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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에너지 아끼는 개개인의 작은 행동이 지구온난화 늦출 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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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기후변화가 북극 툰드라에 미치는 영향 연구 아일라 마이어스 스미스 박사 인터뷰

지구 변화 생태학자 아일라 박사는 기후변화에 따른 북극 툰드라 지역의 식물 생태계를 연구한다. 그는 환경을 위해 저전력 엡손 스캐너·프린터를 사용하고 있다. [Photograph by Euanmyles]

지구 변화 생태학자 아일라 박사는 기후변화에 따른 북극 툰드라 지역의 식물 생태계를 연구한다. 그는 환경을 위해 저전력 엡손 스캐너·프린터를 사용하고 있다. [Photograph by Euanmyles]

탄소 중립을 위한 전 세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가 인류의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북극 툰드라 역시 지구온난화로 망가져 가고 있는 것. 1년 내내 얼어 있는 땅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고, 얼음 속에 갇혀 있던 탄소가 방출되기 시작했다. 20년간 기후변화가 북극 툰드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내셔널 지오그래픽 탐험가이자 지구 변화 생태학자인 아일라 마이어스 스미스 박사(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교)를 지난 2일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만났다. 그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은 비단 국가나 기업에 전속된 것이 아니다”라며 “에너지를 아끼는 개개인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지구온난화를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극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캐나다와 미국 알래스카 북극 툰드라 지역에서 지구온난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북극 툰드라는 세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탄소 매장지 중 하나다. 기온 상승으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1조7000억t의 탄소가 방출되는데, 이는 대기에 포함된 양의 거의 2배에 달한다. 과거와 달리 최근 북극 툰드라 지역은 따뜻한 계절이 길어지면서 식물들의 생장 속도가 빨라지고 ‘녹색화(greening)’가 진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녹색화는 긍정적인 현상인데, 왜 북극에선 아닌가.
“삼림이 우거지면 나뭇잎을 먹고 자라는 동물의 개체 수가 늘어난다. 그러면 나무 아래는 이끼나 풀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이를 먹이로 하는 초식 동물의 개체 수는 줄어 결국 생태계 균형이 무너진다. 또 바람에 날린 눈이 나뭇가지에 붙으면 눈이 쌓이고, 그 아래 열이 가둬지면서 결국 영구동토층이 녹아 탄소가 방출된다.”
-북극 생태계 변화와 지구온난화는 어떤 연관이 있나.
“북극을 냉장고에 비유해보자. 냉장고를 자주 열면 냉기가 빠져나가 안에 있는 게 녹는다. 극지방도 마찬가지다. 지구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안에 얼어 있던 탄소가 대기 중으로 유입돼 다시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탄소 배출을 막아야겠다.
“맞다. 탄소의 생산과 흡수 활동에 균형을 맞추는 ‘탄소 중립’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산업발전으로 탄소 배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탄소를 흡수하고 없애는 식물, 아마존 밀림이나 삼림 지역을 무차별하게 개발하고 있어 ‘탄소 균형’이 깨지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이 가장 많은 탄소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골든타임이 있다면.
“이미 곳곳에서 기후변화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녹아버린 영구동토층을 사람이 다시 얼릴 수 없듯이 이상 기후현상 역시 되돌릴 수도, 막을 수도 없다. 환경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정말 위협적이라 느꼈을 땐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게 아닐까. 지금이라도 경각심을 가지고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환경을 위해 정부와 기업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먼저 환경에 관심이 있는 정치인을 뽑거나 단체를 구성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다음은 실질적인 ‘액션’ 단계다. 기업·단체가 나서 자체 설비를 친환경화하거나 폐기물을 줄이는 방식으로 온실효과를 줄여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물론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가 온실가스 감축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실험실에서 엡손 스캐너·프린터를 사용한다던데.
“나뭇잎을 스캔해 보관할 때 엡손의 스캐너와 프린터를 사용한다. 환경을 생각한 저전력 제품이라 선택했다. 연구할 때는 물론 평소에도 친환경 가치를 최우선으로 둔다.”
-엡손과 같은 친환경 기업은 변화 이끌어 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가진 기술과 프로세스를 개선해 폐기물을 줄이고, 친환경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면 된다. 또 직원에게 친환경 인식을 심어주길 바란다. 글로벌 엡손만도 직원이 수만 명인데, 이들의 작은 행동과 변화가 널리 퍼지면 자연스럽게 탄소 배출이 줄어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와 같은 지구 변화 생태학자들이 환경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친환경 제품을 쓰는 것만으로 정말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을까.
“물론이다. 개개인의 사소한 선택이 지구 환경에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키는지 잘 알아야 한다. 작은 행동이지만 가정이나 회사에서 에너지 절약기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북극 현지 또는 주변에 살며 이상 기후변화를 체감한 어린 세대와 호흡하고 싶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미래 세대와 공유해야 좀 더 심층적인 연구가 가능할 거란 생각에서다. 또 포토그래퍼·비디오 아티스트와 협업해 북극에서 일어나는 환경 문제들을 사진·영상에 담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다. 눈으로 보면 더 현실적으로 와 닿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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