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이 의료진 부족으로 내년 2월 말까지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중단했다. 외래 진료와 소아응급실은 계속 운영한다. 내년 3월쯤 전문의가 충원되면 입원 진료를 재개할 계획이다.
12일 길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은 최근 몇 년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를 뽑지 못했다. 2023년도 전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년 차 모집(정원 4명)에도 지원자가 없었다. 이 병원 손동우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4년 차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 2년 차 전공의 1명만 남는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은 이 병원 만의 일이 아니다. 내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사상 처음 10%대로 떨어졌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학회)에 따르면, 내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는 전국 정원이 199명인데 33명이 지원해, 지원율 16.6%에 그쳤다.
‘빅5’ 대형병원 중 서울아산병원만 모집 정원 8명에 10명이 지원해 정원을 채웠다. 세브란스병원(정원 11명)은 지원자가 없었고, 가톨릭중앙의료원(13명) 1명, 삼성서울병원(6명) 3명, 서울대병원(14명) 10명 지원에 그쳤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로 처음 미달했고, 2020년 74%→2021년 38%→2022년 27.5%로 급감했다.
나영호 경희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올해 떨어져도 20% 초반으로 예상했는데, 10%대는 큰 충격”이라며 “내과도 정원을 넘겼고, 외과·흉부외과도 이 정도는 아니다. 소아청소년과는 필수의료 중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내놨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를 확충하고,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 5곳을 신규 지정해 육성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2025년까지 중증 소아 환자를 치료하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적자를 메꿔주는 방안도 마련했다.
학회는 다음날(9일) 성명서를 내고 “소아청소년과의 현안을 개선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전혀 제시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학회 측은 기본 입원 진료수가 100% 인상을 주장했는데, 특히 2·3차 병원이 중증 질환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등도에 따른 가산율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현재 외과·흉부외과에서 시행하는 전공의 임금 지원 등 수련지원책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