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햄릿은 왜 그랬을까…소설 분석하다 보면 내 고민도 술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이제는 인문정신 〈하〉 문학치료

출판문화진흥원의 올해 인문실험 중 팀 ‘양봉토끼’는 소설을 매개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활동을 했다. 이런 활동은 최근 떠오르는 ‘문학치료’와 관련이 있다. [사진 출판문화진흥원]

출판문화진흥원의 올해 인문실험 중 팀 ‘양봉토끼’는 소설을 매개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활동을 했다. 이런 활동은 최근 떠오르는 ‘문학치료’와 관련이 있다. [사진 출판문화진흥원]

인문학의 여러 분야 중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건 문학이다. 최근엔 문학을 독자의 생각과 삶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는 ‘문학치료’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설화·민담 등 짧고 강렬한 이야기를 매개로 자신의 감정을 조금씩 꺼낼 수 있게 하는 상담의 한 분야다.

건국대 문학예술치료학과 조은상 교수는 “삼국유사는 시문을 ‘감동천지귀신(하늘·땅·귀신을 감동하게 한다)’이라 쓰기도 했는데, 문학이 갖는 심리적 효과를 알고 쓴 고전들이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문학치료 상담기법 중 하나가 짧은 설화를 ‘내 마음에 들게 바꿔쓰기’다. ‘해님달님’, ‘콩쥐팥쥐’ 처럼 단순하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자신이 재구성한 글을 보면서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원래 문학을 읽으면서 감동받고 삶이 변한다거나, 마음을 고쳐먹거나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있는데 문학치료는 그걸 적극적인 형태로 발전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학치료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수업의 형태를 띠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들 앞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작품의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풀기 시작하면 사실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김헌 교수는 “중간에 『햄릿』을 놓고 인물의 행동과 생각을 풀이해보면 별 얘기를 다 하게 된다”며 “타인이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아도, 상처는 햄릿이 받지 내가 받는 게 아니니까 소통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처음엔 아동 위주로 발달했던 문학치료가 성인으로도 확대되고,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자서전 만들기’로도 변주되며 세대 간의 벽을 허무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할머니와 손녀가 하나의 전래동화를 놓고 얘기하면서 서로 입장 차이를 좁히고 이해하게 되는 식이다.

출판문화진흥원이 올해 진행한 ‘청년 인문실험’ 프로젝트 중에서도 소설을 주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팀이 있었다. ‘양봉토끼’란 팀은 마거릿 앳우드의 『시녀 이야기』와 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을 주제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팀 리더 박현주(29)씨는 “처음엔 ‘왜 이런 걸 시키지?’ 라며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뒤로 갈수록 유년기와 어머니와의 관계, 상실감 등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저마다 꺼내 놓았다”며 “그냥 상담을 하면 대개 비슷한 얘기를 반복하게 되는데, 소설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인문정신 함양은 단기간 교육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단련해야 하는 영역이다. 김헌 교수는 “어른이 돼서도 지자체·도서관 등의 기관들을 통해 끊임없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출판문화진흥원은 ‘창의적 인문가치 확산’을 목표로 해마다 다양한 주제로 인문실험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17일 진흥원이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진행한 ‘회복과 치유의 인문학’ 강연에서 연세대 사회학과 김왕배 교수는 “젊은 층과 고령층 사이의 ‘낀 세대’인 4050은 막중한 책임에 비해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들이 삶의 새로운 방향을 찾는 데도 인문학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공동기획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