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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하차 소식에 "잘 물러났다" 목소리도…野의 돌변,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방송인 김어준씨가 6년 넘게 진행해 온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하 뉴스공장)에서 연말에 하차할 예정인 가운데, 여야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가짜뉴스공장’이 멈추게 됐기에 참으로 다행”(박정하 수석대변인)이란 논평까지 내며 비판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뉴스1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뉴스1

김씨는 박원순 서울시장 때인 2016년 9월부터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인 TBS 뉴스공장을 진행해왔다. 그는 지난 12일 방송에서 “앞으로도 20년은 더 하려고 했는데, 3주만 더 뉴스공장을 진행한다”며 프로그램 중단을 공식화했다. 김씨는 하차 이유에 “그 이야기는 추후에 하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지난달 서울시의회가 TBS에 대한 서울시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킨 게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지난 6년간 김씨의 뉴스공장은 파급력이 꽤 컸다. 한국리서치의 서울ㆍ수도권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2018년 1분기부터 2022년 4분기까지 20분기 연속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한국리서치의 2011년 라디오 청취율 조사 이래, 역대 프로그램 중 최고 청취율(2020년 2분기, 14.7%)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사진 TBS 홈페이지 캡처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사진 TBS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편향성 논란 역시 끊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미디어특별위원회 등 각종 특위를 꾸려 김씨의 교체를 요구해왔고, 그때마다 민주당은 “언론 길들이기 행태를 중단하라”며 방어에 앞장섰다.

2020년 12월엔 민주당 출신의 금태섭 전 의원이 김씨 교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여당(민주당) 중진 의원들도 그 방송에 출연하려고 줄을 서서 그가 지휘하는 방향에 맞춰 앵무새 노릇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4선 중진의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김어준은 사실관계에 기초한다는 철학이 분명한 방송인”이라고 엄호했다.

최근엔 미지근한 野…일각선 “잘 물러났다”

교체가 현실화된 최근엔 김씨 개인을 엄호하는 기류가 민주당 내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장경태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 “예산권을 지닌 국민의힘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가 TBS 직원의 생계를 볼모로 하차를 요구한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쓴 비판이 눈에 띄는 정도다.

민주당 공보국 관계자는 “김어준씨뿐 아니라 신장식ㆍ주진우씨도 TBS에서 하차하는 만큼, 당 차원에서 비판 논평은 낼 것”이라면서도 “김어준 개인을 옹호하는 차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관련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관계자도 “김씨 개인에 대한 입장을 내는 것은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김어준씨와 주진우씨. 연합뉴스

김어준씨와 주진우씨. 연합뉴스

뜨뜻미지근한 반응의 배경엔 김씨가 무리한 음모론으로 중도층을 떠나게 했다는 내부 평가가 있다. 이른바 ‘김어준발(發) 생태탕 의혹’으로 네거티브 공세를 벌이고도 민주당이 참패했던 지난해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대표적이다. 또 김씨와 유사한 야권 스피커가 최근 유튜브를 통해 생겨난 점도 그의 희소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당내 일각에선 “잘 물러났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중립 성향의 중진 의원은 “그간 김어준이 민주당에 끼친 해악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친문 재선 의원은 “돌이켜보면 김어준을 총수처럼 받들다 결국 민주당이 연패의 늪에 빠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클리앙 등 친야 커뮤니티에선 김씨를 적극 옹호하며 “이참에 MBC로 보내자”는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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