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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한용섭의 한반도평화워치

안미경중은 옛말…경제·안보 연계한 포괄외교 펼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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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민주주의 동맹 선도국의 조건 

한용섭 경남대 초빙교수, 전 국방대 부총장

한용섭 경남대 초빙교수, 전 국방대 부총장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의 안보·경제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세계의 높은 의존도를 볼모로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한 푸틴의 단기 속전속결 전쟁 계획은 실패로 끝나가고 있다. 러시아는 군대의 엄청난 피해 속에 우크라이나 일부 영토의 장악에 허덕이며 장기전으로 들어가고 있다. “큰 전쟁은 세계 질서 변화를 가져온다”는 말대로, 러시아의 침략은 유럽과 세계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그동안 ‘화평발전’이란 구호 아래 숨겨왔던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세계 1위 패권국 달성’이란 중국몽을 만천하에 드러내었고 3차 연임으로 독재정권을 탄탄히 다졌다. ‘중국제조 2025’로 10년 전부터 세계를 이끌 첨단 핵심 10대 산업에서 튼튼한 공급망 구축과 자립화를 추진함으로써 경제에서도 세계 패권을 달성할 계획을 차근차근 옮기고 있다.

한국은 과거 지정학적 리스크 고려하지 않고 중국에 경제 의존
중장기 국익 반영해 공급망 구축하고 경제안보 전략 새로 짜야
한·미 전략경제대화협의체 발족해 양국 경제이익 함께 모색하고
중국에 대해선 경쟁·협력·탈중국화 등 분야 세분해서 대응해야

러시아의 침공 직전 시진핑과 푸틴은 정상회담을 갖고 “중·러 동반자 관계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선언하면서 시진핑은 푸틴에게 지지를 보였고,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이익을 보고 있으며 러시아에 대한 유엔의 규탄과 제재 결의에도 기권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SCO)를 근거로 2005년부터 러시아와 합동 군사훈련을 해왔고, 주변 국가들에 대해 전랑외교, 강압 외교, 회색지대 전략을 행사하면서, 제2 도련선 진출을 목적으로 인도태평양지역에서 군사력 증강과 영향력 확대를 도모해 왔다. 푸틴의 쇠퇴 이후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지도권을 계승하고, 본격적으로 미·중 패권 경쟁에서 승리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대미 대결에 편승한 북한

한용섭의 한반도평화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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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편승하여 북한의 김정은은 핵무기 개발 완성으로 리더십을 확고히 한 후, 중국의 대미 대결 전선에 편승하였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 편에 확실하게 서서 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를 누리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싸고 강화되는 러·중·북 북방 3각 협력관계는 72년 전 김일성의 6·25 남침 때의 스탈린·마오쩌둥·김일성 간 공조 관계보다 더 큰 경제적·군사적 결속력을 보이므로, 세계는 신냉전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할 수 있다.

세계적 정세 격변을 겪으면서 자유 세계는 탈냉전 후 30년간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러시아·중국에’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국제법과 유엔의 권위와 정당성을 내세워 러시아를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책임의식을 느끼게 되었다. 미국·나토·EU·아시아의 자유민주주의 세력들은 우크라이나에 파병은 못 하지만 군사·경제·인도주의·금융 지원을 함으로써 우크라이나가 위기를 헤쳐 나가도록 돕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간 전쟁’으로 정의하고 자유 세계의 지원 동참을 호소하면서 주도하고 있다. 미국 등 나토와 EU 회원국들, 아시아에서는 한국·일본·대만·호주·뉴질랜드 등 5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다시 한번 자유 세계의 지도력을 회복하고, 민주주의 동맹에 대한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자유·인권·평화·번영의 가치를 내세우며 자유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민주주의 동맹을 구축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고자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동맹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면에서 국내 체제 정비가 필요하다.

