을 볼 기회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만 채권 투자는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빼면 중도매매가 어려울 수 있다. 만기 전 매도할 경우 금리 변화에 따라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고, 기업의 부도와 같은 신용위험도 있다. 신 본부장은 “채권 가격 변동과 상관없이 만기까지 보유할 투자자라면, 은행 정기예금보다 수익률이 좋고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신용도가 우량한 은행채 등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