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곧 경제라지만 경제 역시 정치다. 미국에선 경영도 정치의 영역으로 끌려 들어가는 중이다.
워크(woke)란 이름의 유령이 사방 천지를 뒤덮은 탓이다. 쉽게 말해 ‘깨어 있다’는 뜻인데, 상황에 따라 여러 맥락으로 사용된다. 인종, 성 정체성, 환경, 낙태, 공권력, 동성결혼 등에 대해 진보적 스탠스를 취하는 게 워크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보다 훨씬 강력한 프레임으로 거의 모든 이슈에 다 끼어든다. 결이 다른 주장은 캔슬 대상이다.
![woke는 awake의 과거형에서 나온 미국 흑인 사회의 방언이다. 1962년 5월 20일 뉴욕타임스를 통해 제도권에서 처음 사용됐다. 칼럼 제목 ‘If You’re Woke You Dig It’을 의역하면 ‘흑인들 사정을 좀 안다면 그 말을 이해할 텐데’쯤이 된다. 세월이 흐르며 흑인 차별에 대해 민감하게 비판하는 태도를 가리키는 데 사용됐다. 요즘은 이에 더해 동성결혼, 성 소수자, 낙태권, 경찰력 축소, 선거법 등 각종 정치사회 이슈에서 두루 사용된다. 진보좌파 편을 들면 woke이고, 아니면 anti-woke로 낙인 찍힌다. [사진 NYT아카이브]](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2/12/650ee2cd-f1e7-44ef-bd5d-4fcfb0d7bb87.jpg)
woke는 awake의 과거형에서 나온 미국 흑인 사회의 방언이다. 1962년 5월 20일 뉴욕타임스를 통해 제도권에서 처음 사용됐다. 칼럼 제목 ‘If You’re Woke You Dig It’을 의역하면 ‘흑인들 사정을 좀 안다면 그 말을 이해할 텐데’쯤이 된다. 세월이 흐르며 흑인 차별에 대해 민감하게 비판하는 태도를 가리키는 데 사용됐다. 요즘은 이에 더해 동성결혼, 성 소수자, 낙태권, 경찰력 축소, 선거법 등 각종 정치사회 이슈에서 두루 사용된다. 진보좌파 편을 들면 woke이고, 아니면 anti-woke로 낙인 찍힌다. [사진 NYT아카이브]
기업인도 그 프레임을 피해가기 어렵다. 리바이스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 겸 브랜드 총괄대표였던 제니퍼 세이(53)가 그 희생자다. 최고경영자(CEO) 물망에 오르던 그가 2022년 2월 갑자기 회사를 그만뒀다. 11월 사직의 변을 담은 『리바이스 언버튼드(Levi’s Unbuttoned)』라는 책을 펴냈다. 부제를 보면 패션 서적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워크 패거리가 내 일자리를 빼앗았지만 내 목소리를 내게 해줬다.’ 워크 패거리(woke mob)란 사회정의에 깨어 있는 척하며 다른 시각을 용납하지 않는 좌파와 그 눈치를 살피는 리바이스 경영진을 가리킨다.
세이는 팬데믹 중 샌프란시스코의 공립학교 휴교 연장에 반대하다 코로나 음모론자, 트럼프 지지자로 몰려 쫓겨났다. 민주당이 장악한 시청과 교육당국의 결정에 반대하자 우익으로 지목당했다. 인터넷 공간의 인민재판에서 한번 찍히면 방법이 없다. 세이는 해고 당시 이런 내용을 발설하지 않는 조건으로 100만 달러를 제의받았으나 거절하고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