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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장외전 가열, “韓 조세경쟁력 세계 15→26위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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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의 조세 경쟁력이 지난 5년 사이 세계 15위에서 26위로 11계단 추락했다. 법인세 경쟁력은 63개국 중 39위로 하위권에 가깝다. 높은 세율과 복잡한 과세 체계 때문이다. 법인세율 체계가 4단계 이상인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코스타리카 단 2개국뿐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주 소득법인세정책관, 고광효 세제실장, 추 부총리, 정정훈 조세총괄정책관.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주 소득법인세정책관, 고광효 세제실장, 추 부총리, 정정훈 조세총괄정책관. 연합뉴스

13일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의 법인세 관련 참고자료를 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 중 세제 항목을 추려 정리했다. 올해 한국의 조세정책 경쟁력은 OECD 회원국을 포함한 63개국 가운데 26위를 기록했다. 2017년 15위와 비교해 11단계 내려앉았다.

기재부는 한국의 조세 경쟁력을 끌어내린 주범으로 법인세를 지목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게 문제라고 했다. 실제 IMD 평가 항목 중 법인세 세율 분야 순위는 2017년 27위에서 지난해 39위로 12계단 하락했다.

세금 정책을 책임지는 기재부가 이런 ‘자아비판’ 성격의 자료를 뿌린 건 꽉 막힌 국회 상황 때문이다. 법인세 인하 여부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기재부는 예정에 없던 법인세 관련 참고자료를 배포하며 장외전에 나섰다.

기재부는 자료에서 “한국의 법인세율 체계는 10%, 20%, 22%, 25%의 4단계 구간으로 지나치게 복잡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다”며 “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 등 24개국은 단일세율 체계이며, 호주 등 11개국은 2단계인데 한국만 코스타리카만 4단계 이상의 누진세율 체계”라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현행 법인세 체계가 기업 투자와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기업 덩치가 커지면 누진세율을 적용받는 탓에 합병 대신 분할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기재부는 “2018년 법인세 인상 이후 회사 합병은 2017년 138개에서 지난해 125개로 감소한 반면, 회사 분할은 47개에서 57개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짚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야권에서 한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17.5%(2020년 기준)로 다른 선진국과 견줘 낮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기재부는 반박했다. “17.5%는 전체 기업의 외국 납부세액을 제외한 실효세율”이라며 “기업이 해외 현지에서 납부한 법인세를 포함한 세 부담은 18.8%, 대기업은 이보다 높은 21.9%”라고 밝혔다. 실효세율로 따져도 한국의 법인세는 미국(14.8%), 일본(18.7%), 영국(19.8%)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높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현행 4단계인 법인세 과세 체계를 2~3단계로 단순화하고, 최고세율은 25%에서 22%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 야당’ 민주당에 막혀 국회에서 공전 중이다.

25%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과표 3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이익이 돌아간다며 민주당은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대신 ‘국민 감세’을 들고 나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인세법상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슈퍼 대기업의 최고세율은 현행을 유지하되, 5억원 이하 중소ㆍ중견기업은 세율을 20%에서 10%로 대폭 낮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회의 자리에서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정부ㆍ여당은 초부자 감세에만 집착하고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로 서민 경제가 나아진다는 소위 낙수이론은 세계적으로 실현된 바 없고,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이미 실패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이런 야당 움직임에 여당과 정부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신들 정권 때 세금폭탄으로 세금을 잔뜩 올려놓고 조금 깎아주는 걸 서민 감세다, 국민 감세다(라고 하는데), 흥부전에서 제비 다리 부러뜨려놓고 고쳐놓고 선행한 것처럼 보여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박했다.

기재부 관계자 역시 “야당에서 주장하는 법인세 개편안은 과세 체계를 현행보다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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