고질적 진영 정치가 민주주의 위협

첫째, 정치인들은 지난 30년간 민주화 시대의 공과를 깊이 성찰하고, 집권당은 자유민주주의 발전 2.0 계획을 제시하며, 올바른 민주주의 정치문화를 만들고, 민주주의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민주화 시대에 진보 정권은 상대 정파에 대한 공격 기제를 발전시키는 데 집중한 결과, 공리공론은 많았던 반면 눈에 띌만한 실질적 민주적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 보수 정권은 공격만 일삼는 진보 정파에 대해서 방어 기제만 발달시켜 온 결과, 공격 측에 기회를 빼앗기고 방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상을 보였다. 월드컵에서 공격과 수비를 균형적으로 다 잘해야 우수한 팀이 된다는 상식을 우리 정치에서는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 민주주의도 뼈아픈 후퇴 경험을 겪었다. 자기중심주의와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반민주적 불법성을 보인 트럼프는 미국 민주주의에 큰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미국의 유권자들은 정권을 교체했고,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성향의 ‘레드 물결’의 염려를 잠재웠다.

권위주의 정부와 차별화되는 민주주의 정부의 가장 큰 장점은 현명한 유권자의 존재이다. 유권자는 정치 싸움에 냉정과 인내를 보이다, 투표를 통해 잘못 가고 있는 정부의 방향타를 바꾸어 놓을 수 있다.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국내 정치의 고질적 공격·방어의 소용돌이에 신경을 쓰면 안 된다. 국민이 한국 민주주의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요구하는 사항들을 수렴하여 민주주의 발전 2.0 계획을 설정하고, 주도적으로 아젠다 설정을 해 나가며, 말 없는 다수 지지층을 결집하여 한국에 참된 자유민주주의의 문화를 배양하고 정치인들이 사회적 책임을 완수할 수 있는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민주동맹의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한국은 경제안보를 제대로 추구할 수 있는 국내 정책 결정 체계를 정비하고, 한·미 간 정기적 전략경제대화협의체를 운영해야 한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개최된 20차 한·미 여론주도층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것은 경제안보였다. 미국은 우리보다 먼저 중국 주도의 공급망을 저지하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위해 경제안보 개념을 제시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경제안보를 제시하고, 그 첫 타깃으로 반도체·배터리의 미국 내 리쇼어링, 미국 의회에서 전기차 산업 보호를 위해 인플레감축법을 제정하고 배타적인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결정했다. 한국에 대해선 경제·기술 동맹을 제의했다.

하지만 현재 워싱턴에서는 경제안보 개념만 제시하고, 민주당의 중간선거와 2024년 대선 승리를 위한 기회 창출 요소로서 한국의 투자 유치를 활용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국 내에서도 백악관과 경제 부처, 산업체, 학계 등을 총망라한 매우 치밀하고 장기적인 경제안보전략을 구상하고 이행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단계에 있다.

외교부도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한국은 그동안 ‘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라는 사고를 가지고, 경제적 효율성만 생각해서 중국 투자에 올인하는 시기가 있었고, 중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과 경제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지정학적 전략을 유념하지 못했다. 이제 한국은 중장기적 국익을 반영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없는 공급망 구축과 경제안보 정책·전략을 치밀하게 수립·이행해 나갈 과제를 안게 되었다. 대중 경제 관계에서는 경쟁 분야, 협력 분야, 탈중국화 및 대안 시장 구축 분야로 구분하여, 정부·산업계·학계·국회의 지혜를 총동원하여 세밀한 전략 구상과 대안 마련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또 윤석열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는 포괄적 전략 동맹의 발전이란 목표 아래, 중국의 경제 패권 구상을 저지하고, 한·미가 중심이 되어 양국의 경제 이익이 공평하게 반영되는 공급망 재편과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한·미 간 전략경제대화 협의체를 발족시켜 운영해 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 한·미가 경제안보전략과 정책 수립 과정에 공동 참여, 공동 결정, 공동 이익 분배 등의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외교 분야에서는 우리의 대외 원조를 활용하여 원조 대상국의 자유민주주의 향상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과 우리에게 유리한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전략 자원 확보를 위해 이들 분야가 연계된 포괄 외교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외교 인력이 군사·경제·기술·보건·환경 등 포괄 안보를 담당할 수 있는 외교 역량을 기르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외교부 편제도 포괄 외교·안보를 수행할 수 있는 체제로 바꾸어 나가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한용섭 경남대 초빙교수, 전 국방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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