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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 30초만에 택시 잡혔다…심야할증 인상 통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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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9일 오후 11시 45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3번 출구 근처. 서울의 대표 번화가인 이곳에 택시 5대가 ‘빈 차’ 등을 켠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가 호출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택시를 부르자 30초도 안 돼 잡혔다. 택시를 기다리는 2분 동안 도로를 달리는 빈 택시도 여러 대 눈에 띄었다. 승차난(亂)은 없었다.

이날 홍대입구역 인근 연남동에서 연말 회식을 마치고 나왔다는 한모(28)씨는 “요새 약속이 많아 일주일에 2~3번씩은 택시를 잡게 되는데 보통 1~2분 내로 바로 잡힌다”고 말했다.

서울 택시 심야할증 시간이 오후10시부터 시작되는 1일 시민들이 택시를 타고 있다. 기존은 자정부터 새벽4시까지였는데, 2시간 당겨져 늘어나는 것이다. 할증률도 기존 20%에서 20-40%(오후11시-오전2시)로 올라간다. 뉴시스

서울 택시 심야할증 시간이 오후10시부터 시작되는 1일 시민들이 택시를 타고 있다. 기존은 자정부터 새벽4시까지였는데, 2시간 당겨져 늘어나는 것이다. 할증률도 기존 20%에서 20-40%(오후11시-오전2시)로 올라간다. 뉴시스

1일부터 할증 20~40% 올린 영향 커

이날 종로·강남 등 서울 주요 번화가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한동안 지속하던 승차난(亂)은 찾기 어려웠다. 서울시가 지난 1일부터 택시 심야할증 요금을 올린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앞서 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확 풀린 이후 승차난이 발생했다. 택시를 이용하려는 승객의 수요를 공급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면서다. 2019년 4월 운행량(2만4000대)과 비교했을 때 심야에 최소 택시 5000여대가 더 필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택시업계는 ‘기근’이 들었다. 승객이 줄자 기사들은 벌이가 나은 배달 업계로 빠져나갔다. 택시 업계에서는 “어차피 사람 태우는 것보다 치킨 배달하는 게 더 낫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다.

유인책이 필요하자 서울시는 할증요금 체계를 손질했다. 우선 1일부터 할증요금 적용 시간을 기존 자정에서 오후 10시로 2시간 앞당겼다. 요금 자체도 올렸다. 3800원(자정~다음날 오전 5시)이었던 기본요금은 4600원(오후 10~11시, 오전 2~4시), 오후 5300원(오후 11시~다음날 오전 2시)이 됐다. 운행 거리·시간에 따라 추가로 붙는 요금도 시간대별로 이전보다 20~40% 인상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택시 잡아주는 ‘승차지원단’ 확대 운영

여기에 시는 연말연시를 앞두고 ‘승차지원단’까지 꺼냈다. 승차지원단은 택시 업계 관계자와 서울시 공무원 등으로 꾸렸다. 이들은 매주 목·금요일 승차난이 심한 11개 지점에서 경광봉으로 택시를 잡는다. 이때 멈추고 승객을 태운 택시 기사에는 1건당 최대 1만5000원을 더 준다. 비용은 오후 11시 30분~다음날 오전 1시 30분까지 시간대별로 차등을 뒀다. 이 돈은 택시조합 재원 등에서 지출된다.

심야 택시 운행 12.2% 증가

요금인상부터 승차지원단 운영 확대까지 더해지며 심야 택시 공급은 확연히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심야(오후 11시~다음날 오전 2시까지) 시간대 택시 운행 대수는 지난달보다 평균 12.2% 증가했다. 이는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이 있었던 2일을 제외하고 평일·주말 택시 증가율을 평균 낸 값이다. 특히 지난 8일 목요일엔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 동시간대에 비해 7408대의 택시가 더 나왔다.

1일 강남역 인근에서 서울시 직원과 택시 업계 관계자들이 시민들의 택시 탑승을 돕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강남역 인근에서 서울시 직원과 택시 업계 관계자들이 시민들의 택시 탑승을 돕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심야 평균 배차 성공률도 62%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동일 기간 배차 성공률 37%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에 대해 택시 기사·시민들 반응은 엇갈린다. 학생 권모(25)씨는 “날씨도 추운데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잡을 수 있어 좋다”며 “지금까지 택시 요금이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심야 시간대만이라도 반짝 올린 건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기사 "할증료 인상 잘 체감 안 돼" 

반면 법인 택시 기사 이모씨는 “할증료를 올렸다고는 하지만 개인 기사들한테 돌아오는 건 잘 체감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빈 차들이 많아지니까 공회전하는 시간이 많아 걱정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부쩍 오른 심야요금에 부담을 느끼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이날 홍대입구역 근처에선 막차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역 쪽으로 뛰어가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서울 노원구에 산다는 이모(27)씨는 “요새 택시를 잡으면 순식간에 3만원 가까이 나와 밥값보다 더 나온다”며 “어떻게든 (지하철) 막차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공급량을 최대한 늘려 시민들이 원하는 때 택시를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며 “지난 9일의 경우 2만 8000대가량 택시가 도로에 나온 건 심야 대란 때보다 약 1만 1000대가 더 나온 건데 이 정도면 택시 대란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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