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먹인 신당역 피해자 父 “전주환 엄벌…딸 편히 눈감도록”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 뉴스1

'신당역 살인' 피해자의 아버지가 가해자 전주환에 대해 “반성문을 제출하며 선처를 구하고 있다고 하는데,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전주환에게 법이 허용하는 가장 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 아버지 A씨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박정길 박정제 박사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씨의 살인 혐의 2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처럼 말했다.

A씨는 "가슴에 묻힌 제 딸아이의 넋을 법원의 현명한 판단으로 조금이나마 위로해주시기 바란다. 아이가 하늘에서 편히 눈 감고 쉴 수 있도록 도와 달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A씨는 이날 발언 내내 목이 메이는 모습을 보였고, 옆에 있던 피해자의 모친이자 A씨 아내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어 "가해자가 반성문을 제출해 선처를 구했다는데, 어떻게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선처를 구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다시는 우리 가족과 같은 사례가 있어선 안 된다. 다시는 가해자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게 엄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A씨는 피해자가 생전 전씨의 스토킹 사건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도 낭독했다. 탄원서에서 피해자는 "부디 그자의 죗값에 합당한 엄벌이 내려지길 바란다. 제가 다시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고 전처럼 지낼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부친의 이야기를 엄중하게 듣고 재판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전씨는 지난 9월 14일 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자신이 스토킹하던 피해자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이미 피해자의 신고로 기소가 돼 스토킹과 불법 촬영 혐의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는데, 중형 선고가 예상되자 선고를 하루 앞두고 보복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지난달 22일 첫 공판에서 "제가 정말 잘못했음을 잘 알고 있다. 후회하고 반성하고 뉘우치면서, 속죄하면서 살아가겠다"며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이날까지 12차례 반성문도 제출했다.

전씨는 살인 사건과 별도로 진행된 스토킹 사건 1심 재판에선 징역 9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