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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전공의 지원율 10%대…세브란스는 0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이 의료진 부족으로 내년 2월 말까지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중단했다. 외래 진료와 소아응급실은 계속 운영한다. 내년 3월쯤 전문의가 충원되면 입원 진료를 재개할 계획이다.

12일 길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은 최근 몇 년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를 뽑지 못했다. 2023년도 전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년 차 모집(정원 4명)에도 지원자가 없었다. 이 병원 손동우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4년 차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 2년 차 전공의 1명만 남는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은 이 병원 만의 일이 아니다. 내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사상 처음 10%대로 떨어졌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학회)에 따르면, 내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는 전국 정원이 199명인데 33명이 지원해, 지원율 16.6%에 그쳤다.

‘빅5’ 대형병원 중 서울아산병원만 모집 정원 8명에 10명이 지원해 정원을 채웠다. 세브란스병원(정원 11명)은 지원자가 없었고, 가톨릭중앙의료원(13명) 1명, 삼성서울병원(6명) 3명, 서울대병원(14명) 10명 지원에 그쳤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로 처음 미달했고, 2020년 74%→2021년 38%→2022년 27.5%로 급감했다.

나영호 경희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올해 떨어져도 20% 초반으로 예상했는데, 10%대는 큰 충격”이라며 “내과도 정원을 넘겼고, 외과·흉부외과도 이 정도는 아니다. 소아청소년과는 필수의료 중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내놨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를 확충하고,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 5곳을 신규 지정해 육성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2025년까지 중증 소아 환자를 치료하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적자를 메꿔주는 방안도 마련했다.

학회는 다음날(9일) 성명서를 내고 “소아청소년과의 현안을 개선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전혀 제시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학회 측은 기본 입원 진료수가 100% 인상을 주장했는데, 특히 2·3차 병원이 중증 질환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등도에 따른 가산율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현재 외과·흉부외과에서 시행하는 전공의 임금 지원 등 수련지원책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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