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음주운전' 초등생 사망…그 흔한 과속방지턱 없던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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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언북초 후문 피해자(9) 추모 공간. 지난 2일 이 부근에서 언북초등학교 학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채혜선 기자

지난 7일 언북초 후문 피해자(9) 추모 공간. 지난 2일 이 부근에서 언북초등학교 학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채혜선 기자

서울 강남구 청담동 초등학교 부근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망사고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모든 초등학교의 등하굣길 교통안전을 점검하기로 했다.

12일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상반기 중 서울 관내 초등학교 총 605개교를 대상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내 안전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50개교만 점검할 계획이었지만, 사고 이후 모든 학교로 변경했다.

사고 막을 기회 2번이나 있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언북초 후문 스쿨존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3학년 학생이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보차 혼용도로’로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아 사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이전부터 계속된 곳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9년 점검에서 언북초 인근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하고 일방통행으로 변경하라고 자치구와 경찰서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도 신설은 구청 권한인데, 주민 50명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48명이 반대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7일 언북초 후문 부근 스쿨존 도로 모습. 채혜선 기자

지난 7일 언북초 후문 부근 스쿨존 도로 모습. 채혜선 기자

이 길은 폭이 4~5m로 좁아 보도를 만들려면 먼저 일방통행으로 지정해야 한다. 하지만 강남구가 의견 수렴을 한 결과 다수 주민이 반대했다는 이유로 일방통행으로 지정되지 않았고, 보도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방통행이나 교통시설물을 개선하려면 관계 기관에서 교통 흐름이나 법령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2월에도 언북초는 서울시의 ‘2022 서울시 어린이보호구역 종합관리대책’ 대상으로 선정됐지만 보도는 생기지 않았다. 당시 시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이면도로를 대상으로 제한 속도를 시속 20km로 낮추고 요철과 색상이 있는 디자인 블록 포장을 하겠다고 했는데 구의 대책은 제한 속도를 낮추는 데 그쳤다.

강남구는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언북초 인근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바꾸고 보도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강남구는 내년 초 관내 초등학교 스쿨존을 대상으로 사고 방지를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경찰 심의를 거쳐 내년 10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교육청 “점검 이후 결과 지속 확인하겠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점검 결과를 자치구에 통보하는데 그치지 않고 결과를 회신받는 등 점검 내용이 실제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점검에서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 보차도 분리 여부, 시설물 설치 여부, 주요 통학로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 여부와 표지판‧노면 표시‧속도제한 미설치 등을 살펴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치구와 경찰서가 참여하는 자치위원회 기능을 강화해 협조를 요청하고, 주기적으로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받겠다. 안전점검 결과는 해당 학교와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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