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년 역사의 스트라스부르 필, 프랑스와 독일의 멋 펼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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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내한 공연을 갖는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랑스와 독일의 중간 지역이어서 연주에서 양국의 특성이 고루 드러난다. 사진 라보라 예술기획

이달 내한 공연을 갖는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랑스와 독일의 중간 지역이어서 연주에서 양국의 특성이 고루 드러난다. 사진 라보라 예술기획

프랑스의 악단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이 이달 내한공연을 갖는다.
스트라스부르는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의 배경인 알자스 로렌 지역의 대표 도시다.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Orchestre Philharmonique de Strasbourg, 이하 OPS)은 이곳에서 1855년 창단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중간 지역이라 연주에서 양국의 특성이 고루 드러난다. 오케스트라에서 독일적인 소리는 베이스음을 기둥 삼은 중후하고 견고한 양식미를 의미한다. 반면 프랑스적인 사운드는 절묘한 목관악기군의 향기를 바탕으로 한 화사한 색채감이 특징이다.

중후한 독일적인 소리와 화사한 프랑스적 사운드 갖춰 #천재 쇼하키모프 지휘하고, 피아니스트 캉토로프 협연 #성남(16일)·진주(18일)·안동(19일) 거쳐 20일 예술의전당 공연

유서 깊은 오케스트라인 만큼 생전의 베를리오즈・브람스・생상스・말러・바그너・슈트라우스 등 작곡가들이 지휘봉을 잡았다. 1994년에는 국립 오케스트라로 승격됐다.

OPS는 2017년 최초 내한했다. 당시 음악감독 마르코 레토냐(현재 브레멘 필 음악감독)가 지휘했다. 재작년 두 번째 내한 공연을 계획했지만 코로나로 무산됐다. 이달 내한해 16일 성남, 18일 진주, 19일 안동을 거쳐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펼친다.
프로그램은 비제 ‘카르멘 모음곡 1번’,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2번,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라벨 편곡).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알렉상드르 캉토로프(25)가 협연한다(진주는 손열음 협연).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을 지휘하는 아지즈 쇼하키모프.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는 그는 13세때 지휘 데뷔를 한 천재로 손꼽힌다.  사진 라보라 예술기획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을 지휘하는 아지즈 쇼하키모프.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는 그는 13세때 지휘 데뷔를 한 천재로 손꼽힌다. 사진 라보라 예술기획

현재 음악 감독인 젊은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34)가 지휘한다. 1988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태어난 쇼하키모프는 천재로 손꼽힌다. 6세 때 우스펜스키 영재 음악원에 입학해 블라디미르 네이메르 교수 문하에서 바이올린, 비올라, 지휘를 배웠다. 13세 때 지휘 데뷔를 했다.
우즈베키스탄 국립교향악단과 베토벤 교향곡 5번,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이듬해엔 우즈베키스탄 국립오페라에서 첫 오페라 ‘카르멘’을 지휘해 놀라움을 안겨줬다.
18세 때 우즈베키스탄 국립오페라 수석 지휘자가 된 쇼하키모프는 21세 때인 2010년에는 밤베르크 구스타프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2위, 2016년 8월에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했다. 2년 뒤에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오프닝 콘서트를 지휘했다.

8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쇼하키모프는 어린 나이로 지휘를 시작할 무렵의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지휘 초기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연배가 그의 부모님보다도 많은 50~60대였고 어린 지휘자로서 그분들에게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
“연주자들이 일부러 틀리게 연주하고 지휘자가 그걸 찾아내나 테스트하기도 했었어요. 쉽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단원들에게 음악적 확신을 드릴 수 있었죠.”

쇼하키모프는 2017년부터 터키 테크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예술 감독이기도 하다. 2019년 터키 이스탄불 뮤직 페스티벌 개막 무대를 조성진과 장식했다. 지난 8월 서울시향을 객원 지휘했다. 그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 해석은 진취적이고 도전적이었다.

쇼하키모프는 OPS의 특징에 대해 “정확도가 높다. 악보에 충실하지만 그 안에서 유연성도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독일과 프랑스의 성격을 모두 가졌고 아주 큰 강점”이라고 했다.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내한공연에서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사진 라보라 예술기획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내한공연에서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사진 라보라 예술기획

이번 내한 공연에서 협연하는 알렉상드르 캉토로프(25)는 파가니니 명 해석가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자크 캉토로프의 아들이다. 지난 4월 첫 내한 리사이틀에서 리스트/바흐, 슈만, 리스트, 스크랴빈, 글룩/스감바티, 스트라빈스키, 브람스를 들려줬다.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입체적인 피아니즘이 일품이다.
7월 캉토로프는 오스모 벤스케 지휘 서울시향과 베토벤 협주곡 4번을 협연했다. 미묘하고 여유있는 루바토는 쇼팽이나 드뷔시를 떠올리게 했다. 구부정한 자세는 글렌 굴드와 닮았다.

쇼하키모프는 캉토로프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알렉상드르의 음악성과 기교는 눈부시다. 강렬한 에너지도 놀랍다. 주위에 깊은 영감을 주는 사람이다. 자신의 생각과 음악이 분명하니까 지휘자에겐 같이 연주하기 편하고 즐거운 연주자”라고 했다.

캉토로프 역시 쇼하키모프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지즈는 음악을 흘러가듯 연주하게 놓아두지 않는다. 미리 예측하고 만드는 흔치 않은 스타일이다. 오케스트라 뿐 아니라 독주자에게도 많은 유연성을 제공한다.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는 지휘자”라고 했다.

이번에 캉토로프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그에게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우승을 안겨준 이 곡은 유명한 1번에 비해 드물게 연주된다. 캉토로프도 여느 피아니스트들처럼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으로 콩쿠르를 준비했었다고 한다.
우연히 2번의 악보를 보게 되었는데 신선했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캉토로프는 협주곡 2번을 “차이콥스키에도 ‘개인적’인 곡이었을 거다. 구조가 특이하다. 오페라나 발레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사운드 면에서도 가능성이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쇼하키모프는 비제-차이콥스키-무소륵스키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에 대해 “음악적으로 러시아 음악과 프랑스 음악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며 “비제 ‘카르멘’은 프랑스 오케스트라에겐 상징적인 작품이다. 차이콥스키는 ‘카르멘’을 보고 걸작이라고 극찬했다. ‘전람회의 그림’ 역시 모리스 라벨 편곡이라 연결 고리가 있다”고 말했다.

OPS의 두 번째 내한 공연은 독일적인 견고함과 직진성, 프랑스적인 색채감과 곡선미, 그리고 그 위에 드리워진 러시아적인 깊이에 쇼하키모프의 천재성과 캉토로프의 개성이 어우러진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태형 객원기자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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