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42% 감소" 방역 완화한 中…응급전화 6배 폭주 무슨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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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제로 코로나’ 완화 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신규 감염자 수가 폭증하는 모양새다. 중국 전역에서 발열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베이징의 하루 구급 요청 전화가 이전보다 6배 많아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감염 공포에 빠진 시민들은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등 ‘셀프 봉쇄’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간) 방역 보호복을 입은 근로자. AFP=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간) 방역 보호복을 입은 근로자. AF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주말 동안 베이징(北京)시 최대 번화가인 차오양(朝陽)구 등 평소 사람들로 북적이는 지역에서 상당수 점포가 문을 닫았고 인적이 끊겼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많은 근로자가 감염돼 집에서 격리 중이고 시민들은 높은 감염 위험 때문에 자발적으로 외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한 관광ㆍ이벤트 회사에 다니는 한 여성은 로이터에 “우리 회사에서 음성인 사람 수가 제로(0)에 가깝다”며 “우리는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모두가 재택근무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베이징시의 지난 10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1661명으로 방역 완화 조치 발표 전날인 6일(3974명) 대비 42%나 줄었다. 이날 중국 전체 신규 확진자는 1만 579명(무증상 8327명 포함)으로 이틀 전보다 31.1% 감소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7일 PCR(유전자 증폭) 전수 검사 폐지 등 방역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통계와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이징시의 병원 밖엔 긴 줄이 늘어섰고, 사람들은 약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또 배달 기사들의 감염이 증가해 배달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한다.

한 남성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베이징에 있는 병원 앞에서 통화를 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응급 구조 전화건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한 남성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베이징에 있는 병원 앞에서 통화를 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응급 구조 전화건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갑작스러운 방역 완화로 의료 현장에도 혼란이 일고 있다. 중국 매체 신경보(新京報)는 12일 “(방역 완화 이후) 응급 구조 전화 건이 평소보다 6배 급증해 사실상 마비됐다”고 전했다. 응급 구조 요청 중엔 코로나19 확진자와 다른 질환 환자들이 섞여있다는 추정이다.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경미한 코로나19 확진자들도 공포심에 응급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9일 기준 구급차 호출 2504건 가운데 중증 환자는 1081건으로 43.17%, 비중증 환자는 1423건 56.83% 차지했다고 신경보는 보도했다. 신경보에 따르면 왕융(王勇) 베이징 구급센터 부주임은 “호출이 너무 많고, 대기가 너무 길어 진짜 필요한 호출을 할 때 통화 중일 가능성이 있다”며 “구급차 대수는 한정돼 있다”고 호소했다.

베이징에 있는 한 병원의 의료진은 블룸버그통신에 “의사와 간호사들은 코로나19에 확진이 되더라도 증상이 경미한 경우 업무 보고를 계속하도록 요청받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도 “병원 직원들의 검사 강도는 기존 매일에서 주 2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루시(陸曦) 싱가포르 국립대 리광요 공공정책대학 교수는 “중국 방역 정책이 현재 직면한 곤경을 헤쳐나가지 못한다면 ‘이중 경착륙’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방역 정책을 계속 고집하면서 경제가 전면적으로 쇠퇴하는 ‘경제 경착륙’을 불러오거나, 혹은 재정 붕괴 직전에 개방을 선포하면서 대규모 감염과 사망자 발생을 부르는 ‘방역 경착륙’을 촉발할 수 있다”고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말했다.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난징동루 거리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난징동루 거리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중국의 경제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서방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경제 건전성으로 가는 길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감염된 노동자들로 인한 노동력 위축 등의 충격이 아직 본격적인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경제 분석ㆍ전망 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내년 1분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1.6% 수준으로 여전히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지난 8일 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 등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방역 통제 완화에 나서면서 앞으로 중국의 경제가 착실하게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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