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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노골적인 방송 사유화, 음모 장사꾼 김어준의 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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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선 기간 선관위 지적만 33건, 편파성 늘 논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사진 TBS 홈페이지 캡처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사진 TBS 홈페이지 캡처

독선에 20·30대 등 돌려, 박용진도 “꼰대” 비판

김어준(54)씨가 어제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하차 의사를 밝혔다. 만시지탄이나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한 사필귀정이다. TBS 예산 삭감으로 출연료 인하가 불가피해지면서 김씨의 하차설은 줄곧 제기돼 왔다. 지난 10월 김씨는 특허청에 ‘김어준의 뉴스공장’ 상표권까지 신청했다.

2016년 9월 첫 방송부터 올해 11월까지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8건의 법정제재와 34건의 행정지도를 받았다. TBS가 받은 모든 지적의 3분의 2다. 공정성을 위반하거나 타인을 비방·조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대선 기간에는 중앙선관위로부터 받은 지적이 33건이나 된다.

그동안 김씨가 벌인 일들은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익명의 제보자를 앞세워 ‘생태탕’ 의혹을 제기하고 올해 대선에선 김건희 여사에 관한 ‘쥴리’ 음모론을 집중적으로 내세웠다. 최근까지도 ‘청담동 술자리’ 의혹, 역술인 천공의 ‘관저 개입설’ 등을 퍼뜨리는 데 앞장섰다.

김씨가 벌이는 논란의 본질은 음모론이다. 연관성이 없는 단편 사실을 엮어 ‘합리적 의심’이란 상상력을 더해 ‘인과관계’를 만든다. 논리의 허점을 메우려 가짜뉴스라는 양념을 친다. 이렇게 창작된 음모론은 똑 떨어지는 서사 구조를 갖춰 진실보다 그럴듯하게 들린다. 골수팬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다.

여기서 진실 따위는 중요치 않다. 들통날 게 뻔한 거짓말이지만 사실이 밝혀진 뒤엔 이미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진 뒤다. 김씨는 언론과 거리 먼 일종의 음모·선동 비즈니스로 수십억원대 부를 쌓았다. 세월호 ‘고의 침몰설’로 여론을 호도할 때도 뒤로는 영화를 제작해 40여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같은 김씨의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할 수 있던 건 “탁월한 혜안과 천재성을 지녔다”고 맹종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도부는 그의 메신저 역할에 충실했고, 실세 의원들은 눈도장 찍듯 그의 방송에 몰려갔다. 급기야 김의겸 의원과 더탐사 같은 아류도 생겨났다.

문재인 정권 초기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20·30대가 민주당에서 멀어진 원인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용진 의원은 유튜브 채널에서 “20·30대는 퇴행적”이라는 김씨의 비판에 “그러니 당신이 꼰대”라며 설전을 벌였다. MZ세대에게 김씨는 음모론을 일삼는 독선적 기득권으로 보였다.

1990년대 후반 B급 감성으로 권위주의에 날카로운 풍자의 매스를 댔던 김씨의 ‘재기발랄함’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가짜뉴스로 사회를 어지럽히고 수준 낮은 정치인과 공모해 이슈 몰이로 장사를 했을 뿐이다. 공영방송에서 더 이상 김어준류의 음모·선동 비즈니스가 발을 붙여선 안 된다. 합리적 지성의 성찰을 회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