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람회 통해 ‘바다잡초’로 인식됐던 해조류의 가치 입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20면

2022 지자체장에게 듣는다 

신우철 완도군수가 지난 5일 세계 최초로 국제해조류박람회를 연 배경과 완도산 수산물의 맛과 생산량이 요인 등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신우철 완도군수가 지난 5일 세계 최초로 국제해조류박람회를 연 배경과 완도산 수산물의 맛과 생산량이 요인 등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017년 5월 2일 오전 전남 완도군 완도항. 박람회장에 60만 번째 관람객이 들어서자 신우철(68) 완도군수의 얼굴이 밝아졌다. 해조류(海藻類)를 테마로 한 세계 유일의 박람회가 목표 관람객을 돌파해서다. 당시 국제해조류박람회는 폐막 때까지 94만 명이 다녀가고 3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냈다. 신 군수는 “해조류와 바다를 주제로 한 체험형 산업박람회에 대한 관심이 돈 버는 박람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 분야 전문가인 신 군수에게 해조류박람회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국내산 해조류의 가치를 알려 세계시장을 공략할 교두보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그는 2014년 4월 제1회 박람회 때 54만 명을 유치하며 완도 수산물의 가치와 역량을 알렸다. 3년 뒤 제2회 박람회 때는 600억원의 수출계약을 통해 해외진출의 길을 열었다.

해조류는 김과 미역·다시마처럼 바다에서 자라는 수중 식물류다. 단순한 웰빙 식재료를 넘어 에너지·의약품·건축재·화장품 등의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신 군수는 “육지 자원의 고갈 상황에서 해조류는 가장 확실한 미래 대체 자원”이라며 “해조류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박람회를 토대로 해외시장 공략과 관광·치유의 역량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완도는 국내산 해조류와 수산물의 보고(寶庫)로 통한다. 한해 국내산 해조류 120만5000t 중 42%(50만6000t)를 생산해낸다. 품목별 국내 점유율은 다시마 70%, 미역 60%, 매생이 70%, 김 15%, 톳 40% 등이다. 완도산 다시마와 미역을 먹고 사는 전복도 국내 생산량의 70%에 달한다.

해조류(海藻類)를 테마로 한 국제박람회가 두 차례 치러진 완도항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해조류(海藻類)를 테마로 한 국제박람회가 두 차례 치러진 완도항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어업활동 인구도 바다를 낀 타 지자체보다 월등히 높다. 전체 인구 4만7000여 명 중 39%(1만8323명)가 어민이다. 이들이 지난해 양식과 어업을 통해 올린 수산물 생산 소득은 1조483억원에 달한다. 전국 양식장 28만㏊의 15%(4만2956㏊)를 보유한 완도 수산물의 위력이다.

완도 수산물의 잠재력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NASA는 지난해 4월 23일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완도군의 양식장 사진을 올리면서 양식환경의 우수성을 소개했다. “기온이 따뜻하고 조수가 강하지 않은 완도의 얕은 바다는 다시마·김·미역을 기르기에 이상적인 환경”이라는 내용이다.

NASA는 한국이 초밥에 사용하는 붉은 김(Pyropia)의 수출량이 세계 1위라는 소개도 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8년 현재 한국은 완도를 중심으로 세계 3위 규모의 해조류를 생산한다. NASA는 해조류 양식이 다른 유형의 식량 생산에 비해 담수나 비료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 환경친화적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신 군수는 NASA 분석 전부터 완도의 리아스식 해안이 수산물의 생산력을 높인다고 봤다. 완도 앞바다의 갯벌과 해중림(海中林·바다숲)이 지닌 정화능력과 영양염류가 어류와 해조류의 산란·서식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게르마늄이 함유된 맥반석층이 바다에 폭넓게 분포된 것도 수산물의 맛과 해상치유 능력을 높이는 비결로 본다.

신 군수는 해양수산분야에서 35년 동안 활동한 전문가다. 국립수산진흥원 어촌지도소장과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장 등을 거쳐 2014년 6·4 지방선거 때 완도군수가 됐다. 올해 6·1 지방선거 때는 광주·전남에서 유일한 3선 지자체장이 됐다.

그가 준비 중인 3번째 해조류박람회의 주제는 ‘휴식’과 ‘치유’다. 국내 최대 해조류 산지가 지닌 힐링과 치유능력을 입증받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한반도 서남단인 완도가 코로나19 후 휴식처로 더욱 주목받은 점도 감안한 프로젝트다. 완도는 청정바다 외에도 국내 최대 난대림인 완도수목원, 슬로시티 청산도 등을 끼고 있어 해양치유의 최적지로 꼽힌다.

앞서 신 군수는 2020년 6월 “해양치유산업을 완도의 100년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선포했다. 완도의 해양·산림자원을 활용한 해양치유산업을 관광·의료·바이오산업과 연계하는 게 골자다.

신 군수는 “그동안 완도는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걸림돌이 돼왔다”며 “KTX가 있는 광주까지 50분이면 오가는 고속도로가 건설되는 등 SOC 확충을 발판 삼아 남해안의 거점 관광지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신 군수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증가세를 보인 수산물 수출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LA한인축제에서 10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맺은 게 대표적이다. 당시 축제 때는 완도산 냉동 전복과 광어죽, 김, 미역 등이 완판 사례를 빚기도 했다.

신 군수는 “두 차례 박람회를 통해 영어로 ‘바다 잡초’(seaweed)로 인식됐던 해조류의 가치가 입증됐다”며 “국립해양수산박물관 유치 효과와 국립난대수목원 조성 등을 통해 남해안 해양관광·치유의 거점 도시를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