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스마트공장, 공중부양 조립…천장에도 라인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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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의 스마트공장 ‘팩토리56’은 인형뽑기 기계 모양의 집게로 차체를 들어 위아래로 움직이며 조립을 진행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스마트공장 ‘팩토리56’은 인형뽑기 기계 모양의 집게로 차체를 들어 위아래로 움직이며 조립을 진행한다.

메르세데스-벤츠 본사가 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차로 30분쯤 달리면 1915년 설립된 유서 깊은 진델핑겐 공장이 나타난다. 100년 넘은 공장답게 곳곳에 아름드리 고목이 들어서 있고, 곧이어 2020년 문을 연 스마트공장 ‘팩토리56’과 마주친다.

재활용 콘트리트와 유리로 마감한 외벽은 사무용 빌딩 같은 느낌이었다. 옥상에는 연간 사용하는 전력의 30%를 충당하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갖췄다. 옥상 면적의 40%를 녹지로 구성했는데, 빗물을 받아 녹지를 유지하고 용수로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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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내부는 더 놀랍다. 보통 완성차 조립공장 내부는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시끄럽고 각종 용제(溶劑)와 윤활유 냄새가 가득하다. 하지만 팩토리56은 어느 완성차 공장보다 조용하고 공기는 쾌적했다. 천장에 뚫린 유리창으로 자연채광이 가능해 답답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평면이던 완성차 공장 라인을 상하좌우 3차원으로 확장한 셈이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평면이던 완성차 공장 라인을 상하좌우 3차원으로 확장한 셈이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가장 다른 점은 조립 라인이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3차원 공간’이란 점이다. 무거운 차체는 인형 뽑기 기계의 집게처럼 생긴 장치에 고정돼 지붕 위로 움직이고, 때론 바닥으로 내려와 다른 공정을 진행한다. 공장을 둘러보는 도중에도 머리 위로 거대한 차체가 지나가고 있었다. 일반 완성차 공장은 필요한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평면 공간에 조립 공정을 구성한다. 무거운 차체가 공중으로 이동하면 자칫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팩토리56이 3차원으로 공정을 만든 건 공간 활용성을 높임과 동시에 그만큼 안전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공정 바뀌어도 중단 없이 실시간 대응

팩토리56이 가장 진보한 완성차 공장으로 불리는 건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에 있다. 전 세계 공장의 생산 정보를 통합한 ‘MO360(Mercedes-Benz Operation 360)’ 시스템은 스마트공장의 신경망과 같다. 실시간으로 전 세계 공장의 정보를 취합·분석하고 최적화한다. 부품 공급이나 수요, 공정 상황에 따라 생산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에지컴퓨팅(클라우드를 통하지 않고서도 말단 기기에서 연산하는 시스템)·빅데이터 등을 통해 오류를 예측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디지털 트윈(현실세계의 장비나 시스템을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을 통해 미리 훈련하고, 효율성도 높였다. 불량률은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끊기지 않는 초고속 통신망 덕분이다. 초고속 무선랜과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동시에 사용하는 ‘360도 커넥티비티’는 독일 정부와 민간이 함께 추진 중인 제조혁신 비전 ‘인더스트리 4.0’ 플랫폼과 연동한다. 모든 정보는 작업자의 태블릿PC를 통해 전달하기 때문에 공장 어디에서도 ‘종이’ 문서를 찾아볼 수 없다.

팩토리56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순수전기차, 미국·유럽·중국 등 수출국 규제에 맞는 사양의 자동차를 동시에 조립한다. 과거 자동화 공장이 단순히 제품 서열을 정해 순서대로 만든 것이었다면, 팩토리56은 변동이 발생해도 공정 중단 없이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도중에 사양과 조립 차종을 바꿀 수도 있다. 협력업체 부품공장에서 물류센터, 완성차 공장에 이르는 공급망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벤츠 스마트공장, 미래 차 제조의 초석”

‘MO 360’ 시스템은 전 세계 공장의 생산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MO 360’ 시스템은 전 세계 공장의 생산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팩토리56의 스마트 공정은 인간의 노동력을 줄이는 것보다 더 편리하게 일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단순반복 작업이나, 피로도가 증가할 때 실수가 늘어나는 품질관리 작업은 로봇과 AI가 맡는다. 창의적이거나 숙련된 인력이 필요한 판단은 사람이 하는 식이다.

실제로 차량의 인스트루먼털 패널(IP·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대시보드가 장착되는 곳) 조립 공정을 지나갈 때 2명의 작업자가 탁자에 마주 앉아 태블릿PC의 정보를 보고 있었다. 휴식 중인가 싶었는데, 잠시 후 버저가 울리자 이동 중인 차량으로 다가가 대시보드에 조립된 부품의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안내를 맡은 홍보담당자 마누엘라 슈나이더는 “로봇이 조립 공정을 마친 뒤 사람은 스캐너를 통해 최종 확인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팩토리56 방문을 마칠 때쯤, 출구의 대형 모니터에서 홍보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영상에 비친 자막에는 이런 글귀가 씌어 있었다. “우리는 자동차를 발명했고, 팩토리56과 함께 ‘생산’을 재발명하고 있다(We invented the Automobile. With Factory56, We are reinventing ‘Production’).”

시장조사기관 그린카콩그레스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는 팩토리56을 통해 미래 자동차 제조의 초석(cornerstone)을 마련했다”며 “디지털화한 유연 생산체제를 갖췄고 탄소중립 목표도 달성할 수 있어 현대의 제조업 트렌드에 필요한 세 가지를 모두 충족했다”고 평가했다.

최초의 자동차가 무엇인지에는 이견이 있지만, 최초의 양산형 내연기관 자동차는 1885년 카를 벤츠가 만든 ‘페이턴트모터바겐(Patent Motorwagen)’이다. 팩토리56은 자동차를 만든 메르세데스-벤츠가 미래 제조업의 정의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긴 공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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