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팔거나 '곱버스' 샀다…"산타랠리 없다" 등돌린 외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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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02포인트(0.67%) 내린 2,373.02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12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02포인트(0.67%) 내린 2,373.02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10월과 11월 두 달간 국내 증시 상승장을 이끌었던 외국인 투자자가 12월 들어 ‘팔자’로 돌아섰다. 일부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곱버스(곱하기+인버스)’ 매수에 나섰다.

12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67% 하락한 2373.02에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두 달간 외국인 투자자가 7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14.71% 상승했다. 하지만 외국인은 이달 들어 1조276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코스피 지수를 4.02%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특히 코스피 대형주 위주로 팔자에 나섰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만 303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4.95% 하락하며 12일 ‘5만 전자(5만9500원)’로 장을 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서며 이달 들어 14.4%나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체 매도 중 공매도 비중이 34.18%까지 치솟으면서 한국거래소가 지난 9일 공매도과열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스피 하락에 2배 베팅 ETF 순매수  

아예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2일까지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장지수펀드(ETF) 1위는 ‘KODEX200 선물인버스2X(1937억원)’였다. 코스피200지수 하락에 2배 베팅하는 ETF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지난 10~11월 물가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기대감으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국내 주식을 많이 사들인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 들어 물가 하락 신호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경계감이 확산하면서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떠나는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내외 경제 지표가 혼조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11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기준선인 50선을 하회(49.0)하는 등 생산 활동 관련 지표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고용이나 임금 등 노동시장은 여전히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26만3000명 증가로, 시장 예상치(20만명)를 웃돌았다.

CPI 선행지수 PPI 시장 전망치 상회 

과거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PMI 지수가 50선을 하회하면 긴축 정책을 멈추고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고용 시장이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경우 Fed가 긴축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선행지수로 여겨지는 11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3%(전년 동월 대비 7.4%) 상승한 점도 시장의 경계감을 키우는 요소다. 이는 전문가의 예상(0.2%)을 웃도는 수치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증시 전문가들은 13일(현지시간) 발표될 11월 CPI 역시 시장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핵심 CPI가 시장 전망치인 0.3~0.4% 상승에 부합할 경우 시장은 중립 또는 소폭의 안도 랠리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하지만 0.5% 이상을 기록할 경우 최종 금리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며 시장에 충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상황도 호재와 악재가 혼재된 모습이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한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여 있는 등 정책 리스크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결국 13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리는 FOMC가 주가의 향방을 가를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본다. 시장에선 이미 Fed가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인상)’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 워치에 따르면 이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78% 수준이다.

“최종 금리 높아지면 국내 증시엔 악재”

이 때문에 시장은 금리 인상의 폭보다는 내년 금리의 종착지(터미널 레이트)가 어디일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노동시장의 양호한 흐름과 임금 상승세 등을 고려할 때 최종금리 수준은 종전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내년 정책금리 목표치에 대한 중간값은 종전 4.6%에서 상향 조정되고, 최종금리 수준이 5%를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Fed가 제시하는 최종 금리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높고, 더 길게’ 갈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신흥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국내 증시에는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향후 외국인의 코스피 매매 흐름은 달러화 강세가 진정될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가 커진다는 것은 외국인에게 있어 한국 증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최종 목표치가 더 올라갈 경우 국내 증시 하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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