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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루수→유격수→2루수… 김하성의 험난한 여정

중앙일보

입력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AP=연합뉴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AP=연합뉴스

3루를 찍고 유격수로 자리잡았지만, 이제 2루로 간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7)이 험난한 여정을 겪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8일 FA(프리에이전트) 내야수 잰더 보가츠(30)를 11년 총액 2억8000만달러(약 3670억원)에 영입했다. 보가츠는 2014년부터 보스턴 레드삭스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보가츠의 영입은 의외였다. 샌디에이고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란 올스타급 유격수가 있기 때문이다. 타티스가 지난해 부상으로 뛰지 못했지만, 김하성이 그 자리를 잘 메웠다.

그럼에도 샌디에이고는 거액을 들여 보가츠를 데려왔다. 공격력 보강을 위해서다. 보가츠는 10시즌 통산 타율 0.292, 156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814를 기록했다. 포지션별 최고 타자에게 주어지는 실버슬러거를 5번이나 수상했다.

김하성은 2020년 샌디에이고 입단 때부터 유격수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타티스가 버틴 탓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경기는 25경기 밖에 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뛴 적이 있는 3루에서 더 좋은 수비를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10일 입단 기자회견을 가진 잰더 보가츠. AP=연합뉴스

지난 10일 입단 기자회견을 가진 잰더 보가츠. AP=연합뉴스

지난해 타티스 부상으로 주전이 된 김하성은 철벽 수비를 선보였다. 수비력으로 평가하는 골드글러브 유격수 부문 후보 최종 3인에 이름을 올렸다. 가을에도 샌디에이고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득점 기록을 세우는 등 활약했다.

보가츠는 "내 포지션은 유격수라고 생각한다. 은퇴할 때까지 유격수로 활약하고 싶다"고 말했다. 거액 FA 선수의 포지션을 바꾸는 건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보가츠는 지난해 타율 0.307, 15홈런, OPS 0.833을 기록했다. 유격수 평균 정도의 공격력을 보여준 김하성(타율 0.251, 11홈런, OPS 0.708)에 앞섰다. 김하성으로선 유격수 자리를 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하성에겐 충분한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보가츠 입단 기자회견에서 "로스터에 큰 변화가 없다면 김하성은 2루수로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1루수로 이동하고, 지난해 8월 금지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은 타티스가 돌아오면 외야수로 가는 그림이다. 김하성은 주전 2루수로 꾸준히 출전할 듯하다.

김하성은 이미 2020시즌 21경기에 2루수로 선발 출전한 경험이 있다. 김하성도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다. 김하성은 "우리 팀은 한 선수를 한 포지션에만 쓰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어느 포지션에서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팀 전력 보강으로 우승에는 더 가까워졌다. 샌디에이고는 보가츠에 이어 포수 크리스티안 바스케스 영입에도 나섰다. 바스케스는 보스턴과 휴스턴에서 두 차례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정규시즌엔 LA 다저스에 밀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에 그쳤다. 그러나 와일드카드로 나선 포스트시즌에선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아직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샌디에이고도, 프로에서 우승 경험이 없는 김하성에게도 내년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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