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4년 된 화실
이 그림은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아파트 15층에서 그렸다. 서양화가 박재웅의 화실이다. 우연히 화실에 갈 일이 있었다. 현관문을 지나 왼쪽으로 몸을 트는 순간 숨이 멎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압도당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백악산~종묘~남산자락, 아래에서 위로 익선동 한옥촌~종묘~북촌~북한산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있었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풍경이라 걸어다니며 봐야 했다.
화실 내력을 보니 한국 현대미술의 한 축이 들어 있다. 화실은 1969년 낙원아파트가 생길 때부터 있었다. 햇수로 54년이다. 첫 주인은 청강(晴江) 김영기(1911~2003) 화백이다. 청강은 일제강점기에 중국 화가 제백석 문하에서 공부한 뒤 귀국해 길러낸 제자가 5000명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