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권 인사들 사이에선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자주 거론된다. 연말 특별사면 대상에 김 전 지사가 포함할 거라는 전망이 나와서다. 특히 김 전 지사가 ‘복권 없는 사면’이 될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더불어민주당 중진은 1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지사에 대해 복권 없는 사면을 하겠다는 것은 이재명 대표 중심인 민주당의 분열을 꾀하겠다는 의미”라며 “김 전 지사가 스스로 정치 전면에 뛰어들진 못하게 만들면서도 '비명계'가 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게 만들려는 의도 아니겠냐”고 말했다. 친문계가 출소한 김 전 지사를 앞세워 ‘반명’ 기치를 들면 당내 분열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별사면과 복권은 헌법 79조에 명기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특별사면이란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것을, 복권이란 형의 선고로 상실된 자격(피선거권 등) 등을 회복하는 것을 뜻한다. 대통령 판단에 따라 사면만을 명할 수도 있고, 사면과 복권이 함께 이뤄질 수도 있다.
김 전 지사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에 공모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로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형기를 채우면 2023년 5월 출소하지만, 그때부터 5년간인 2028년 5월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복권되지 못하면 김 전 지사는 2024년 4월 총선, 2027년 3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또한 민주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직 당직도 나설 수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에선 김 전 지사에게 기대를 거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친문계 인사는 “당이 위기를 겪는 현시점에서 김 전 지사만큼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할 인물이 없다”며 “복권 없는 사면이라도 되면 본인은 피선거권이 없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만으로도 당이 결집하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다. 친문계 재선 의원은 “조만간 김 전 지사가 복역하고 있는 창원교도소를 찾아 그를 면회하면서 향후 정치적 행보에 관해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만간 당 지도부를 만나 ‘대통령실에 김 전 지사의 복권을 공식 요청하자’는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며 “혐의가 무거운 이명박 전 대통령도 사면과 동시에 복권이 이뤄지는데 김 전 지사만 복권하지 않는다면 공평성을 잃은 처사”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런 기류는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와 무관치 않다. 이 대표를 제외하고는 민주당을 대표할만한 주자는 현재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얼마 전만 해도 당내 수많은 잠룡이 있었지만, 현재는 이 대표를 빼고는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정당의 목표는 정권획득인데, 대선 주자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지사가 대선에서 댓글조작 활동에 공모한 혐의로 실형을 받은 만큼, 차후 피선거권을 회복하더라도 공직선거에 나서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전국 선거의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층은 김 전 지사가 문재인 정부 시절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를 지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