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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갔다오니 바뀐 도어락…집 침대엔 노숙자 자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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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 5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30대 여성의 집에 열쇠공을 불러 문을 뜯고 침입해 자고 있다가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1일 부산 연제구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달 발생한 해당 사건에 대한 글을 게시했다.

지난달 5일간 해외여행을 갔다가 11월 18일 오전 10시쯤 집에 도착한 A씨는 깜짝 놀랐다. 도착해 있어야 할 택배가 없었고, 도어락이 새것으로 교체돼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과 지문감식반, 열쇠수리공 등의 도움으로 한 시간 반 만에 문을 열었다. 그런데 집 안에서는 일면식도 없는 50대 B씨가 A씨의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며 경찰 구속수사 후 11월 말 형법상 재물손괴와 주거침입 혐의로 송치됐다. B씨는 주거지가 따로 없고, 가족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경찰에 "난 노숙자인데, 지인이 A씨의 집을 알려주며 아는 사람 집이라고 들어가서 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체포 전날 먼저 관리사무실에 가서 "집주인인데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했고 거절당하자 열쇠수리공을 불러 35만원을 내고 도어락을 교체, 11월 17일부터 18일까지 A씨의 집에서 하루를 지냈다. B씨는A씨의 택배도 집안으로 가져다 놨으며 온갖 음식을 먹다 남겨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생활 공간이 공포의 공간이 돼버렸다. 불안감으로 사건 당일 바로 집을 내놓고 보증금을 받기도 전에 11월 30일 급하게 이사를 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사건 이후 수면장애와 탈모, 알레르기 증상에 시달리고 있고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A씨는 "범인이 자택에 침입하도록 교사한 자가 누구인지, 범죄 동기가 무엇인지 명확히 진술하지 않고, 검찰 수사에도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A씨는 특히 열쇠수리공을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이 말이 안 된다고 분노하고 있다. A씨는 "범인의 신분증이나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그 어떤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열쇠수리공이 '당연히 그 집 사람인 줄 알았다', '법대로 하라'는 뻔뻔한 태도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에서도 '열쇠수리공은 형사처벌이 어렵고 민사로 해결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보상받을 생각은 없고, B씨와 열쇠공이 타당한 처벌을 받기를 원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B씨에 대한 재판은 오는 15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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