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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69시간제' 논란에, 입 닫은 與지도부...朴정부 악몽 떠올렸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221213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221213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올해 말 종료를 앞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의 연장 필요성을 연거푸 언급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1주일에 8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특례규정을 두고 있는데, 해당 규정은 올해 12월 31일 효력이 사라진다. 지난해 7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52시간제가 적용되자 영세 사업장의 부담을 한시적으로 줄이려 만든 일몰 규정이었다. 이 제도의 연장 적용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국민의힘은 국회 환노위 소위에 관련 법안 상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9월 중소기업중앙회의 실태조사 자료를 근거로 “8시간 추가연장근로는 30인 미만 업체의 91%가 활용하고 있고, 일몰 시에는 무려 75.5%가 인력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며 “만약 일몰 연장이 안 되면 많은 중소기업이 일감을 못 받고, 일하던 사람이 주52시간 수입으로 생계를 꾸릴 수 없어 (중소기업에서) 이탈하는 노동시장 대혼란이 눈에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란이 생기면) 전적으로 민주당 책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고금리·고환율·고물가 시대에 30인 미만 사업장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고,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며 “(추가연장근로는) 일시적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이 최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의 일몰 연장에 관해 강조해온 만큼 이날 지도부의 발언은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특이한 건 전날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하 ‘미래연’)가 고용노동부에 권고한 ‘주52시간제 유연화’에 대해선 지도부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날 미래연은 1주일 단위로 관리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분기·반기·연간 단위로 다양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노동시장 개혁과제 권고문을 발표했다. 이후 야권뿐 아니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발표 내용을 둘러싸고 “과로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권고문대로라면 노사 합의 하에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하는 대신 다른 주에 더 적게 일하는 방식의 근로형태가 가능한데, 결과적으로 “현재 주52시간제 근로가 주69시간제 근로로 악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 1일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심층인터뷰에서 좌장을 맡은 권순원 숙명여대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 9월 1일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심층인터뷰에서 좌장을 맡은 권순원 숙명여대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당장 민주당은 이날 논평에서 “주120시간 바짝 일하자던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관이 구체화되고 있다”며 비판적 여론의 틈을 파고들었다. 김의겸 대변인은 “미래연 권고 내용에 따르면 일주일 초과근무 12시간 한도는 무너지고 직장인들은 한 주에 최대 15시간, 월 52시간, 분기 140시간, 반기 250시간, 연 440시간 초과근무가 가능해진다”며 “마른수건 쥐어짜는 노동개악안”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은 기본적으로 이런 야권의 주장이 “근로시간 총량은 늘어나지 않는데,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입장이다. 국회 환노위 여당 측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통화에서 “일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근로시간을 다양화해 근로자들에게 선택권을 많이 주자는 것”이라며 “전체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가령 3개월 동안 압축적으로 일을 하면 3개월은 집에서 쉬며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권고문에서도 근로일 간 11시간의 연속 휴식을 부여하고, 관리 단위를 주 단위보다 늘릴 경우엔 연장근로시간의 총량을 비례해서 줄이도록 하는 등 과로에 대한 보호조치를 명시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자칫하면 박근혜 정부의 전례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근로자에 대한 해고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행정 지침을 마련했다가 여론의 반발을 산 경험이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에도 최소한의 노동개혁을 위한 필수 과제였지만 근로자와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지 못했다”며 “이번 개혁안 역시 어떤 과정을 거쳐 여론의 동의를 얻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6년 1월 25일 당시 이기권(왼쪽에서 두번째) 고용노동부 장관이 해고.취업규칙 양대 행정지침 발표와 관련해 새누리당 노동시장 선진화 특위와 회의한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2016년 1월 25일 당시 이기권(왼쪽에서 두번째) 고용노동부 장관이 해고.취업규칙 양대 행정지침 발표와 관련해 새누리당 노동시장 선진화 특위와 회의한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노동 개혁은 미래를 위한 필수과제며, 그 어느 역대 정권보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노동계에 대한 적극적 논의와 설득과정은 물론 사회적 공감과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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