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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9가구 '빌라왕 급사' 쇼크…보증보험 사고액 이미 300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도권에서 1139가구에 달하는 빌라와 오피스텔을 임대해 소위 ‘빌라왕’으로 불린 40대 임대업자 김 모 씨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세입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험에 가입했지만, HUG가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돌려주는 대위변제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계약 해지를 통보받아야 하는 집주인이 사망해 계약 해지 요건을 못 맞추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빌라촌 모습. 뉴스1

서울의 한 빌라촌 모습. 뉴스1

12일 HUG에 따르면 김 씨 소유 주택 세입자 중에서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험에 가입한 이는 약 50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서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났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세입자가 약 200명에 달한다. 사고액수로 따지면 300억원 규모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자와 액수는 더 커질 전망이다.

수도권 1139가구 빌라 보유 #'빌라왕' 사망에 세입자 피해 속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험은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가입하는 보증상품이다. 집주인이 계약기간이 끝난 뒤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보증기관이 대신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지급하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받아낸다.

하지만 지난 10월 김씨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사망했고, 김씨의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 해지를 집주인에게 통보할 수 없게 됐다. 계약 해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HUG에서도 대위 변제 절차를 밟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위 변제가 진행되려면 4촌 이내 친족이 김 씨의 빌라를 상속받아야 한다. 하지만 김 씨가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62억원을 체납한 것으로 알려져 상속자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소유 주택이 압류되고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친족들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법원이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하면 계약 해지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상속재산관리인이 선임될 때까지 통상 6개월~1년이 걸린다. HUG의 한 관계자는 “손해 입은 세입자들과 김 씨 부모를 설득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며 “사고 규모도 그렇고 이런 사건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선 지난달 은행과 협의해 전세보증금 대출을 연장하고, 보증보험도 연장할 수 있게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가 소유한 빌라 대부분이 전세 보증금과 매매가가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무자본 갭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수도권 빌라와 오피스텔 등을 이런 방식으로 사들여 1139가구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는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세입자들에게 “종부세가 너무 많이 나와 신용불량자가 됐고, 집이 압류돼 공매로 넘어가면 세금으로 다 나가니 집을 사던가 공매로 집을 날리던가 판단하라”며 강압적 대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올해 4월 온라인에서 피해자 카페를 만들었다. 현재 가입자는 450여 명에 달한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김 씨가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전세 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지만 김씨의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대신 빌라 건축주와 부동산 중개 브로커 등 전세 사기 공범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1일 SNS를 통해 “피해자분들은 상속 절차가 진행되는 수개월 동안은 현재 사는 곳에서 계속 지낼 수 있고 전세대출금도 전세대출 보증 연장이 가능해 당분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서울 강서구 소재 전세피해 지원센터에서 법률상담은 물론 임시거처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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